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일"…홈쇼핑 '블랙아웃' 도미노 우려 확산

이민지 2023. 8. 2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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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온스타일,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송출 중단 통보

TV 송출 수수료 협상을 두고 홈쇼핑사와 유료방송 사업자간에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롯데홈쇼핑과 현대홈쇼핑, CJ온스타일 등 주요 홈쇼핑 채널은 케이블TV사업자에 방송 송출 중단이라는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수수료를 낮춰주지 않으면 방송을 하지 않겠다는 뜻인데, 업계에서는 양측의 입장차가 커 블랙아웃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CJ온스타일 방송 장면 및 스튜디오 현장 사진.[사진제공=CJ온스타일]

28일 홈쇼핑업계에 따르면 CJ온스타일은 LG헬로비전에 내달 말 이후 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CJ온스타일 측은 "정부의 ‘홈쇼핑 송출 수수료 가이드라인 개정안’에 명시되어 있는 기본 협의 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계약 종료 절차를 밟고 있다"며 "빠르면 10월부터 방송 송출이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현대홈쇼핑도 LG헬로비전에 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송출 중단이 현실화하면 서울(양천구·은평구)과 경기(부천·김포·의정부·양주·동두천·포천·연천), 강원, 충남, 경북 등의 23개 지역에서 LG헬로비전으로 유료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CJ온스타일과 현대홈쇼핑을 볼 수 없게 된다. 이들 지역의 LG헬로비전 가입자는 368만가구다.

롯데홈쇼핑도 최근 딜라이브 강남 케이블TV와 방송 송출 계약이 종료돼 10월 1일 0시부터 방송이 나가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GS홈쇼핑은 케이블TV사업자와 추가적인 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주요 홈쇼핑사가 방송 송출 중단 결정을 내린 이유는 케이블TV 사업자와 송출 수수료 비율 협상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송출 수수료는 홈쇼핑사가 유료 방송 사업자에게 지불하는 채널 사용료이다. 홈쇼핑사와 케이블TV 사업자는 매년 협상을 통해 송출수수료 비율을 협상하는데, 올해는 협상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홈쇼핑사는 송출 수수료가 과도하게 높아 회사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수수료 인하를 주장하는 반면 케이블TV사업자는 수수료 인하는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케이블TV사업자의 대부분의 수익이 홈쇼핑 송출 수수료로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송출 수수료 규모는 1조9065억원으로 2018년(1조4304억원)과 비교해 33.3% 증가했다. 한국 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송출 수수료는 연평균 8%씩 증가해 지난해에는 방송 매출액 대비 비중이 65.7%에 육박했다.

반면 홈쇼핑사들의 실적은 크게 내려앉았다. 올해 2분기 홈쇼핑 상위 4개사(현대·GS·CJ·롯데)의 영업이익 총합은 560억원으로 1년 전(1065억원)보다 반토막(47%) 났다. 한 홈쇼핑 관계자는 “홈쇼핑사의 영업이익과 유료방송 사업자에게 내는 수수료를 보면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며 “장사를 열심히 해서 유료방송 사업자에게 돈을 가져다주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주요 홈쇼핑사들이 송출 중단을 결정한 것과 관련해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과거에도 케이블TV사업자를 비롯해 유료방송사업자와 협상이 결렬되는 상황이 있었지만, 송출 중단을 연쇄적으로 통보한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소비자 대상으로 송출 중단 고지까지 낸 경우는 전무하다.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방송 중단이 예정된 1개월 전부터 홈페이지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문자 등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해당 내용을 알려야 할 의무가 있는데, 지난 21일 롯데홈쇼핑은 ‘관련 구역의 방송시청자분들께는 양해를 부탁드린다’는 내용으로 방송 송출중단과 관련해 공지를 올리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블랙아웃이 실현될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소비자 불편과 방송 송출 중단에 따른 매출 감소를 고려했을 때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롯데홈쇼핑의 경우 새벽방송 중단으로 매출에 타격을 받았는데, 매출이 꽤 나오고 있는 강남권 소비자들을 쉽게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은 꽤 큰 각오로 초강수를 뒀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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