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19가 가져온 성과관리 혁신의 시대
SK엠앤서비스 대표이사 박정민
기성세대의 눈에 MZ세대는 너무 이기적이고 개인적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 이들은 자아 실현, 자기 존중과 성장, 그리고 공정한 평가와 보상에 대한 관심이 크다. 이러한 요건이 충족되면 깜짝 놀랄 정도로 업무에 몰입하여 좋은 성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고용이 유연하지 않는 국내 기업들의 입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려는 의욕이 없는 구성원이 증가하는 것은 심각한 현상이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일률적으로 사무실 복귀를 추진하기도 어렵다. 입사시 재택근무를 제도화한 기업을 선호하는 것은 물론이고, '재택근무가 없어서 퇴사한다'는 얘기도 드물지 않은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집과 사무실 등 업무공간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근무시간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근무제도를 이미 도입했거나 검토 중인 기업이 늘고 있다.
이처럼 일과 성과에 대한 인식과 환경이 크게 변화함에 따라 어떻게 하면 구성원들이 좋은 성과를 내고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지, 또한 리더는 이들의 성과와 성장을 어떤 식으로 지원하고 육성할 것인지에 관한 관점과 인프라 측면에서도 변화와 혁신이 요구된다. 기존의 연간 단위 목표 수립과 1회성 평가 방식은 많은 한계를 노출하고 있으며, 공정한 평가와 구성원 성장을 위한 육성, 코칭의 선순환 구조도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은 조직의 비전과 소명(Mission)에 구성원 개개인이 수행하는 업무의 의미와 가치를 긴밀하게 연계시키고, 리더의 불완전한 기억이 아닌 축적된 데이터에 기반하여 구성원의 성과를 평가하고, 삶과 커리어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성과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필자의 회사는 기업 고객사를 대상으로 임직원 복지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업을 주력으로 하다 보니 구성원 복지를 위해 무엇이 중요한가에 대한 고민을 심도 깊게 하는 편이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개념의 복지는 물론,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인프라 또한 구성원 복지의 한 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재택근무와 유연근무 등으로 눈 앞에 보이지 않는 구성원들에게 목표를 부여하고 성과를 창출하며 그들을 평가하고 코칭해야 하는 리더들에게도 인프라는 이전에 비해 더욱 중요해졌다.
효율적인 비대면 근무 환경 조성과 공정한 평가를 하기 위해 필자의 회사는 ‘자율근무관리 시스템’과 ‘상시 성과관리 시스템’ 등의 인프라를 구축했다. 자율근무관리 시스템은 구성원이 본인의 일간·주간 근무계획을 직접 작성하고, 계획 대비 잔여 근무 시간을 확인하거나, 휴가 등록과 사용 등을 간편하게 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외부 업무가 많거나 PC 사용이 어려운 환경의 영업·생산직종 구성원도 모바일 디바이스로 제약없이 이용할 수 있다.
상시 성과관리 시스템은 연 1~2회 평가에서 벗어나 상시적으로 목표 수립 및 관리를 할 수 있다. 수시로 조직과 개인의 업무 진척도를 파악할 수 있어, 중간 피드백과 축적된 데이터에 기반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가능하게 해준다. 이러한 기능은 애자일(Agile) 조직문화와 근무 방식을 구현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인프라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경영진과 리더, 구성원들 간의 소통과 피드백이다. 1 on 1(일대일 면담)을 통해 수시로 주요 과업의 진행사항을 점검하고 그것이 조직의 목표와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또한 개인의 성장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환기시켜주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는 CEO로서 신입 구성원과의 첫 만남에서 늘 “1년에 한번씩 헤드헌터와 통화하라”고 권한다. 매년 본인의 시장가치를 1년 전과 비교해 보고, 좋아지지 않았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점검해 보라는 뜻이다. 시장에서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애쓰는 구성원은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도 더 큰 기여를 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성과관리 제도와 시스템은 급여와 성과급 지급, 승진 심사 등을 위한 1차원적인 등급 부여 수준을 벗어나 리더와 구성원이 적극 소통하면서 성과를 끌어올리고 구성원 개개인의 성장 기회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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