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시장 "광주를 다시, 이념의 잣대로 고립시키지 말라"
[안현주 기자]
▲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28일 기자들과의 차담회에서 박민식 보훈부 장관의 '정율성 역사공원' 건립 비판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 광주광역시 |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28일 '정율성 역사공원' 건립을 거듭 비판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광주시민은 지금의 이념 논란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휴가 직후 복귀한 강 시장은 이날 기자들과의 차담회에서 "철지난 이념 논쟁을 중단하자고 했었는데, 오늘 박 장관의 순천에서 언급하는 바람에 다시 정율성 선생에 대해 말하게 됐다"고 운을 뗐다.
강 시장은 "정율성 선생은 의열단 독립운동가였고, 해방 후 북한으로 귀국해 음악교수이자 노동당원으로, 한국전쟁에는 노동당원이자 중국인민지원군 창작조로 참전한 뒤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 예술활동을 했다"며 "이는 추가 고증이 필요 없을 만큼 오래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고, 그의 생애와 '공과'는 하나의 숨김없이 세상에 공개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훈 받지 못한 독립 운동가이자 조선에서 태어났으나 중국인으로 삶을 마감한 경계인이고, 문화예술로 한국과 중국을 잇는 한중 우호의 상징 인물이다"며 "이는 광주만의 평가가 아닌 진보와 보수가 무관하게 대한민국 정부의 오래된 평가이다"고 설명했다.
정율성 기념사업 노태우 대통령 재임시절 시작
그는 정율성 선생 기념사업이 중앙정부에서 먼저 시작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강 시장은 "그 시작은 35년 전 노태우 대통령 재임시절인 1988년 서울올림픽 평화대회추진위에서 정율성 선생의 배우자 정설송 여사를 초청하면서 한중 우호의 상징으로 삼았던 일이다"며 "김영삼 대통령 재임 당시 문체부는 한중수교 1주년 기념 정율성음악회(1993년)와 정율성 작품발표회(1996년)을 열고, 국립국악원은 그의 자료를 기증 받았고, 문체부 장관은 감사패를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 전승절 기념식에 참석해 정율성 음악이 연주되는 퍼레이드를 참관했고, 당시 언론들은 선생의 노래에 대해 많은 보도를 했다"며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21년에는 국립국악원 70주년을 기념해 그의 미공개 소장품 특별전을 개최했다"고 덧붙였다.
▲ 박민식(사진 오른쪽) 국가보훈부 장관이 28일 전라남도 순천역에서 호남 학도병 현충시설 건립 계획을 발표한 뒤 6·25 학도병 출신 고병현(94) 옹과 함께 헌화하고 있다. 그는 이날 광주시 '정율성 역사공원' 건립 사업에 대해 "정율성은 공산당 나팔수"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
ⓒ 연합뉴스 |
강 시장은 한중 관계가 좋을 때 장려하던 사업을, 관계가 달라졌다고 백안시 하는 것은 행정의 연속성과 업무수행 기준을 혼란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과거 보훈처는 수 십 년간 광주시민이 마음을 담아 부르던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을 금지시켰고, 이념의 잣대로 5·18을 묶고, 광주를 고립시키려 했다"며 "당시에도 보훈처의 철지난 매카시즘은 통하지 않았고, 광주시민은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또 "한 번 더 보훈부에 요구한다. 오랜 기간 대한민국 정부도, 광주시민도 역사 정립이 끝난 정율성 선생에 대한 논쟁으로 더 이상 국론을 분열시키지 말라"며 "보훈단체와 보수단체를 부추겨 광주를 다시 이념의 잣대로 고립시키려는 행위를 중단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광주시민은 지금의 이념논란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국가와 함께 추진했던 한중 우호 사업인 정율성 기념사업은 광주시가 책임을 지고 잘 진행하도록 하겠다"며 기념사업 중단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편,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이날 전라남도 순천역 광장에서 열린 호남 학도병 현충시설 건립 계획 발표 자리에서 "정율성은 우리에게 총과 칼을 들이댔던 적들의 사기를 북돋웠던 응원대장"이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또 "공산 세력에 죽임을 당했던 수많은 애국 영령들의 피가 아직 식지 않았다"며 "우리의 미래인 학생들에게 공산당의 나팔수를 기억하게 하고 기리겠다는 광주시의 시도에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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