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내가 모텔 가자면 가" 기자 성희롱한 경찰…정직 3개월

연합뉴스

과거 사건 제보자에게 사적 만남을 요구하고, 수습 기자들을 성희롱한 경찰관이 정직 3개월 처분을 받고 불복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서울고법 행정11부(부장 최수환)는 경찰관 A씨가 서울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정직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는 고도의 준법성과 공정성·도덕성이 요구되는 경찰공무원의 직위에 있었음에도 업무상 알게 된 수습 기자들을 성희롱하고, 사건 관계인과 사적 접촉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양측이 상고하지 않아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경위로 재직하던 A씨는 연락처를 저장해 놨던 과거 마약사건 제보자 B씨에게 “보기보다 러블리하다”“안 예쁘면 연락을 안 했다”는 등 2020년 12월부터 2021년 2월까지 119회에 걸쳐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사적 만남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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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엔 경찰서 취재를 하던 수습기자 C씨, D씨와 저녁식사를 하며 “내가 모텔 가자고 하면 어떻게 대답할 거냐. 일단 알았다고 가자고 해야 한다”,“못생긴 애들은 (경찰서에서) 그냥 쫓겨난다”,“남자는 체격이 중요하고, 여자는 몸매와 얼굴이 중요하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이 자리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언급하며 “컴퓨터를 뒤지면 남자들은 야한 동영상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조국은 아무것도 안 나왔다. 깨끗한 사람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B씨 등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A씨를 대기발령 조치했고, 같은 해 4월 A씨에게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성희롱 발언을 한 적이 없다. 징계 처분이 과도하다”고 주장하며 그해 9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은 정직 처분이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수습 기자들의) 진술서 내용과, 이들이 선배 기자에게 알린 A씨의 성희롱 발언이 대부분 일치하고 서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으며, 그 내용이 생생하고 구체적”이라며 “C·D씨가 허위로 취재원인 A씨를 모함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연합뉴스

재판부는 “A씨는 감찰조사에서 수습 기자들이 식당에 계속 머무른 것을 탓하는 진술을 하거나, ‘첩보를 목적으로 B씨를 만나 관계 형성을 하려 했다’고 변명했다”며 “재발 방지와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징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