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의 인사이트] 이재명 구속에 안간힘, 검찰이 띄운 '승부수' 통할까
[이충재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하고 있다. |
ⓒ 권우성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백현동 개발 특혜·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증거인멸'에 막바지 수사력을 집중해 관심이 쏠립니다. 검찰은 지난 주부터 이 대표 주변인물들의 증거인멸 의혹 수사에 부쩍 공을 들이는 모습입니다. 법조계에선 이 대표에 대한 혐의 입증이 쉽지 않자 '증거인멸 우려'를 구속영장 청구 사유로 강조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하지만 검찰의 이런 '승부수'가 통할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시각도 만만찮습니다.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여부는 '윤석열 검찰'의 명운이 달린 건곤일척의 싸움입니다. 검찰은 이번에 구속영장이 청구돼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송부되면 대장동 사건 때와는 달리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이 대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그동안 검찰이 이 대표에게 했던 모든 수사가 부정될 뿐 아니라 여론의 거센 역풍이 몰아닥칠 수밖에 없습니다. 가뜩이나 편향적 수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마당에 검찰 조직에 치명타가 될 수 있습니다.
검찰, 증거인멸 쪽으로 수사 중심 옮겨
법조계에선 현재 백현동, 쌍방울 사건에서 이 대표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검찰이 백현동 의혹과 쌍방울 사건을 함께 묶어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한 것도 각각의 혐의가 충분치 않아서인 것으로 알려집니다. 그런데 두 사건을 묶어도 구속영장 발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내부 판단에 따라 수사 중심을 증거인멸 쪽으로 돌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의 경우 이 대표에게 적용된 주요 혐의는 배임죄이지만, 이를 입증하기 위한 '동기' 부분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성남시가 이재명 성남시장 선대본부장 출신의 로비스트'로부터 청탁을 받고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청탁대가로 받은 금품이 이 대표에게까지 전달됐는지는 밝혀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이 대표에게 적용될 혐의는 '제3자 뇌물죄'인데 뇌물의 대가성이 입증돼야 합니다. 쌍방울이 북한에다 돈을 줬으니, 그것에 상응하는 것을 경기도로부터, 이재명 지사로부터 받은 사실이 드러나야 하는데 그 부분이 빠져 있습니다. 현재 검찰이 확보하고 있는 증거는 이화영 전 부지사와 쌍방울 김성태 회장의 진술뿐인 데다 이 전 부지사가 '대북송금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이 오락가락해 재판부로부터 신뢰를 얻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선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해도 발부가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견해입니다. 법원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영장 발부의 주요 조건은 혐의의 상당성과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입니다. 하지만 현재로선 혐의의 소명이 불분명하고 야당 대표로서 도주의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검찰로선 부족한 혐의의 상당성을 증거인멸로 보완한다는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풀이됩니다.
검찰은 이 대표 소환을 앞두고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 재판 지연과 관련해 곧 이 대표 측근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입니다. 이 전 부지사 재판기록이 민주당으로 유출된 의혹과 관련해서도 지난주 변호사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이 대표를 불러 사실 여부를 확인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검찰은 최근 '민주당 돈봉투 의혹' 등 일련의 사건에서 증거인멸 우려를 부각시켜 구속영장을 받아낸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대장동 '50억 클럽' 수사에서 박영수 전 특검을 두 번째 영장청구 끝에 구속시킬 수 있었던 것은 박 전 특검이 망치로 휴대폰을 폐기한 사실을 추가하는 등 증거인멸 가능성을 부각해서였습니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이 검찰의 영장 재청구 끝에 구속된 것도 관련자들의 휴대전화 교체 등 조직적인 증거 인멸에 나선 정황이 확인돼서였습니다.
그러나 쌍방울 사건 증거인멸 의혹을 규명하기 쉽지 않은데다, 이 대표와의 직접적인 관련성도 밝혀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검찰의 전략이 통할지는 불투명합니다. 이 대표 구속영장을 발부받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검찰과 정치적 명운이 걸린 이 대표 간에 치열한 싸움은 이번 주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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