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학도병 성지 찾은 박민식 "정율성 공원 철회에 직 걸겠다"

중국 혁명음악가 정율성 기념공원 조성사업 반대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가 광주시에서 반대 집회를 여는가 하면 4·19나 5·18관련 단체 등도 반발하고 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정율성 기념공원 사업 철회에 장관직을 걸겠다”고 말했다.

28일 오전 광주광역시청에서 자유통일당 광주시당 관계자들이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서도 역사공원 사업 반대
자유통일당 광주시당·전남도당 관계자 100여명은 28일 오전 광주시청에서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 반대 집회’를 열고 “공산당 나팔수인 정율성을 우상화하는 사업을 광주시에서 추진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이미 조성된 정율성 거리 전시관, 생가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간첩이 아니고는 이럴 수 없다’ ‘여기가 평양이냐 광주냐’ 등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양남동 정율성 거리 전시관으로 이동해 반대 집회를 이어갔다.

광주 공법단체도 “건립 반대”

광주광역시 남구 양림동 일대에 조성된 ‘정율성로’. 연합뉴스

4·19와 5·18단체 등도 가세했다. 4·19민주혁명회, 4·19혁명희생자유족회, 4·19혁명공로자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등 5개 단체는 이날 일간지 등에 ‘정율성 역사공원 건립 반대’ 광고를 실었다.

이들 단체는 광고에서 “정율성은 대한민국을 피로 물들인 북한 인민군과 인민해방군 발걸음을 힘차게 북돋아준 ‘조선인민군 행진곡’과 ‘팔로군 행진곡’을 작곡한 장본인으로 북조선로동당 당원이었다”며 ‘정율성이 대한민국 호국 영령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황일봉 5·18부상자회장은 “5·18은 그동안 북한 선동설, 빨갱이 등 수많은 왜곡에 시달렸다. 전두환 군사 반란 정권에 맞선 민주 영령을 더는 억울하지 만들지 않기 위해 공식 입장을 냈다”고 말했다.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 생가 인근에 조성된 정율성거리에서 시민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 시장, 보훈장관 반발에 맞서며 논쟁 확산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도 정율성 역사공원 계획을 전면 철회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그는 이날 호남학도병 성지인 전남 순천역을 찾아 “대한민국 국가보훈부 장관이 대한민국의 적을 기념하는 사업을 막지 못한다면 장관 자격이 없다”며 “장관직까지 걸겠다”고 했다.

그는 “정율성은 우리에게 총과 칼을 들이댔던 적의 사기를 북돋웠던 응원대장이자 공산당 나팔수였다”며 “국민의 소중한 예산은 단 1원도 대한민국 가치에 반하는 곳에 사용될 수 없어, 법적인 문제 등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보훈부는 법률 검토에 착수했다. 지방자치법 184조에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지자체 사무에 대해 조언 또는 권고나 지도를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또 188조는 ‘지자체장 명령이나 처분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공익을 해친다고 인정되면, 주무 장관이 서면을 통해 시정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만약 지자체장이 시정하지 않으면 명령이나 처분을 취소하거나 정지할 수도 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광주광역시가 추진 중인 정율성 기념 공원 사업을 비판했다. 페이스북 캡처

광주시장 “정율성 기념사업, 중앙정부서 시작”
이에 대해 강기정 광주시장은 “정율성 기념사업은 중앙정부에서 먼저 시작한 사업”이라며 "역사공원 사업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강 시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율성 기념사업) 시작은 노태우 대통령 재임 시기인 1988년 서울올림픽 평화대회 추진위원회에서 정 선생 부인인 정설송 여사를 초청해 한중우호의 상징으로 삼았던 게 발단”이라고 설명했다.

강 시장은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중국 전승절 기념식에 참석해 정율성 곡이 연주되는 퍼레이드를 참관하고,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에는 국립국악원 70주년 기념 정율성 미공개 소장품 특별전도 열었다”며 “150억원을 투자한 밀양의 김원봉 의열 기념공원, 123억원을 투자한 통영의 윤이상 기념 공원 등과 결을 같이한다”고 했다.

정율성, 6.25때 인민군따라 서울에 와
광주시는 동구 불로동 일대 878㎡에 정율성 역사 공원을 올해 연말까지 짓는다. 사업비는 총 48억원이다. 또 전남 화순군은 2019년 정율성 고향 집을 약 12억원을 들여 복원했다. 이곳에 전시된 사진에는 ‘정율성이 항미원조(抗美援朝) 시절 남긴 소중한 사진’이라는 설명이 있다. ‘항미원조’는 ‘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도왔다’는 의미다.

28일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거리에 정율성 공원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광주 출신인 정율성(鄭律成ㆍ1914~1976)은 중국으로 건너가 의열단장 김원봉이 난징에 세운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를 다녔다. 율성이라는 이름은 김원봉이 음악으로 성공하라는 뜻으로 지어줬다고 한다. 그는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팔로군행진곡)을 작곡했다. 이 노래는 1950년 11월 중공군이 한국전에 개입하면서 가장 많이 부른 노래로 알려져 있다. 그는 해방 이후 평양에서 조선인민군 협주단장 등으로 활동했고, 1949년엔 북한 군가인 ‘조선인민군 행진곡’도 작곡했다. 6.25전쟁때 중공군을 따라 서울에도 왔다고 한다.

광주광역시·순천=황희규·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