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전 세계 '신의 물방울' 향연…한강, 와인으로 물들다
세빛섬 플로팅아일랜드, 이틀간 2300명 운집
"다양한 산지 품종을 맛보고 와인에만 집중할 수 있는 행사여서 꼭 와보고 싶었어요."
아시아경제 주최로 25~26일 서울 서초구 세빛섬 플로팅아일랜드에서 열린 ‘2023 글로벌 와인 앤 푸드 트립’에 참가한 정다희씨(39)는 "다른 주류 시음 행사들도 많았지만, 위스키 등 여러 주종(酒種)을 함께 소개하는 자리여서 이곳이 좀 더 와인 애호가들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로 2회째인 글로벌 와인 앤 푸드 트립에는 국내외 와인 유통·제조사와 식음료 업체 16곳이 참여하고 이틀간 방문객 2300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화창한 날씨에 각종 와인과 공연 등 부대행사가 어우러져 늦여름과 가을의 문턱을 지나는 계절의 정취를 더했다. 가족이나 연인에게 평소 전하지 못했던 진심을 공개 석상을 통해 표현해 훈훈한 박수를 받은 이들도 많았다.
석양에 반하고, 와인·분위기에 취하고
다양한 산지 품종 맛볼 기회
"날씨 좋고 뷰까지 아름다워"
플로팅아일랜드에서 한강의 은은한 물결과 서울 하늘을 바라보며 와인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글로벌 와인 앤 푸드 트립의 가장 큰 매력이다. 참석자들은 해 질 무렵 붉은빛으로 물들어가는 노을을 배경으로 와인잔을 손에 쥐고 곳곳에서 기념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와인 동호회를 통해 방문한 김서희씨(33)는 "날씨가 덥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바람이 시원하고 석양이 정말 아름다워 분위기가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20대 여성 방문객도 "날씨가 좋고 뷰가 좋아서 사진 찍기에 적합하다"며 "촬영하기 좋은 자리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기 때문에 포토존을 따로 만들어 놓으면 괜찮을 것 같다"고 전했다.
행사장에서는 재즈밴드 공연과 레크리에이션도 병행해 참가자들의 흥을 북돋웠다. 음악과 조명이 어우러진 무대에서 와인 애호가들의 응원을 받으며 사랑하는 이에게 고백하는 참석자들도 많았다. 특히 올해로 각각 결혼 32주년과 29주년을 맞은 중년 남성들이 그동안 자녀를 키우며 고생했다는 덕담과 함께 아내에게 한쪽 무릎을 꿇고 사랑의 마음을 전해 감동을 자아냈다.
여자친구와 교제한 지 2년째라는 한 남성도 주최 측이 마련한 꽃을 전달하면서 "앞으로도 싸우지 말고 곧 결혼하자"고 프러포즈를 해 박수를 받았다. 러시아인 여자 친구와 사랑을 다짐한 남성에게도 응원이 이어졌다. 연인과 방문했다는 한 30대 여성은 "술을 잘 마시지는 못하지만, 와인은 다채로운 맛과 향뿐 아니라 이처럼 좋아하는 사람들과 기분 좋은 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유명 와이너리 프리미엄 와인, 한정 시음행사에 애호가 몰려
오미자·딸기 등 국내 와인 부스도 문전성시
"품종별 블렌딩 비율 등 심도 있는 질문…와인 저변 확대 실감"
이번 행사에는 신세계L&B, 롯데칠성음료, 하이트진로, 인터리커, 비노에이치, 동원와인플러스, 셀라프리베, 원오원, 자스페로, 웰그린라들러, 오미나라, 해미읍성 딸기와인 등 국내 주요 와인 수입·생산업체들이 참여해 다양한 산지의 와인을 선보였다.
국내 최대 와인 수입사인 신세계L&B는 이번 행사에서 ‘로버트 몬다비’를 비롯해 ‘쉐이퍼’ ‘코노 수르’ ‘투핸즈’ ‘페데리코 파테니’ 등 유명 와이너리의 와인들을 선보였다. 특히 ‘쉐이퍼 빈야드 릴렌틀리스’와 ‘로버트 몬다비 리저브 까베르네 소비뇽 투 칼론’ 등 시중에서 20만~30만원대 후반에 판매하는 하이엔드 제품을 시간 한정 시음 행사로 소개했는데, 부스에 많은 방문객들이 대기 줄을 형성하며 최근 미국 나파밸리 와인의 높은 인기를 입증했다.
최문일 신세계L&B 마케팅팀 파트장은 "2년째 행사에 참여하면서 국내 와인 저변이 많이 확대됐다는 걸 새삼 실감했다"며 "단순히 맛있는 와인을 추천해달라고 하기보다는 본인이 마시고 싶은 와인을 명확히 지정해 시음을 요구하고, 해당 와인의 품종별 블렌딩 비율이나 특징 같은 심도 있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원오원도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접하기 어려운 이탈리아의 토착 품종인 ‘피아노’와 ‘알리아니코’ 와인을 소개해 관심을 받았다. 홍서인 원오원 대표는 "다소 위험부담을 안고 국내 소비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품종의 와인을 가져왔는데 기우였다"며 "와인과 품종 등에 대해 세세한 질문을 하는 분들이 많아 확실히 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공부하는 분이 늘었다는 것을 체감했다"고 전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와인 수입·유통 전문사 비노에이치도 이탈리아의 가성비 스위트 와인과 신규로 수입하는 호주, 뉴질랜드 와인 등 5종을 선보였는데 가장 비싼 ‘킹스 오브 프로히비션’이 시음 수요는 물론 판매량도 가장 많았다. 홍영석 비노에이치 영업팀 주임은 "일반적으로 대중 행사에서는 가장 저렴한 제품이나 대중성 있는 모스카토 다스티 등의 판매가 많이 이뤄졌는데 이와 비교해 의미 있는 변화"라고 짚었다.
시원한 화이트 와인과 스파클링 와인을 즐기는 방문객이 증가한 점도 올해 행사의 두드러진 변화다. 드링크인터내셔널의 자회사 인터리커는 샴페인 ‘골든블랑’을, 동원와인플러스는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 프로세코 ‘47AD 프로세코 엑스트라 드라이 블랙’을 각각 선보였다. 하이트진로도 ‘머드하우스 소비뇽 블랑’과 ‘발비 소프라니 모스카토 다스티’ 등 다양한 화이트 와인을 준비했다.
국내 와인 생산자 부스에도 행사 내내 방문객이 몰렸다. 경북 문경의 ‘오미나라’와 충남 서산의 ‘해미읍성 딸기와인’은 포도가 아닌 오미자와 딸기, 사과 등으로 만든 와인을 각각 소개했다. 김정만 오미나라 부사장은 "주류 박람회 외에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와인 시음 행사는 처음 참가했다"며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품을 선보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생산하고 있는 모든 품목을 다양하게 준비했는데 큰 관심을 받아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방문객들은 글로벌 와인 앤 푸드 트립이 품격 있는 와인 전문 행사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하며 조언도 건넸다. 30대 여성 참가자는 "프리미엄 와인을 맛볼 수 있다는 기대가 컸지만, 수량이 제한돼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며 "더 많은 와인 수입·유통사가 참여하고, 시음할 수 있는 제품도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핑거푸드로 제한된 푸드 부문이 가장 아쉬웠다"며 "행사명에 걸맞게 와인과 곁들일 수 있는 다양한 음식을 소개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주를 이뤘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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