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엘리뇨…차세대 에너지원 ‘바이오 매스’가 뜬다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디스토피아의 첫 사례인 코로나19 사태가 끝나자마자 올해 여름철에는 대폭염, 대가뭄, 대홍수, 대산불 등 또다른 디스토피아 문제로 지구촌과 전 세계인을 흔들어 놓고 있다. 디스토피아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부통령으로 근무했던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우리 국민, 우리 미래(our people, our future)'라는 미래 아젠다에서 처음으로 제시됐다.
디스토피아란 유토피아(utopia)의 반대되는 개념인 반(反)이상향으로, 예측할 수 없는 지구상의 가장 어두운, 특히 극단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말한다. 유토피아의 저자 토마스 모어는 인간 현실 세계의 이상향으로 유토피아를 제시했는데, ‘그 어느 곳에도 없는 장소’란 뜻으로 현실에 없는 이상적인 상(像)을 말한다.
<그림 1> 펄펄 끓는 2023년 지구촌 온도, 자료 : NOAA, 한국은행
2015년부터 이 과제를 다뤄왔던 세계경제포럼(WEF)은 앞으로 10년 동안 세계 경제에 미칠 위험 요인으로 경제·환경·지정학·사회·기술 등 5개 분야에 걸쳐 총 28개의 디스토피아 우선 과제를 발표했다. 발생 확률과 파급력을 기준으로 각각의 순위를 매겨 정책당국자와 기업인, 그리고 개인이 쉽게 대응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 특징이다.
WEF는 발생 확률이 높은 다섯 가지 위험으로 ①국가 간 분쟁 ②극단적 기상이변 ③사이버 테러 ④국가 거버넌스 실패 ⑤구조적 실업과 마약, 자살 등 사회적 병리를 꼽았다. 발생 때 파급력이 클 다섯 가지 위험으로는 ①기후변화 대응 실패 ②수자원 위기 ③급속한 전염병 확산 ④대량 살상무기 ⑤국가 간 분쟁 순이다.
발생 확률과 파급력을 동시에 감안할 때 최우선 디스토피아 과제로 꼽힌 ‘기상이변’은 1990년대 이후 교토의정서 등을 통해 각국이 노력해 왔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어 환경 디스토피아는 날로 악화되는 추세다. 2020년대 들어 파급력이 가장 큰 환경적 디스토피아로 생물학적 다양성 손실과 생태계 붕괴 등이 꼽힌다.
기후환경협약을 윤리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시각이 부상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각국의 책임 회피와 이기주의로 미뤄왔던 ‘포스트 교토의정서’를 서둘러 진행하고 윤리적 문제부터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포스트 교토의정서에서는 회원국들이 윤리적 의무를 다하겠다는 다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협약을 윤리적 문제로서 다뤄야 하는 것은 시간과 공간에 의해 피해와 혜택이 분리되고 가장 취약한 계층에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사망사고 등 재앙이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구적 환경문제는 문제를 야기한 사람들이 사는 지역과 공간적, 시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지역의 사람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올여름 전 세계에 들이닥친 이상기후는 지구 환경문제의 이런 특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기후변화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국가들은 온실가스(GHG)를 가장 적게 배출하는 가난한 국가들이다. 윤리학 이론들은 식물, 동물과 생태계를 보호하는 책임에 관해 다른 결론을 낼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것은 윤리체계가 엄격히 금하고 있다.
<그림 2> 고물가 시대에 진입한 세계 경제, 자료 : 블룸버그, 한국은행
기후변화가 윤리적 문제로 부각되는 또 다른 이유는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재앙이 닥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기후변화는 인명과 건강과 지속적인 삶을 위한 자원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생물과 생태계를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그 피해는 질병, 가뭄, 홍수, 태풍에 의한 사망, 해수면 상승, 강력한 태풍, 농업에 대한 악영향, 질병의 다양화, 식량과 부족, 삶의 터전의 상실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나타난다.
상황이 이런 데도 각국이 자신의 경계 내에서 심대한 피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여러 활동을 규제할 권한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구속력 있는 국제법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울타리 바깥에서 벌어지는 활동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 왔다. 각국 정부는 윤리적 의무감을 갖고 타국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자국 국민의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각국의 입장에서는 대책 차원에서 ‘그린 성장’과 기업 입장에서는 ‘그린 글로벌 스탠더드’를 맞추고 구체적인 실천강령으로 ESG에 초점을 맞춘 경제정책과 경영계획 운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는 기업 입장에서는 ‘에너지 청정형’으로 생산구조를 바꾸는 동시에 원자력, 풍력 등으로 에너지원을 다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청정 에너지원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바이오매스(biomass) 에너지 자원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는 추세다.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이란 이상기후를 일이키는 주범인 이산화탄소(CO2)를 대체할 광합성 작용 등을 통해 태양에너지를 저장한 식물성 유기체를 통칭하는 에너지원을 말한다.
ESG 에너지원으로 바이오매스가 부상하는 데에는 많은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매스에서 추출한 바이오 연료 등은 에너지 자원을 재배?육성해 반복 생산할 수 있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이다. 또 바이오매스 자원은 에탄올, 디젤 등과 같은 액체연료나 메탄, 수소 등과 같은 기체연료로 변환해 기존의 석유나 가스의 대체에너지로 사용 가능하다.
현재 바이오매스는 연간 2천억 톤이 생성되는데 이를 모두 전력이나 열에너지로 전환할 경우 전 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8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이용 가능한 바이오매스는 농산물, 삼림, 해양식물의 일부로 한정돼 왔다. 앞으로 기술개발 등을 통해 관련 영역을 확대해 나갈 경우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은 무궁무진하다고 관련기관들은 보고 있다.
특히 앞으로 전개될 기후변화협약 시대에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바이오매스에 대한 수요는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을 연소시키더라도 대기 중에 방출되는 CO2는 바이오매스 육성 시 광합성에 의해 흡수되는 중립적인 에너지로 인식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 여름철 지구촌 곳곳에 닥친 이상기후는 슈퍼 엘리뇨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미국 콜롬비아대학교부설 기후변화연구소(INI)는 내년에는 올해보다 한 단계 높은 슈퍼 옐리뇨 현상이 더 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한반도는 124년 최장기 가뭄 주기설로 볼 때 마지막 대가뭄이 1901년에 발생했던 점을 감안하면 다음 대가뭄은 2025년에 맞물린다. 이 가뭄은 정점을 전후로 10∼15년 동안 지속된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디스토피아 시대에 있어서는 종전의 규범과 제도보다 ESG 등과 같은 행동주의 가치와 기본이 더 중시될 가능성이 높다. 디스토피아, 그 자체가 불확실성을 내포해 위험이 상수항(함수 y=a+bx에서 'a')이 되는 2020년대에 모든 경제주체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ESG 실천이 최고 덕목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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