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보호' 하겠다더니... 결국은 학생 인권 공격?
[김홍규 기자]
▲ 교육부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 보도자료 교육부가 지난 8월 23일 '학생 교원 학부모가 상호 존중하는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
ⓒ 교육부 |
요란했지만 별거 없는 교육부 '교권 보호' 방안
'큰 산을 흔들 정도로 요란했는데 나온 것은 쥐 한 마리뿐'(泰山鳴動鼠一匹)이라는 옛말이 있다. 교육부가 지난 8월 23일 발표한 '학생·교원·학부모가 상호 존중하는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아래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이 여기에 딱 맞다.
교육부 보도자료 제목은 "2023년은 교권 회복의 원년"이라는 말로 시작했다(교육부 보도자료, 2023년 8월 23일, <"2023년은 교권 회복의 원년" 학생·교원·학부모가 상호 존중하는 '모두의 학교' 만든다>). 복잡한 '교권' 문제에 거창한 구호를 앞세운 발상이 '참 교육부답다'라는 생각했다. 제목 두 번째 줄에는 "학생·교원·학부모가 상호 존중하는 '모두의 학교' 만든다"라고 적혀 있었다.
교육부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은 '추진 배경'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교육부가 밝힌 문제 원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 '교육활동 침해 지속 증가, 숨겨진 침해까지 고려시 심각한 수준', ▲ '학생 권리와 교권 간 불균형이 교육활동 침해 발생의 근본 원인', ▲ '공교육 위기를 극복하고 교권을 확립하는 중차대한 시기'가 그것이다.
"교원의 교육활동 방해를 넘어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며 공교육 붕괴의 원인이 되고 있는 교권 침해에 적극 대응하고, 정상적인 교육활동 보장을 간절히 바라는 전국 교원들의 호소에 부응하여 … 발표한다"라는 교육부 23일 보도자료 본문 첫 문단과 정확히 같은 맥락이다.
교육부가 '교육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이라고 줄여서 부르는 방안은 "학생·교원·학부모가 상호 존중하는"이라는 수식어와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교권 강화' 방안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방안' 의미를 "일을 처리하거나 해결하여 나갈 방법이나 계획"이라고 정의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대책이다. 해결 방안은 원인을 없애는 것이다. 원인을 잘못 짚으면 해결은 불가능하다. 뇌에 문제가 생겼는데, 심장을 꺼내 수술하면 곤란하다. 그렇다면 교육부 '교육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의 원인 진단은 정확할까? 교육부가 밝힌 세 가지 원인을 살펴보자.
원인부터 잘못 짚은 '교권 보호' 대책
첫째, 교육부는 '교육활동 침해 지속 증가, 숨겨진 침해까지 고려시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관련 통계도 제시했다. "학교 현장의 교육활동 침해 건수가 지속 증가하여 '22년 처음으로 3000건 이상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육 활동 침해 건수를 밝혔는데, 2019년 2662건, 2020년 1197건, 2021년 2269건, 2022년 3035건이라고 했다.
한국교직원공제회가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심리상담 서비스인 'The-K 마음쉼' 이용자를 보면, 2020년 1만417건, 2021년 1만3489건, 2022년, 1만3640건이었다(서울경제 인터넷판, 2023년 8월 1일, <[단독] 교권 침해에 심리상담 급증…예산 모자라 중단하기도>). 코로나19 때문에 줄어들었다는 교육 활동 침해 건수와 심리 상담 건수가 기사 제목처럼 연결되지 않는다.
교육부가 8월 23일 발표에는 빼놓았지만, 작년 말 자료에 따르면 2017년과 2018년 교육 활동 침해 건수는 각각 2566건, 2018년 2454건이었다(교육부 보도자료, 2022년 12월 27일, <모든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교육활동 보호 추진>).
교육부 자료에 따르더라도, "교육 활동 침해 지속 증가"라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게다가 이를 '교권침해 증가', '학생 인권'과 연결하는 것은 그야말로 '무논리'다. 학생 인권 공격은 교육부 단골 메뉴이자 못된 습관이다.
▲ 연도별 교육활동 침해 건 교육부가 발표한 2023년 8월 27일 보도자료와 2022년 12월 27일 보도자료 내용을 그래프로 재구성하였다. 교육부는 ‘지속 증가’라는 표현을 하며, 2022년에는 공개했던 2017년과 2018년 통계는 보도자료에 넣지 않았다. |
ⓒ 김홍규 |
교육부가 든 두 번째 이유인 '학생 권리와 교권 간 불균형이 교육활동 침해 발생의 근본 원인'을 살펴보자. '교육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은 "학생의 책무성을 수반하지 않은 학생인권조례의 영향, 학생인권의 지나친 강조가 교권 추락에 주요 원인이라는 의견이 다수"라는 이유를 들었다.
2022년 한국교육개발원(KEDI) 조사와 2023년 한국교총 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교육부가 옮긴 자료에서 KEDI는 '교권침해의 주요 원인'이 '학생 인권의 지나친 강조'라는 응답이 42.8%로 1순위였다고 했는데, 한국교총은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에 영향을 미쳤다'에 '동의'한다는 응답이 83.1%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특정 단체와 일부 자료를 선별하여 인용하였다. 'S 초 교사 사망 사건'이라는 참사를 학생 인권을 축소하려는 기존 견해를 관철하는 계기와 근거로 활용하는 나쁜 의미의 '정치적' 태도를 보였다.
"교사에 대한 인권침해 상황이 그간 학생인권을 강조함으로써 생겨난 문제라거나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탓으로 돌리려는 일각의 주장에는 경계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교사의 교권과 학생의 인권은 결코 모순·대립되는 것이 아니고, 따라서 택일적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학생인권과 교권의 충돌 사례로 제시된, 학생의 교사 폭행이나 수업 방해, 학부모의 괴롭힘 등 행위는 학생인권과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 보도자료, 7월 23, <초등교사 사망사건 관련 국가인권위원장 성명> 일부)
교육부는 세 번째 배경으로 '공교육 위기를 극복하고 교권을 확립하는 중차대한 시기'를 꼽았다. 덧붙여 "교권 침해는 교육활동 방해를 넘어 교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며 모든 학생의 학습권까지 침해하여 공교육 붕괴의 주원인으로 부각"했다고 강조했다.
공교육 위기의 주범인 교육부가 학생 탓하는 상황
공교육이 위기를 맞는 것이 학생 인권 조례 탓인가? 학생들의 인권이 너무 높아서인가? 아직도 많은 학교에서 학생의 머리카락 색깔을 단속하고, 교문 앞에서 교복을 입지 않았다고 이름을 적고 있다.
'교실에서 학생을 내보낼 권리'를 대단한 것처럼 말하지만 교실에서 쫓겨나는 학생은 이미 존재한다. 많은 학생은 수능 시험 시간에도 갈 수 있는 화장실을 수업 시간이라는 이유로 마음대로 가지도 못한다. 휴대전화를 아침에 걷어서 학교 수업이 끝날 때 돌려주는 학교도 여전히 있다. 일부 여학교 교훈에는 아직도 '순결', '참된 어머니'가 들어 있다.
우리나라 공교육이 왜 문제가 되는지를 물어보면 교육부라고 하는 대답이 많다. 그런데 마치 교육부는 자신들은 아무 잘못이 없고 학생들이 공교육을 망치는 '악마'라도 되는 양 몰아간다. 교육부는 '종합방안'에 색깔이 들어 있는 글자로 "정상적인 교육환경 보장을 간절히 바라는 전국 교원들의 호소에 부응"하는 대책을 마련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고교학점제 이야기가 나온 지 6~7년이 지났다. 초기에는 마치 교사가 전공이 아닌 과목을 맡을 수 있으니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고 몰아세웠다. 교사를 2000명 넘게 늘려야 한다는 국책 연구 기관(KEDI)의 연구 결과는 묻혀서 온 데 간데 없다(연합뉴스, 2022년 5월 1일, <"고교학점제 도입하려면 교사 연평균 최대 2천200명 더 필요">). 시·도 담당 장학사는 늘려도 교사 수는 줄고 있다. 이제 전공 수업만 3~4과목을 맡는 교사는 흔하다. 심지어 5과목을 맡는 교사도 있다. 다른 학교로 겸임 수업을 다니는 교사도 여럿이다.
몇 년 후에 학생이 다시 줄어든다고 늘어난 학생을 한 반에 그냥 모아두어 특정 학년의 학급당 학생 수가 7~8명씩 늘어나기도 했다. 이제 담임교사와 부장교사, 담임교사와 업무 2~3개를 맡는 교사를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누가 공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누가 교사를 힘들게 하는가?
진정 교사의 권리를 침해하는 곳은 어디인가? 지난 번 난리가 났던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사태 때, 목마른 교사들이 알아서 문제를 해결하게 뒷짐만 지고 있던 이들은 누구인가?
교육부는 지금이라도 학교와 교육 현실을 바꾸지 못하는 '교육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을 거둬들여야 한다. 그리고, 공교육을 살릴 방안이 무엇인지 학교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바란다. 교육부는 그동안 과연 어떤 정책이 학교구성원의 요구를 반영해 만들어지고 집행되었는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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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론보도]
본보는 지난 8월 28일자 「'교권 보호' 하겠다더니... 결국은 학생 인권 공격?」제목의 기사에서, NEIS 사태 당시 교육부가 뒷짐만 지고 있었다는 취지의 내용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이에 대해 교육부 측은 "교육부는 NEIS 개통 이후 전국 나이스 운영센터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학교현장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24시간 비상대응반을 운영하였고, 신속한 원인 분석과 프로그램 개선, 문제접수 신고 등 문제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였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문은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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