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오염수만 문제일까... 도쿄전력의 심각한 상황 [박철현의 도쿄스캔들]

박철현 2023. 8. 28.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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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현의 도쿄스캔들] 믿을 수 없는 '30년' 예측... 중국 등 주변국 반발에 답 없어

[박철현 기자]

  24일 오후 1시 30분께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 방류를 시작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모습.
ⓒ 교도통신=연합뉴스
 
도쿄전력 후쿠시마 원전 1호기의 오염수(일본은 '처리수'로 호칭) 방출이 시작된 지 4일이 흘렀다. 도쿄전력은 애초 공언한 대로 24일부터 17일 동안 하루 460톤씩 총 7800톤의 오염수를 방류하기로 했으며, 문제가 없다면 계획된 연간 네 차례 방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방류가 시작되자마자 갖가지 문제에 봉착했다. 

중국은 그동안 일본 10개 현 수산물 금수 조처를 전역으로 확대해, 사실상 일본으로부터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다. 일본의 2022년 수산물 수출량은, 금액으로 환산하면 3천억 엔 규모인데 그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870억 엔)로 집계됐다. 결국 중국 정부의 금수 조처로 인해 일 수산업 종사자 입장에서는 30%의 매출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이다. 

중국의 반발... 다급해진 일본 정부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은 지난 24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 계획을 추진하는 것은 해양 환경과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거대한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이날부터 중국은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전면 수입 금지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800억 엔의 기금을 마련해 어업 종사자들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 기금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다. '풍평(소문) 피해'를 없애겠다는 일본 정부의 기조에 발맞춘 방송도 연일 등장하고 있다. 니혼TV는 25일 메인뉴스를 통해 다시 한 번 처리수 과정을 상세하게 방송, 과학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을 다른 나라의 삼중수소 해양 방류와 비교해 눈길을 끌었다.

방송은 "정부가 정한, 해양 방류 안전기준은 1리터당 6만베크렐(Bq)이지만, 이번에는 보다 엄격한 기준인 리터당 1500베크렐 미만으로 설정했으며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음료수의 기준인 리터당 1만베크렐보다 훨씬 낮다"고 강조했다.

또한 방송은 "실제 방류 후 해양방출구(해저 파이프관)에서 가장 가까운 해역 1km 부근의 농도를 계측해 본 결과 리터당 0.1에서 1베크렐이 나왔다"며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주장,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일본 외에 다른 나라들도 원자력 발전소가 있다. 그렇다면 그 나라들이 삼중수소를 얼마나 배출하고 있는지 살펴보자면 중국은 112조 베크렐(2021년), 영국이 186조 베크렐(2020년), 프랑스는 무려 1경 베크렐(2021년), 그리고 한국도 고리 원자력 발전소에서 2021년 49조 베크렐을 방출했다. 이에 비한다면 일본의 올해 5조 베크렐, 그리고 내년부터는 연간 22조 베크렐이 방출되니까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배출량이라 볼 수 있다."

니혼TV 뿐만 아니다. 다른 지상파 민영방송들도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비슷한 논조의 방송들이 진행됐다. 일본정부의 이번 방류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는 방송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는 사고 원전인 일본 원전과 다른 나라의 원전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렵다는 한국 등의 전문가들 지적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일본 정부도 발 벗고 나섰다. 풍평 피해를 과학적인 검증으로 없애 보겠다는 일환으로 일본 수산청은 앞으로 한 달 동안 후쿠시마 제1원전으로부터 5km 떨어진 해역에서 매일 2마리 정도의 생선을 포획해 분석 결과를 홈페이지에 싣겠다고 발표했다. 

도쿄전력은 '처리수포털사이트'로 명명된 웹사이트에 방류에 관한 모든 데이터를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했고, 수산청과는 별도로 유튜브 채널을 통해 광어 사육 수조 영상을 24시간 라이브로 공개하고 있다. 수조 두 개를 비춰주는 이 라이브 영상은 한쪽은 보통 바닷물로 채워진 수조이고, 다른 한쪽은 알프스(ALPS, 다핵종제거설비) 처리된 오염수로 채워진 수조인데 각각의 수조 안에 광어를 집어넣어 사육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중국의 전면 수입 금지 조처는 예상치 못했는지 적잖이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사실 오염수 방류는 이미 정치적·외교적 문제로 비화되고 있었다. 일례로 자민당과 함께 연립정권을 꾸리고 있는 공명당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는 두 달 전부터 예정돼 있었던 방중을, 25일 중국 측의 요구로 인해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기시다, 지지율 오히려 떨어졌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4일 오후 총리 관저에서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 방류와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교도통신=연합뉴스
 
내각 지지율은 더 떨어졌다. 방류이후 이틀간(25~26일)에 걸쳐 조사한 마이니치신문의 긴급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지난달 28%보다 2%p 떨어진 26%로 집계됐으며, 지지하지 않는다라는 답변이 지난달보다 3%p 상승한 68%로 나왔다. 한편 방류에 대해서도 일본 국민들의 답변은 오락가락했는데, 예컨대 '방류는 찬성한다'가 49%로 집계됐지만(반대한다는 의견은 33%), '정부의 설명이 불충분하다'는 60%로 나왔다. 즉 찬성은 하되 그 시기나 설명은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여전히 과반을 넘고 있다는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사실 오염수 방류를 우호적인 국제적 여론에 기댄 측면이 크다. 하지만 실제 방류가 진행되고 나니 정작 인근 국가 및 시민들의 반발이 심한 것은 물론, 자국 국민들까지 미심쩍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가장 큰 문제는 오염수 방류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원래 오염수는 동일본대지진 이후 12년이 지난 지금도 노심용융(멜트다운) 중인 후쿠시마 원전 1, 2호기의 연료봉을 냉각시키는데 사용된 액체다. 새롭게 만든 수조탱크 안에 보관해 오다가, 지난 2021년 스가 내각 시절 더이상 보관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해양에 방류하자고 결정했다.

'30년'이라는 예측 믿을 수 없어
 
 후쿠시마 1호기 폐로작업을 소개하고 있는 도쿄전력 홈페이지 현재 대형 커버 설치(大型カバ?の設置) 중이라고 표시돼있다.
ⓒ 도쿄전력 홈페이지
 
그렇다면 오염수 방류의 궁극적인 목적은 '폐로 작업'이다. 현재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원전 사이트를 들어가보 면 1호기와 2호기는 아직 건물 외벽 잔해 제거 작업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이번에 방류되고 있는 1호기의 경우 외벽 커버 설치를 하고 있다. 이후에 잔해를 치우고, 연료봉 제거 설비를 설치한 뒤에 비로소 연료봉을 제거할 수 있다. 도쿄전력은 이것에 30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오염수 방류에 '30년'이라는 숫자가 등장한 이유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예측일 뿐이다. 지난 12년 동안 고작 외벽을 감싸는 커버를 설치하고 있던 도쿄전력이 과연 30년 동안 잔해 제거, 연료봉 제거설비 설치, 연료봉 제거를 과연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을지 그 누구도 확언할 수 없다.

즉 오염수 방류가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30년이 될지 아니면 그 이상이 될지 아무도 모르는, 애초에 멜트다운 중인 연료봉을 제거한다는 도쿄전력의 폐로 작업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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