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흉상 이전에 文 이어 ‘명·낙’도 비판…“박근혜 정권 연상”
국방부가 독립군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 등 5인의 흉상을 육군사관학교에서 독립기념관으로 옮기려는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강도 높게 질타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8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박근혜 정권 때 국정교과서 논란이 생각난다”며 “건국절 논란부터 친일 논란, 국정교과서 논란, 이제는 독립군 흉상 제거까지 윤석열 정권이 참 걱정된다”고 말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도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독립운동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우는 반역사적·반민족적 폭거”라고 가세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전날(27일)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의 뿌리가 임시정부에 있듯이 우리 국군의 뿌리도 대한독립군과 광복군에 있음을 부정하는 것인가”라며 “국권을 잃고 만주로, 연해주로, 중앙아시아로 떠돌며 풍찬노숙했던 항일무장독립운동 영웅들의 흉상이 오늘 대한민국에서도 이리저리 떠돌아야겠는가”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28일 페이스북에 “홍범도 장군은 옛 소련 땅에서 온갖 고초를 겪으시며 항일 무장투쟁을 벌이시다 광복 2년 전에 생애를 마감하셨다. 그런 장군을 북한이나 6.25와 관련짓는 정부의 천박한 인식은 국가와 역사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며 “얼빠진 폭주를 당장 멈추라”고 촉구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윤건영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 당장 중단시키십시오”라며 “하루라도 빨리 흉상 철거 방침을 철회하는 것만이 답”이라고 적었다.
홍범도 장군을 포함한 독립전쟁 영웅 재조명은 문재인 정부의 중점사업이었다. 현재 논란이 된 5인의 육사 흉상 제막식은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8년 3·1절에 열렸다. 문 전 대통령은 2019년 4월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정상회담 때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을 요청했고, 2021년 8월 카자흐스탄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서거 78년 만에 홍 장군 유해가 고국으로 돌아왔다.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은 “이 사업은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부터 추진돼왔다”며 “북한도 홍범도 장군이 평양 출신임을 들어 유해봉환을 주장해 어려움이 있었지만, 정상 간 외교 계기에 카자흐스탄 측이 결단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역사공원 조성 사업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는 음악가 정율성과는 달리, 홍범도 장군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높다는 점도 민주당이 목소리를 높인 이유로 해석된다. 홍 장군은 1927년 소련 볼셰비키당에 입당했으나, 광복 전인 1943년 사망해 북한 공산당 정권 수립과 연관성이 없다. 민주당의 다른 의원은 “홍범도 장군이 이끈 봉오동·청산리 전투는 한국독립운동사에서 대단한 승전의 기억”이라며 “흉상 이전은 독립운동 그 자체를 모욕하는 것이고 독립군과 광복군에 둔 국군의 뿌리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내에선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홍범도 장군은 봉오동 전투를 대승으로 이끈 독립전쟁 영웅이고, 한편 ‘자유시 사변’ 등 여러 논란도 있는 분”이라면서도 “국방부가 육사와 함께 국민 여론을 감안해 합리적으로 올바른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3성 장군 출신 신원식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소련 군인으로서 소련 군복을 착용하고 군모까지 쓴 홍범도 흉상을 육사에 설치하는 게 말이 되나. 생도들에게 공산주의자를 롤모델로 삼으란 소리냐”라고 반발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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