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 가득한 영주댐을 관광 자원으로? 두고두고 후회할 것"
[정수근 기자]
▲ 영주댐의 심각한 녹조, 장마도 태풍도 기습 폭우도 영주댐의 녹조를 막을 수 없었다. 심각하다. 8월 25일 촬영.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영주댐이 망친 내성천, 자연이 되살려
제일 먼저 찾은 내성천의 맨하류 회룡포에서 내성천의 아름다움을 다시 목격할 수 있었다. 장마와 태풍의 영향을 받아, 내성천의 참모습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 2년 전 회룡포의 모습. 육화 현상도 심하고 모래톱도 갈라지고 형편 없는 모습이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지난 8월 24일 기습 폭우가 내리고 살짝 그친 날씨의 회룡포 모습. 이전의 아름다운 모래톱으로 돌아왔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13년 전인 2010년 처음 회룡포 전망대에서 회룡포를 보았을 때의 그 아름다운 모습이 거의 그대로 돌아와 있어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마침 이날 이곳엔 기습 폭우가 내렸다. 오후 3시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장대비로 바뀌었다. 회룡포 전망대에 오른 그 시각에도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그 장대비를 뚫고 전망대에 올라간 덕분에 아름다운 회룡포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물안개 자욱한 내성천 회룡포의 모습은 한폭의 그림이었다.
▲ 영주댐의 심각한 녹조. 장마도 태풍도 기습 폭우도 영주댐의 녹조를 잠재울 수 없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장마와 태풍, 그리고 전날인 24일 내린 60㎚가 넘는 기습 폭우에도 불구하고 영주댐의 녹조는 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녹색의 강물을 가득 가두고 있었다.
▲ 2023 낙동강 현장조사단이 내성천 영주댐을 찾아 녹조 독 에어로졸을 측정하는 조사에 앞서 약식 기자회견을 펼치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지난해 낙동강 녹조 독 검출 결괏값. 조사지점 11곳에서 모두 공기중에서 녹조 독이 검출됐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녹조 독이 에어로졸로 날리는 현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호주 등 여러 나라에서 이미 확인되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때문에 녹조가 심한 영주댐에서도 공기 중에 녹조 독이 검출될 것이라고 추정했고, '과연 얼마나 검출될 것인가'가 주요 관심사였다.
영주댐은 529세대라는 수몰민이 발생한 아픔이 서린 장소다. 그 수몰민 중 일부는 인근으로 이주해 댐 주변에 세 개의 마을(총 66세대)을 형성해 살고 있다. 금강마을과 동호마을, 평은마을이 바로 그 마을들이다.
공기 중에 날리는 녹조 독 포집
▲ 영주댐 물문화관 입구 앞에 설치한 에어로졸 측정 장비들. |
ⓒ 손영 |
▲ 금강마을 입구에 설치한 에어로졸 측정 장비인 에어샘플러. |
ⓒ 데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만약 이곳에서도 작년 조사와 마찬가지로 녹조 독이 검출된다면, 수몰민들은 또 다른 아픔을 겪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곳 주민들이 적어도 영주댐에서 녹조가 발생하는 기간인 6월부터 11월 정도까지는 일상적으로 녹조 독에 노출된다고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마을들은 댐의 지척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그 영향이 더욱 직접적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
녹조를 발생시키는 남세균은 사멸하면서 더 많은 독을 내뿜는다고 알려져 있다. 남세균이 사멸하는 겨울에도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이곳 주민들은 거의 반년 이상 녹조 독을 일상적으로 마시는 셈이 된다.
▲ 지난 2월 21일 열린 영주댐 주공 범시민 궐기대회 모습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어리석은 선택, 영주댐 준공
영주시는 22일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10만 영주시민의 오랜 염원이었던 영주댐 준공이 드디어 이뤄졌다. 경북 영주시는 22일 영주 다목적댐의 환경부 최종 준공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본댐이 완성된 지 7년 만에 이룬 성과다"라고 표현했다.
이어 "7년간의 표류 끝에 최종적으로 준공인가가 고시되면서 영주시민의 숙원사업을 해소하고, 지역 발전의 새로운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며 "시는 댐 주변 지역을 치수 시설 외에 대규모 관광단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라고 밝혔다.
"경상북도에서 투자심사 중인 영주댐 수변생태자원화단지와 영주댐 레포츠시설 조성사업, 수상 레포츠시설 등 체험형 관광시설을 확충해 영주댐 주변을 건강과 관광, 스포츠를 아우르는 명품 관광지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는 포부였다.
▲ 영주시내 곳곳에 내걸린 영주댐 준공 축하 현수막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그러나 이러한 영주시의 장밋빛 구상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천하에 어리석은 선택'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영주댐 사업이 그랬던 것처럼, 국민혈세만 탕진한 채 공염불 사업으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날 조사단의 일원으로 함께 현장을 찾은 낙동강네트워크 강호열 대표는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영주시가 추진하려는 관광 사업들 또한 영주댐의 심각한 녹조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이상 헛짓이 될 뿐이다. 자칫 잘못해 예산만 탕진한 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녹조 독이 에어로졸로 날리고 있다고 의심할 수 있는 이 심각한 상황에서, 영주댐 주변에 관광시설을 건설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영주시는 관광객들을 녹조 독의 구렁텅이로 밀어넣겠다는 것인가."
▲ 녹조의 강 내성천. 영주댐 상류로 좌측에 보이는 마을이 평은마을이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조사단은 이날 비가 간간이 내리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회룡포 모래톱으로 달려가, 몸을 내맡기고 누워버렸다. 녹조 독이 창궐하는 영주댐을 선택할 것이냐? 모래톱이 아름다운 '국립공원 내성천'을 선택할 것이냐? 그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이번 조사단 일행이었던 이승렬 대구환경운동연합 의장은 영주시의 행보를 아래와 같이 비판했다.
"영주시는 지금 국보급 하천 내성천이라는 보석을 차버리고 녹조 독이 에어로졸로 날리는 영주댐이라는 독 덩어리를 안고 좋아라 하고 있는 형국이다. 영주댐에서 녹조가 사라지지 않은 이상 영주댐에 관광객이 올 리 만무하다. 녹조가 없더라도, 요즘은 댐으로 관광을 가는 시대도 아니다. 그런데도 댐이 마치 발전의 상징이라도 되는 양 억지 준공을 해버린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날이 올 것이다."
이 의장은 생각을 바꿔 전향적 선택을 할 것을 충고하기도 했다.
"지금이라도 어리석은 선택을 철회하고 진짜 미래를 생각한 선택을 해야 한다. 내성천이라는 훌륭한 생태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영주댐을 선택할 것이 아니라 국립공원 내성천을 선택해서 생태관광자원으로서의 내성천을 발굴해내는 것이 영주시를 위해서도 이곳 주민들을 위해서도 더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실제 그 가능성은 곳곳에서 보인다. 모래톱이 아름답게 돌아온 회룡포나 무섬마을의 모습을 통해서 말이다. 영주댐만 사라지면 굳이 태풍이나 폭우를 기다리지 않아도 일상적으로 내성천의 아름다움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영주시와 영주시민, 그리고 영주댐 주변 이주민들의 미래를 위한 전향적 판단과 선택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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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지난 2010년부터 내성천을 찾아 내성처의 변화상을 기록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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