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만 좋은데…길가 어지럽히는 '정당현수막' 총선까지 이대로?

선거법 개정됐지만 별다른 영향 없어
선거 눈앞, 규제 법안 통과 쉽지 않아

각 지방자치단체가 넘쳐나는 '정당현수막' 규제를 위한 조례를 속속 마련하고 있다. 현행 옥외광고물법은 정당현수막을 사실상 무제한 허용하고 있어서, 지자체의 정당현수막 규제 조례는 상위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법의 개정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지만,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두고, 각 정당이 스스로를 규제하는 법령 개정에 나설 가능성이 작다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서울시의회는 이날부터 320회 임시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임시회에서는 허훈 국민의힘 시의원이 발의한 '서울특별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도 논의될 예정이다. 이 조례안은 정당현수막 개수를 국회의원 선거구별 2개 이하로 정하는 대신 신고를 필한 정당현수막의 경우 지정 게시대에 개수 제한 없이 우선 설치할 수 있게 한다.

12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소금밭사거리에서 연수구청 관계자들이 시 조례위반 정당현수막을 강제 철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당현수막은 전적으로 옥외광고물법에 영향을 받는다. 정당현수막은 지난해 12월 개정된 옥외광고물법이 개정되면서 논란이 되기 시작했다. 이 법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정당현수막의 게시 장소와 수량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 지난 24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공직선거법을 개정하면서, 선거현수막 등 시설물 설치 금지 기간을 기존의 '선거일 180일 전'에서 '선거일 120일 전'으로 단축했다. 작년 헌법재판소가 관련 조항 헌법불합치 판결을 하면서 선거현수막의 규제가 사라져 원칙적으로 무제한 게시가 가능해지자, 일정 정도의 규제를 다시 적용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선거법 개정으로 정당현수막이 줄어들 것이라 기대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선거법이 규정하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선거현수막과 정당현수막은 다르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원회 관계자는 "이번에 개정된 선거법은 선거운동과 관련된 부분"이라며 "정당현수막은 선거법에 따라 선거 기간에만 달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정당현수막이 난무하자 일부 지자체들은 자체적인 규제에 나서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 6월 정당이 내거는 현수막을 선거구 1곳당 4개로 제한하고, 장소도 지정게시대로 한정하는 조례를 통과시켜 지난달부터 강제 철거에 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는 상위법에 위임 조항이 없어 지방자치법에 위반되는 조례라며 지난 6월 대법원에 이 조례를 폐지해달라고 제소했다. 지방자치법 제28조에 따르면 조례는 법률의 위임 규정 없이는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을 제정할 수 없다. 이에 인천시의회는 정당현수막 난립으로 인한 기본권과 평등권 침해를 지적하며 위헌법률 심판제청 신청서를 제출했다.

행안부도 고민이 있다. 지자체의 의견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법률상 이를 제지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신일철 생활공간정책과장은 이달 열린 한 토론회에서 "통상적 정당 활동과 환경·안전·도시미관·형평성 등이 조화될 수 있도록 정당현수막 난립 방지를 위한 구속력 있는 법령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과장은 통화에서도 "국회에 관련 법안이 다수 발의되어 있다"며 "행안부도 지자체와 현장의 의견을 취합해 의원실에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 총선까지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어두운 관측도 나온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선거가 눈앞에 있기 때문에 정당이 스스로 현수막을 규제하는 법 개정에 찬성할 가능성은 작다"며 "사실상 법 개정 이외에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지속적인 여론의 관심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