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적이라더니… 유류세 인하 만 2년, 세수도 ‘펑크’ [스토리텔링경제]

이의재 2023. 8. 28.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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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4차례 유류세 인하 조치 중 단연 최장·최대
물가 하락 효과는 노린다지만 세수감도 ‘막대’
전문가들은 “지나친 연장 막아야” 조언


2021년 시작된 유류세 인하 조치가 다섯 차례의 연장 끝에 만 2년을 채우게 됐다. 그간 이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급격한 인플레이션 사이에서 정부가 적절한 종료 시점을 잡지 못한 탓이다. 막대한 ‘세수 펑크’가 발생한 올해는 인하 조치로 인해 발생하는 세수 감소도 큰 부담이다. 한시적 조치여야 하는 유류세 인하가 지나치게 장기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10월 중 현행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여부를 또 한 번 결정할 예정이다. 2021년 11월부터 시행된 이번 인하 조치는 일몰 때마다 연장이 결정돼 시행 기간이 오는 10월 31일까지 늘어난 상태다. 현재 휘발유에는 25%의 인하율이 적용돼 ℓ당 205원의 세부담이 경감되고 있다. 경유·액화석유가스(LPG)에 적용되는 인하율은 37%로 각각 ℓ당 212원, 73원의 세금이 줄어든다.

5차례 연장된 이번 인하 조치, 규모도 기간도 역대 '최대'

유류세 인하란 고유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정부가 택할 수 있는 대표적 대응 정책이다. 현행 교통·에너지·환경세법은 해당 세목에 최대 50%의 탄력세율을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득이한 상황에서 정부가 국회를 거치지 않고 시행령 개정만으로 세금을 깎아줄 수 있게 하는 취지다.

지금껏 유류세 인하 조치는 총 4차례 실시됐다. 이번 조치는 그중 시행 기간과 인하 폭 모두 단연 최대다. 지난 2000년 김대중정부에서 처음 도입한 유류세 인하는 당시 휘발유와 경유의 세금을 각각 5%, 12% 인하하는 데 그쳤다. 기간도 2개월이 고작이었다. 국제원유 가격이 배럴당 140달러를 넘나들던 2008년에는 이명박정부가 유류세 인하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이때는 10개월간 인하 조치가 지속됐지만 인하 폭은 역시 10%에 불과했다. 2018년 문재인정부에서 재차 도입한 인하 조치 역시 10개월간 최대 인하율 15%를 기록한 수준이었다.

반면 이번 유류세 인하 조치는 처음부터 20%라는 역대 최대 인하율로 막을 올렸다. 최초에 정부가 구상한 인하 기간은 6개월이었다. 하지만 도중에 터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는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넘기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국내 소비자물가도 걷잡을 수 없이 뛰어올라 지난해 7월에는 물가상승률이 6.3%에 이르렀다. 그 사이 인하 조치는 속절없는 확대·연장의 길을 걸었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인하 폭을 30%까지 확대했고 2개월 뒤 37%로 추가 인하를 실시했다. 올해도 휘발유 인하 폭만 25%로 축소한 채 4월과 8월 한 차례씩 조치를 연장했을 뿐이다.

물가 안정 효과 존재하지만…누적 세수 감소도 수십조원 예상
유류세 인하 조치의 가장 주된 기능은 세 부담 완화를 통한 물가 안정이다.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올해 7월 전국의 휘발유·경유 판매가격은 각각 ℓ당 1585.5원과 1396.5원이었다. 반면 감면세액이 전부 물가에 반영된다고 가정했을 때, 인하 미실시 시의 ℓ당 가격은 각각 1787.5원과 1608.5원이었다. 이를 통해 계산한 유류세 인하 조치의 지난달 물가상승률 기여도는 –0.35%p에 달한다. 2.3%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던 지난달 물가도 인하 조치가 없었다면 6월(2.7%)과 비등한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에 수반되는 천문학적 규모의 세수 감소다. 앞서 정부는 이번 유류세 인하 조치로 지난해까지 약 8조80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한다고 추정했다. 휘발유와 경유가 나란히 20%씩 인하될 경우 달마다 약 45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든다고 알려졌다. 이를 토대로 올 들어 조정된 인하율과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유종별 수요 예측을 반영하면 올해도 유류세 인하로 월평균 약 71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전망이다. 10월까지 약 7조원 이상의 세수가 추가로 줄어든다는 뜻이다. 다만 기재부 관계자는 “변화하는 유류 소비를 반영할 수 없어 신뢰도 높은 추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 정부는 40조원을 넘나드는 역대급 ‘세수 펑크’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지난 6월 5년 만에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를 종료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설상가상으로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인하 조치의 여파로 지난해에도 1년 전보다 수입이 5조5000억원 줄었다. 올해는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서도 동기간 세수가 7000억원 더 감소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너무 장기화돼선 곤란” 조언…‘조치 실효성 의문’ 목소리도
최근 반등 조짐을 보이는 기름값에 기재부의 고민은 다시 깊어지고 있다. 오피넷에 따르면 8월 4주의 전국 휘발유 가격은 1740.8원으로 지난해 9월 2주 이래 가장 높았다. 1개월 전(1599.3원)과 비교해도 140원 넘게 상승한 가격이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의 유가 수준이 정상 범위 내에 있으므로 탄력세율의 본분에 맞게 이쯤에서 인하 조치를 종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현재 국제유가는 배럴당 80달러를 밑돌아 과도한 인하 조치 연장이 불필요한 수준”이라며 “진짜 고유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여력이 있을 때 조치를 종료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류세 인하의 실효성 자체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3월 에너지경제연구에 게재된 ‘유류세 인하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 논문은 이번 유류세 인하 조치가 경유의 판매가격은 거의 낮추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경유 유류세 인하분의 12~27%만이 판매 가격에 반영됐고 심지어 일부 기간에는 판매가격이 오히려 더 상승했다는 것이다. 장희선 전북대학교 경제학부 조교수는 “유류세는 원칙대로 징수하고 해당 재원을 보조금의 형태로 지급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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