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수산물 먹거리 괜찮을까
"4~5년 후 韓 도착하면 다 희석된 상태"
"사고원전 폐로기술 없는데" 방류 의도 의심도
지난 24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개시되면서 수산업계 분위기가 침체됐다. 정부·여당은 "방류 상황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국민 안전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도록 적시에 최선의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수산 먹거리 안전에 대한 우려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차덕호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회장은 오염수 방류 개시 이후 맞은 첫 주말에 생각보다 수산시장을 찾은 손님들이 많았다며 "지난주 주말(19~20일)과 비교해 이번 주말(26~27일) 매출이 1.5배~2배 늘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주말 매출로 오염수 방류가 수산업계에 타격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 방류된 오염수가 영향을 미치기 전에 수산물을 먹으려는 소비자들의 경우 점차 수산물 소비를 줄여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수산물 매출 추이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차 회장은 28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오염되기 전에 먹자는 분도 계셨고 '괜찮습니다, 신경 안 써요' 하는 분들도 계셨다"며 "매출 추이는 일주일에서 한 달간 모니터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그때의 악몽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이게 얼마나 오래갈까 걱정이 된다"며 "저희 생계가 달려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외면하면 저희는 폐업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그런 부분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김영복 전국어민회 부회장 역시 어민들의 근심이 크다고 했다. 김 부회장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전복, 꽃게, 새우 등 전반적으로 판매가 너무 저조하고 횟집은 물론 도매시장도 손님이 거의 찾아오지 않고 있다"면서 "설마설마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되니 어민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강건욱 서울대학교 핵의학과 교수는 방류된 오염수가 바다에서 희석되기 때문에 수산물을 섭취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수산물을 섭취해도 삼중수소는 물 형태로 들어오기 때문에 인체에서 빠져나간다"며 "열흘이면 많이 빠져나가고, 2% 정도가 40일 정도 지나면 빠져나간다"고 말했다.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 반복 처리하면 세슘과 스트론튬 등 오염수 내 62종의 방사성 물질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거쳐도 삼중수소는 제거되지 않기 때문에 수산물을 통해 인체에 축적될 것이란 일각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강 교수는 "어차피 태평양에 다 희석되고 해류에 의해 미국까지 갔다 오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한국에 오지도 않는다"며 "(한국에 도달할 시점인) 4~5년 후에는 1경분의 1 정도로 와서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값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 명분이 된 원전 폐로 의도 자체를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일본이 주변 국가의 반발에도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강행한 것은 원전 폐로를 위해서다. 향후 30년간 오염수를 모두 방류한 후 2051년까지 후쿠시마 원전을 폐로한다는 것이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사고가 발생한 원전을 폐로하는 기술은 인류에게 없는데 왜 방류를 지금 서둘러야 했을까"라면서 "'일본 영토 내에서 후쿠시마의 흔적을 치워버리겠다. 그래야 원자력이 부흥할 수 있다' 이런 의미가 깔려있다고 생각하지 않고는 기술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서 교수는 미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에서 중대사고 파트를 담당한 인물이다.
서 교수는 이날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폐로라는 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폐로 하나 하는 데 60년이 걸린다"며 "여기(일본)는 1, 2, 3, 4호기를 동시에 대지 않나. 물론 예산을 4배로 투자하면 가능하겠지만 준비하는 데 10년이 걸린다. 지금 준비단계도 들어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폐로 기술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우리나라의) 고리 1호기 월성1호기 때처럼 정상 운전, 외연이 그대로 있을 때 폐로하는 것"이라며 "(후쿠시마 원전처럼 사고가 난 것을 폐로하는) 사례는 없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1979년 사고가 발생한) 스리마일 (원자력발전소)에서는 이보다 1000분의 1 규모였고, (1987년) 체르노빌은 양이 많아서 폐로를 못하고 아예 콘크리트로 덮었다가 더 이상 못하겠다고 폐로 포기했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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