미·중 상무장관, 실무그룹 구성 등 4가지 합의…"긴밀 대화"

신경진 2023. 8. 2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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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베이징 중국 상무부 청사에서 열린 미·중 상무회담에서 지나 러몬도(오른쪽) 미 상무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나흘간 일정으로 중국을 전격 방문했다. 러몬도 장관은 이튿날 베이징에서 왕원타오(王文濤) 중국 상무부장과 회담을 열고 세계 경제 1·2위 국가 간 경제·무역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미 상무부는 이날 회담 직후 미·중 간 무역 관계를 다루는 실무그룹 구성 등 양국 간 4가지 합의 사항을 공개했다.

러몬도 장관은 지난 석 달 사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존 캐리 기후특사에 이어 네 번째로 중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급 인사다. 전략 경쟁 중인 미국과 중국이 최근 잇따라 고위급 대화를 열고 가열된 분위기를 다소 가라앉히는 모습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오는 11월 1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막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를 준비하기 위한 왕이(王毅) 외교부장의 미국 방문 시기도 주목된다.

러몬도 장관은 28일 회담 모두 발언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미국은 기초설비, 국민, 제조업, 공급망 등에 역사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며 “미국의 국내 투자가 중국의 경제 발전을 저지하려는 목적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국이 안정적인 경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일련의 문제에서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만일 (양국 관계가) 직접적이고 개방적이며 실질적일 수 있다면 진전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몬도 장관은 또 “미국은 강한 중국 경제가 좋은 것이라고 믿는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이점을 분명하게 반복했으며 미국은 중국과 건강한 경쟁을 추구한다. 규칙에 기반해 발전하는 중국 경제는 미·중 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양국 간 경제 관계 개선 의지를 나타냈다.

왕 부장도 우호적인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모두 발언을 통해 “중·미 경제·무역관계는 양국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에도 중요하다”며 “양국 기업이 협력을 강화하고 유리한 정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회담 전부터 미·중 당국은 다소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러몬도 장관의 방중 일정을 발표한 직후 27개 중국 기업·단체를 ‘잠정적 수출통제 대상’에서 해제했다. 이에 대해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진솔한 협력과 호리공영(互利共赢·상호이익과 공동번영)의 원칙을 따른다면 양국 기업 모두에게 유익한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환영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이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왕웬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회담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몬도 장관의 방중과 관련, 쉬부(徐步) 중국국제관계학회 부회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압박과 양국 관계를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사이에서 균형 찾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번 회담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도 나왔다. 이날 회담 직후 미 상무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과 4가지 사항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실무그룹을 구성해 연간 두 차례 차관급 회의 개최 ▶미 국가안보 정책에 대한 오해를 줄이기 위한 수출통제 집행정보 교환 ▶행정허가 절차 기간 동안 무역 및 영업기밀 정보 보호를 위한 전문가 소집 ▶장관 및 부처 수준에서의 정기적 의사소통(최소 연간 1회) 등이다. 차관급 회의와 관련해선, 양측은 첫 회의를 내년 초 미국에서 갖기로 합의했다.

러몬도 장관은 방중 기간 중국 측과 지적 재산권 문제, '보잉 737 맥스' 항공기를 중국 남방항공에 인도하는 문제 등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9년 에티오피아 항공의 보잉 737 맥스 기종 추락 사고 이후 중국은 이 기종의 운항과 인도를 금지해왔다. 앞서 미·중은 지난 6월 블링컨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 기간 양국 외교 장관 회담에서 실무그룹을 구성해 구체적인 문제의 해결을 추진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날 블룸버그 통신은 "미 상무장관의 방중은 7년 만으로 바이든 행정부 고위급 인사의 방중 중 가장 중요한 방문일 수 있다"며 "러몬도 장관은 기술 수출을 통제하면서 무역을 촉진하는 (미국의 정책을 이끄는) 등 미·중 경제 이슈에서 가장 중심에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편 중국의 대서방 외교 관계 개선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28일 홍콩 명보는 스티븐 길보트 캐나다 환경 및 기후변화 장관이 이날부터 사흘간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 환경 및 개발 국제협력 위원회(CCICED)’ 연차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길보트 장관은 2019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캐나다의 장관급 인사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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