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무분별한 제도화, 국민 안전 해쳐” 비대면진료 개선안 제시

대의협 회원 대상 설문 및 인터뷰 진행
의료현장 “비대면진료시 법적 책임 우려”
초진·플랫폼 변수 대한 ‘개선안’ 제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8일 개최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설문조사 관련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성아 기자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계도기간 종료를 3일 남겨둔 가운데 의료계가 현행 시범사업을 대폭 개선한 개선안을 제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28일 오후 협회 대강당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설문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대한의사협회는 보건의료전문가단체로서 비대면진료 제도화에 있어 산업적, 경제적 활성화보다는 안전과 유효성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이번 설문조사 및 심층 인터뷰 결과가 비대면진료 제도화 방안의 근거로서 활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7월 24일부터 이달 6일까지 총 643명의 의협 회원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별도 심층인터뷰도 진행됐다. 심층 인터뷰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현황과 문제점, 개선사항에 대한 내용이었으며 설문조사와 별개로 실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던 의사 10명에 대해 진행했다.

설문조사 결과 시범사업 기간 비대면진료에 참여한 의사와 그렇지 않은 의사의 비율은 49.1% 대 50.9%로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눈에 띄는 점은 비대면진료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가 수가 등 보다는 ‘법적 책임소재에 대한 면책 조치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66.5%로 지배적이었다는 것이다.

법적 책임소재에 대한 의료 현장의 우려는 다른 질문 응답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비대면진룔 시범사업 개선 필요사항에 대해 자유로운 답변을 요한 문항에서 답변자의 36.1%가 ‘법적 책임 명확화’를 요구했다.

김진숙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음성, 화상을 통한 비대면진료 도중 통신상태의 문제나 해킹 등 의사 통제 범위 밖의 요인이 의료사고를 만들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우려가 현장에서는 크게 제기되고 있다”며 “면책 조항이 만들어졌을 시 비대면진료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는 전체의 61.0%로 면책에 대한 요구가 큰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10명의 의사들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진행한 결과에서는 초진과 음성 전화 비대면진료의 결합이 근본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들에 따르면 연령 불문 대부분의 환자들이 플랫폼 가입 유무를 떠나 전화로 비대면진료를 받길 원하는데 이때 환자 신원 확인 불가, 본인부담금 미납 등 법적 행정적 문제는 물론 안전성에 대한 위협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시범사업안에 초진 가능 환자로 분류된 ▲거동불편자 ▲섬·벽지 환자 ▲감염병 확진 환자의 경우 오히려 더 대면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이라고 판단했다. 일부 응답자는 거동불편자라면 노인, 장애인 등이 대상인데 이들은 오히려 고위험환자라며 거동불편성이 이유라면 초진을 왕진, 방문진료 등 대면으로 진행한 후 비대면진료를 고려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응답했다.

또 야간과 휴일에 한해 초진 환자도 상담이 가능한 소아에 대해서는 안전성 문제로 인해 비대면진료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초진대상 범위 축소 및 명확화 ▲전화 사용 불가 원칙 ▲플랫폼 관리 강화 ▲행정·법적 개선(면책 책임, 본인부담금 수납 문제 등)을 시범사업 개선 요구사항으로 제기했다.

이필수 회장은 “현재 비대면진료 제도화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며 “이번 인터뷰 결과는 이날 발표 후 정부, 정치권에서도 관심 있게 지켜볼 것이라고 생각하며 현장에서의 목소리가 정책에 적극 반영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