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택시 꼼짝 못한다…'이동 러브호텔' 막는 기막힌 시위 방법

김상진 2023. 8. 2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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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샌프란시스코에서 ‘꼬깔콘’ 과자 모양의 교통통제용 도구(트래픽콘)로 자율주행하던 ‘무인 택시’를 멈춰 세우는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무인 택시가 소방차와 충돌하는 등 아찔한 사고가 잇따르자 항의 차원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미 공영 라디오 방송 NPR이 지난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무인 택시 운행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트래픽콘을 이용해 무인 택시의 주행을 무력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방송에 따르면 ‘안전한 거리 반란군(Safe Street RebelㆍSSR)’이란 익명의 활동가 단체가 이번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신호등 앞에 멈춘 무인 택시의 보닛 위에 트래픽콘을 세워 운행을 막고 있다. 무인 택시는 트래픽콘을 노상 장애물로 인식해 비상등을 깜빡이며 운행을 중단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현재 샌프란시스코에서 무인 택시를 운영 중인 크루즈(GM 자회사), 웨이모(구글 계열사) 등은 어떤 원리로 무인 택시가 멈춰서는지 구체적으로 밝히기를 거부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선 이달 초부터 24시간 무인 택시 운행이 허가됐다. SSR 측은 무인 택시가 기계적 결함으로 붉은 신호등 불빛을 인식하지 못하고 계속 달리는 등 여러 문제가 발견되는 상황에서 주 당국이 섣불리 운행을 늘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웨이모는 주행 허가를 받은 250대 무인 택시 중 시간대를 달리해 100대씩 운행에 투입하고 있다. 크루즈의 경우 낮에는 100대, 밤에는 300대를 운행하다가 최근 소방차 충돌 사고로 운행 대수를 절반으로 줄였다.

지난달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무인 택시를 탄 승객이 목적지까지 운전하는 동안 창밖을 내다보며 소리를 지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NPR에 따르면 두 업체의 무인 택시는 지난 몇 달간 수백 건의 사고와 실수에 직면했다. 무인 택시를 포함한 자율주행차가 소방차 출동 등 인명 구조 작업에 방해가 된 경우도 지난 반 년간 55건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무인 택시가 사고 방지 차원에서 도로 환경을 보수적으로 판단해 갑자기 정지하거나 선회하면서 오히려 사고를 유발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 같은 이유로 무인 택시가 버스를 들이받거나 개가 치여 죽는 등의 크고 작은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무인 택시 안에서 성행위를 하는 등의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차량 내외부에 카메라와 마이크 등이 설치돼 있지만,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비상 상황을 제외하고는 승객을 대상으로 촬영이나 녹음이 이뤄지지 않는 허점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무인 택시가 ‘움직이는 러브호텔’이란 오명까지 얻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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