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 "정율성 공원 있을 수 없는 일…대한민국 정체성 훼손"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율성 역사공원’과 관련해 참모들에게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는 취지의 우려를 표명했다고 정부 고위 관계자가 28일 전했다. 광주 출신인 음악가 정율성은 항일 운동을 위해 중국에 건너가 조선의열단 활동을 했고, 1939년 중국 공산당에 가입한 뒤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과 북한 군가를 작곡한 인물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총 사업비 48억원을 들여 올해 연말까지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특히 정율성 역사공원이 “국가보훈부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관련된 모든 부처가 신속하고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는 지시도 내렸다고 한다. 단순 역사 논쟁을 넘어 행정안전부나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국가의 보조금과 예산 집행 과정에 대한 철저한 점검을 요청한 것이다. 이에 따라 행안부 감사관실은 지난 23일 ‘정율성 공원’ 조성 사업과 관련한 예산 자료 등을 광주광역시에 요청했다. 여권에서 정율성 공원에 대해 처음으로 문제를 제기한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정율성은 북한 정부 수립에 기여하고 조선인민군 행진가를 만들어 6·25 전쟁 남침의 나팔을 불었던 사람이 정율성”이라며 연일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5일 국민통합위원회 출범 1주년 성과보고회에서도 “어떤 공산주의자에 대한 어떤 지자체가 추모 공원을 만든다고 하는데, 이것이 사회 통합과 관용에 부합하는 것으로 해석되면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연대와 통합의 기반이 무너진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며 우회적으로 ‘정율성 공원’을 비판했었다.
정부뿐 아니라 시민단체에서도 ‘정율성 공원 조성’에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19단체인 ‘4·19 민주혁명회, 4·19 혁명희생자유족회, 4·19 혁명공로자회와 5·18단체인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 민주화운동공로자회는 28일 일부 언론에 “공산주의자 정율성 역사공원 건립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내용의 광고를 실었다.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이 정율성 공원 조성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강기정 시장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정율성 공원은 6년 전 계획돼 예산 집행이 끝난 상태”라며 “냉전은 이미 30년 전에 끝났는데 철 지난 이념 공세가 광주를 향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헌법에 반해 정부 예산이 1원이라도 쓰이는 일이 없도록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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