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발전·배움…유망주만의 무대→농구인의 결전지 된 박신자컵 [IS 청주]

김우중 2023. 8. 28. 07: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7일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부천 하나원큐와 청주 KB 스타즈의 경기가 끝난 뒤 KB 박지수가 경기장 밖에서 팬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WKBL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루즈볼을 향해 몸을 던졌다. 정규 리그를 방불케하는 허슬플레이가 팬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주말 동안 청주체육관의 코트는 여자농구 선수들의 치열한 열기로 가득했다. 

지난 26일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2023 우리은행 박신자컵’이 열렸다. 한국 여자농구의 ‘레전드’ 박신자 여사의 이름을 딴 대회는 올해 WKBL 6개 팀과 해외 3개국(일본·호주·필리핀) 4개 팀이 참가해 무려 10개 팀이 청주로 모였다. 당초 ‘박신자 서머리그’로 불린 이 대회는 대개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는 성장의 무대에 가까웠다. 지도자 육성을 위해 코치들이 대신 지휘봉을 잡기도 했다.

지난 26일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2023 우리은행 박신자컵’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신자 여사. 사진=WKBL

하지만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선 달랐다. 각 팀의 정식 사령탑이 1군 선수들과 함께 코트를 밟았다. 실제로 임근배 용인 삼성생명 감독·위성우 아산 우리은행 감독·박정은 부산 BNK 썸 감독은 올해 처음으로 박신자컵에 데뷔했다.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AG)을 앞둔 선수들 역시 소속팀으로 복귀하며 전열에 합류했다. 

대회 첫날, 박신자 여사가 8년 만에 방문해 코트 분위기를 더욱 끌어 올렸다.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 여사는 후배들에게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 목숨을 바쳐서 하고 싶다는 ‘절실함’ 없이는 성공도 없다”고 강한 조언을 남겼다.

27일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용인 삼성생명과 아산 우리은행의 경기. 우리은행 박지현이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WKBL

박신자 여사의 조언 덕분일까, 대회 첫날부터 WKBL 4개 팀이 해외 팀을 상대로 연이어 승전고를 울렸다. 

대회 2일 차에는 더욱 치열한 승부가 펼쳐졌다. 국가대표 가드 박지현(23·우리은행)은 삼성생명을 상대로 28득점 10리바운드 6어시스트 5스틸을 기록하며 코트 위를 지배했다. 직전 도요타와의 2차 연장 접전을 풀타임 소화했음에도 국가대표 가드다운 활약을 뽐냈다. 특히 레이업·피벗 플레이·미드레인지 점퍼 등 다양한 공격 기술을 보탰다. 팀은 76-67로 이겼다.

27일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부천 하나원큐와 청주 KB 스타즈의 경기. KB 박지수가 득점 후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WKBL
27일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부천 하나원큐와 청주 KB 스타즈의 경기. KB 박지수(왼쪽)가 앤드원 플레이를 이끌어낸 뒤 이윤미와 합작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WKBL

다음 경기에선 ‘농구 여제’ 박지수(24·KB)가 자신의 안방에서 웃었다. 박지수는 부천 하나원큐와의 경기에서 26득점 14리바운드 4어시스트 5블록으로 공수에서 빛났다. 팀의 주포 강이슬이 4득점으로 부진한 사이, 홀로 팀의 공격을 이끌며 61-53 승리를 이끌었다.

두 선수가 이날 유독 빛난 이유는 코트 위에서 거침없이 몸을 내던졌기 때문이다. 오는 9월 항저우 AG라는 큰 대회를 앞두고 있음에도, 선수들은 승부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박지현은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이런 경험은 나중에 큰 도움이 된다”며 반겼다. 박지수 역시 “국제대회를 경험해 보니 3점슛 장착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나도 계속 발전하고 싶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배움을 얻는 건 한·일 사령탑들도 마찬가지다. 이날 구나단 감독이 이끄는 신한은행은 도요타에 50-98로 크게 졌다. 기록적인 대패에도 구나단 감독은 “도요타의 수비가 매우 타이트했다. 넘어설 수 없는 스피드였다”고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우리도 도요타같이 스피드를 앞세운 수비를 펼쳐야 한다고 매번 얘기했는데, 오늘 다시 한번 느꼈다. 이런 수비를 우리도 배워서 코트에서 보여주길 바란다”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27일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도요타 안텔롭스와 인천 신한은행의 경기. 구나단 신한은행 감독이 코트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WKBL
27일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에네오스 선플라워즈와 부산 BNK 썸의 경기. 카시와쿠라 히데노리 에네오스 감독이 코트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WKBL

이후 이날 마지막 경기에서 첫 승리를 신고한 W리그 챔피언 에네오스의 카시와쿠라 히데노리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에네오스는 BNK와의 접전 끝에 후반전 대역전극을 앞세워 대회 1승을 따냈다. 카시와쿠라 감독은 “BNK와 KB 모두 수준 높은 팀”이라고 치켜세우면서 “한국 팀들이 워낙 피지컬과 리바운드 스킬이 뛰어나다. 선수들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평했다. 이어 “정말 많은 공부가 되고 있다”고 거듭 강조할 정도였다.

이날 코트 위에서 승장과 패장은 나뉘었지만, 모두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는 감상은 일맥상통했다. 지난 주말 청주체육관에는 양일간 총 1956명의 유료 관중이 입장했다. 과거 박신자컵 서머리그 당시엔 입장료가 무료여서 정확한 수치 비교는 어렵다. 다만 WKBL 홍보팀 관계자는 “가시적으로만 봐도 전보다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고 평했다. 팬들의 열띤 응원에 선수들과 감독은 진심을 다하는 플레이로 답했다. 남은 대회 일정에 팬들의 시선이 모이는 이유다.

 
청주=김우중 기자 ujkim50@edaily.co.kr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