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척이는 소리 4번 들렸다"…'네스호 괴물' 아쉬운 빈손 수색
영국 스코틀랜드 네스호에 산다는 전설 속 괴물 ‘네시’(Nessie)를 찾기 위해 51년 만에 최대 규모로 구성된 수백명의 글로벌 탐사대가 나섰으나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DPA 통신과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주말인 26∼27일 이틀간 세계 각국에서 온 자원자 수백명과 첨단 장비가 스코틀랜드 인버네스 네스호 수변에 투입됐다.
약 200명의 자원자는 주최 측 안내를 받아 36㎞ 길이로 뻗어 있는 네스호 주위 곳곳에 배치돼 호수를 지켜봤으며 일부는 배를 타고 최대 깊이 240m의 호수로 진입했다.
탐사대는 열 스캐너를 장착한 드론, 적외선 카메라, 음파를 감지하기 위한 수중 청음기 등 첨단 장비도 동원했다. 다만, 계속 비가 내리는 등 날씨가 좋지 않아 드론을 띄우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탐사대는 수중에서 의문의 소리가 탐지됐다고 주장했으나, 네시의 존재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는 없었다고 매체들은 전했다.
수색을 주도한 ‘네스호 탐사대’의 리더 앨런 매케나는 “질척거리는 소리를 네 번이나 들었다. 녹음기가 켜져 있는지 확인하러 달려갔는데 연결이 안 돼 있었다”며 허탈해했다.
앨런 매케나는 “우리는 4차례 특이한 소리를 들었다”며 “다들 좀 흥분해서 녹음장치가 켜져 있는지 달려가 확인했는데 꺼져 있었다”고 말했다.
매케나는 수색 작업을 보여주는 실시간 영상을 시청한 사람들로부터도 다수의 제보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수색을 기획한 ‘네스호 센터’와 자율 연구조직 ‘네스호 탐사대’는 이번 수색이 영국 사회 각계에서 참여했던 ‘네스호 현상 조사 사무소’가 1972년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벌인 이후 51년 만의 최대 규모라고 보고 있다.
매케나는 악천후에도 스페인과 프랑스, 독일, 핀란드 등 세계 각국에서 자원한 사람들이 수색에 참여했으며 더 멀리는 일본과 호주, 미국에서도 취재진이 몰려왔다고 전했다.
네스호 괴물에 관한 전설은 6세기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아일랜드 수도사였던 세인트 콜로바가 ‘물괴물’이 나타나 수영하는 사람들을 공격하자 네스강 깊은 곳으로 추방했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전설에 그쳤던 네시가 본격 소환된 것은 1933년 호텔 지배인 올디 매케이 등의 목격담이 현지 신문 인버네스 쿠리어에 보도되면서다. 당시 신문은 한 부부가 네스호 도로를 따라 운전하던 도중 호수 안에서 엄청난 격변을 목격했다고 전해 신빙성을 높였다.
1934년에는 검은 물체가 호수 밖으로 길쭉한 머리를 내민 모습을 찍은 사진이 ‘외과의사의 사진’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졌으나 결국 가짜로 판명됐다.
이후에도 네시의 전설은 수많은 책과 TV 프로그램, 영화 소재로 활용됐고 스코틀랜드 지역 경제에 연간 수백만 파운드의 관광 수입을 안겼다. 네스호 센터에 따르면 공식 기록된 네시 목격담만 1100건이 넘는다.
하지만 과학계는 관광객들이 몸집이 큰 장어를 보고 괴물로 여긴 것으로 추정한다. 2019년 뉴질랜드 오타고대 연구팀은 네스호에서 채취한 DNA 샘플을 토대로 대형 어류의 흔적은 전혀 없으며 대신 뱅장어가 다량으로 서식한다고 밝혔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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