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 흉기소동' 30대 구속영장 기각…"범행 반성하는 점 고려"

서울 은평구 주택가에서 흉기 소동을 벌여 경찰과 2시간30분 넘게 대치한 30대 남성이 구속을 면했다.

서울 은평구 주택가에서 흉기소동을 벌인 정모씨가 28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서울서부지법 정인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8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는 정모씨(37·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도주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의사실 증거가 수사기관에 의해 확보돼 있는 점을 고려해 현 단계에서 구속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범죄 중대성이 인정되지만 정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인명피해가 없었던 점도 고려됐다.

정씨는 지난 26일 오후 7시26분께부터 서울 은평구 갈현동 주택가에서 흉기 소동을 벌인 혐의를 받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2시간30여분 동안 흉기를 든 정씨와 대치하다가 설득 끝에 오후 10시5분 그를 체포했다. 경찰은 정씨의 가방에 있던 흉기 6점 등 총 8점의 흉기를 압수했다.

이날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온 정씨는 '금전 문제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 맞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금전 문제가 아니라 속상해서 그런 것"이라며 "엄마가 무속인에게 300만원을 갖다줘 속상해 소리를 질렀는데 시민이 신고했고 경찰이 너무 많이 와 겁에 질려서 그랬다"고 울먹였다.

'정신질환 약 복용을 중단한 이유는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정신질환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고 (요리사 관련) 음식 스트레스만 없으면 택배 일, 대리기사 일을 할 때도 아무 문제를 일으킨 적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에 대한 믿음, 제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것에 대해 속상해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 같다"며 "더 이상 이런 일을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또 '범행을 계획했냐'는 질문에는 "요리사라 어쩔 수 없이 많이 갖고 다닌 것"이라고 답했다. 정씨는 자해할 의도는 없었으며 혐의를 인정한다고 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