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니 재밌어" "'빽' 생길수도"…SNS서 청소년 흥밋거리 전락한 '소년원'
전문가 "일종의 과시욕, 잘못된 가치관 형성 우려"
28일 10대들이 주로 이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소년원' 해시태그를 검색하자 관련 게시물들이 2000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소년원출신'이나 '소년원출소' 등도 각각 90만건, 50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보였다. 상당수는 소년원을 다녀왔다거나 곧 가게 된다고 올린 게시물이었다. 흥겨운 음악에 유행하는 춤을 추며 소년원에 대해 궁금한 것을 물어보라는 한 영상에는 5만개가량의 '좋아요' 표시와 1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고, 소년원 송치 전 단계인 '소년의료보호시설 위탁' 처분을 받았다는 게시물 또한 6만개에 육박하는 좋아요와 358개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소년원 관련 질문을 받는다는 한 게시물에 "거기(소년원) 사람들 무섭나요?"란 질문이 올라오자 작성자는 "은근 다 착해요"라고 답했다. "2년 동안 어떻게 지내나"란 댓글엔 "재밌게"라고 답했다. 또 다른 게시물에서는 "9호 처분(6개월 이하 단기 소년원 송치)은 어떻게 받나"란 질문이 올라오자 "판사 앞에서 울면 봐줌"이라는 답이 나왔고, "소년원 갔다 오면 '빽' 생기나"란 댓글엔 "친해지면 생기겠지"라는 말이 오갔다. 팬이라고 하거나 여러 이모티콘을 쓰며 호응하는 반응도 있었다. 한 게시자는 자신이 어느 소년원을 다녀왔는지 맞혀보라는 퀴즈를 내고 친해질 사람을 구한다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소년원 다녀온 것이 자랑이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그 수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범죄를 저질러 보호처분을 받은 미성년자들이 소년원 경험을 SNS에서 흥미를 끄는 소재로 소비하는 것이다.
소년원은 범죄를 저질러 보호처분을 받은 '촉법소년'과 '범죄소년'을 수용하는 학교 형태의 교정 교육 시설이다.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은 형사처벌은 불가능하지만, 소년원 송치는 가능하다.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범죄소년은 형사처벌이 가능하지만 범죄 정도에 따라 보호처분이 내려질 수도 있다. 소년원은 8~10호에 해당하는 보호처분을 받았을 때 송치된다. 8호는 1개월 이내, 9호는 6개월 이내, 10호는 2년 이내다. 보호처분은 형사처벌보다 처벌 수위가 낮고 범죄기록도 남지 않지만, 명백하게 범죄를 저질렀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SNS에는 이처럼 소년원에 다녀온 사실을 알리며 과시하는 청소년들의 게시물이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소년기의 특징으로 남들이 겪어보지 않은 경험을 자랑하고 싶은 영웅심리 같은 경우"라고 진단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도 "일종의 과시욕으로 소년원 관련 게시물들을 올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년원을 경시하고 가볍게 소비하는 분위기가 잘못된 가치관 형성과 범죄를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SNS에서는 '소년원에 가는 방법' 등을 묻는 영상과 글도 찾아볼 수 있다. 한 게시물에서 미성년자가 즐거운 표정으로 춤을 추며 "집에서 쫓겨났는데 소년원 가는 방법 좀 알려달라"고 묻자 "경찰서 안에서 소화기 뿌리면 가능", "비싸 보이는 자전거 훔치면 쉽게 감"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지난 6월8일 에는 한 10대 소년이 "소년원에 가고 싶다"며 경부고속철도 신경주역 선로 위에 30㎝ 크기의 돌덩이를 올려놨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소년원을 경시하는 문화가 이어진다면 범죄 억제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며 "특히 범죄를 저지를지 고민하는 '경계선'에 있는 청소년들이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일종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도 "아이들은 성인의 조언보다 같은 편이라 생각되는 또래의 말에 더 신뢰를 보내기 쉽다"며 "도덕관과 윤리관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범죄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잘못된 가치관이 형성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통념을 벗어나 범죄를 긍정하는 등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게시글·영상을 차단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봤다. 곽 교수는 "플랫폼 차원에서 자체적인 규정을 만드는 등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자정 작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차선책으로 정부 차원에서 규제를 만들거나 플랫폼 업체들에 직접 요구사항을 전달할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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