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짝 먼저 만나는 가을 향수_선배’s 어드바이스 #183
박지우 2023. 8. 28. 16:08
올가을엔 어떤 향기와 사랑에 빠져볼까?
인디언 서머가 계속되고 있지만 우리는 모두 안다. 어느 날 새벽 선득한 공기를 느낄 때, 가을은 예고도 없이 이미 곁에 와있었다는 걸. 자칫 허해지기 쉬운 가슴을 조금 일찍 가을 향기로 풍요롭게 채워보는 건 어떨까?
올가을 향수들은 더욱 다채롭다. 첫 수확처럼 즐겁고 달콤한 향수들이 출시됐는가 하면 어두워져 가는 숲 그림자, 사막을 비추는 나지막한 햇빛처럼 신비롭고 무게감 있는 향도 등장했다. 사용자 성별을 지정하지 않는 향수가 늘었고, 원료, 운송, 포장까지 지속 가능성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 우아하고 관능적인 가을 향 」
봄, 여름엔 부담스러웠지만 스산한 바람이 불면 코트를 꺼내 입고 난방을 시작하듯 따뜻하고 관능적인 향기에 휩싸이고 싶어진다. 장미, 재스민, 아이리스, 뮈게 등 화려한 꽃 향과 머스크, 암브레트, 프랑킨센스(올리바넘), 미르, 레더 등 중후하고 지속력 강한 베이스 노트가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높인다.
「 그리웠던 달달한 향 」
푹푹 찌는 날씨에 너무 달콤한 향수를 쓰면 자칫 마치 시럽이나 과즙이 진득하게 달라붙은 것 같은 느낌이라 피하게 된다. 그래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달콤함에 굶주렸던 스위츠 마니아들은 축포를 쏘아 올린다. 마음껏 단내를 풍겨도 낮은 온도와 습도 때문에 향기롭게 느껴지기 때문. 보통 무화과, 복숭아, 각종 베리 종류 등 단맛 강한 프루티, 또는 꿀, 마시멜로, 바닐라, 비스킷 같은 구어망드(Gourmand;원래 프랑스어로 ‘미식의’, ‘미식가’라는 뜻이지만 향수에서는 맛있는 음식 냄새, 특히 달콤한 디저트류 향조) 계열이 주를 이룬다.
「 가을 공기처럼 청량한 향 」
차갑다 못해 싸하기까지 한 여름 향과 달리 가을의 청량함이란 푸르른 하늘, 쨍한 햇살, 신선한 공기 같은 것이다. 부드러운 베일로 온몸을 감싼 것처럼, 한 줄기 따스함도 잊지 않아야 한다. 주로 산뜻한 꽃 향, 베티버와 시더우드 같은 초목과 흙 향, 화이트 머스크, 알데하이드처럼 부드럽고 깨끗한 느낌 향료를 소량씩 써 부담을 덜어낸 것들이다.
「 성별은 무의미하다, 젠더리스한 향 」
좋은 향기에 성별은 무의미하다는 인식이 퍼져 나가는 요즘, 조향부터 용기까지 중성적이라기보단 구별조차 할 필요 없는 제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플로럴, 파우더리 향은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은 이제 아주 구식, 젠더리스 향수에는 샌들우드, 시더우드, 토바코, 레더처럼 과거 여성 향수엔 비중이 크지 않았던 그윽한 향들과 동시에 등장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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