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개편 2개월]①'공모가 4배'가 부추긴 단타 광풍…'새내기주 주의보'
공모가 거품 논란도…전문가 “높은 변동성 주의해야”
스팩 주가 널뛰기…금감원 “스팩 손실 가능성” 주의
상장 당일 주가가 공모가의 최대 4배로까지 오르는 이른바 '따따블' 기대에 단타 광풍이 거세다. 이에 따라 기업공개(IPO) 시장이 투기판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주가가 본질가치를 빨리 반영할 수 있도록 가격제한폭을 늘렸지만 오히려 단타가 몰려 주가가 널뛰는 부작용이 나타나서다.
단기 차익 노린 투기성 거래 늘어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IPO 기업 17개사 중 기관 수요예측을 거쳐 상장한 8개사(총 17개 기업 중 스팩 4개, 코넥스 4개, 재상장 1개 제외)의 공모가 대비 7월 말 주가 평균 수익률은 8.1%로 집계됐다. 시초가는 공모가 대비 119.2%로 높게 형성됐지만, 이후 주가가 내려 수익률이 떨어졌다. 공모주를 받아 상장 첫날 시초가에 팔았다면 평균 119.2%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지만, 한 달간 보유하고 팔았다면 평균 8.1%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시초가에 사서 한달간 보유했다면 평균 43.5%의 손실을 봤다.
이들 종목은 새로운 가격제한폭이 적용된 새내기주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새로 상장하는 종목의 기준가격 결정 방법 개선, 가격제한폭 확대 내용을 담은 업무 규정 시행 세칙을 개정했다. 핵심은 상장 당일 공모가의 60~400%까지 가격제한폭을 변경한 점이다. 기존 '공모가의 90~200% 수준에서 시초가 결정 →장중 ±30% 이내 변동'에서 6월26일부터 시초가부터 당일 종가까지 장중 가격은 '공모가의 60~400%까지 변동'으로 바꾼 것이다.
이후 이른바 '따따블(공모가의 4배)'을 기대한 투기성 거래가 늘며 IPO 시장이 과열됐고 단타 세력이 빠지면 주가가 급락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필에너지의 경우 공모가 대비 시초가는 260.6% 올랐지만 상장 첫날 종가는 공모가에서 48.5% 오르는 데 그쳤고 이후 계속 조정을 보였다"면서 "시초가가 당일 높게 형성되는 것은 긍정적이나, 단기간에 주가 조정폭이 크게 나타나는 등 주가 널뛰기가 심했다"고 설명했다.
공모가 거품 논란과 주가 널뛰기
제도 개편 이후 시장이 과열되면서 공모가 거품 논란도 일었다. 지난달 신규 상장 8개사 중 6개사(에이엘티, 버넥트, 뷰티스킨, 외이랩, 센서뷰, 필에너지 등)가 희망공모가 밴드의 상단을 초과했다. 센서뷰와 시지트로닉스가 희망공모가 밴드 최상단보다 25% 높은 가격에 공모가가 결정됐고, 에이엘티는 21.95%, 엠아이큐브솔루션은 20%를 각각 웃돌았다. 상단에 확정된 기업은 이노시뮬레이션이었으며, 하단에 확정된 기업은 파로스아이바이오뿐이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IPO 요건이 점차 완화되고 시장의 유동성도 좋아서 단기간에 기업가치가 오르는 기업이 생겨났다"고 짚었다.
새내기주 공모가가 희망 밴드의 상단을 초과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당국이 당황했다.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IPO 건전성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적정 공모가 산정을 위해 기관 수요예측을 내실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증권신고서 제출 이전에도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사전 수요조사를 허용해 주관사가 공모가 범위를 합리적으로 재평가·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관행적으로 2일간 진행되던 수요예측 기간도 연장해 공모가 범위 내에서 적정 공모가가 선정될 수 있도록 했다. 김수연 연구원은 "상장기업들의 공모가 대비 수익률이 낮아진 건 가격제한폭이 400%로 확대됐기 때문이 아니라 공모가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기관의 자금이 몰린 것도 공모가 거품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해외 부동산 등에서 줄줄이 사고가 터지면서 기관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공모주로 몰렸다는 것이다. 박종선 연구원은 "기관 수요예측을 거친 8개 기업 공모가 확정 현황을 살펴보면 공모가 상단 이상 비중이 87.5%로 2022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희망 밴드 상단 또는 그 이상을 기록한 공모주가 늘면서 주가 변동성도 확대됐다. 시큐센(198%), 알멕(190%), 이노시뮬레이션(199%), DB금융스팩11호(187.5%), 필에너지(260.6%) 등은 공모가 대비 200% 가까이 오른 시초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공모가마저 밑도는 새내기주가 속출했다. 과도한 공모가 산출과 단기 차익을 노린 단타 광풍의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IPO 개정안에 따라 기대수익률이 높아져 시장이 과열됐다"면서 "장중 높은 변동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당부했다.
스팩 과열 '금감원 경고'
가격제한폭 변경 이후 과열 현상이 가장 극심하게 나타난 곳은 바로 스팩이다. 일각에서는 '가격제한폭 400%' 룰에서 스팩을 제외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스팩 상장 건수는 지난 7월 말까지 총 19건에 달한다. 대형사뿐 아니라 중소형 증권사도 스팩 IPO에 적극 나섰다. 올해 '스팩 최다 상장' 기록이 경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스팩은 기업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다. 상장 시점엔 실체는 없이 수급으로만 움직이는 주식이다. 지난달 가격제한폭 변경 이후 상장한 스팩의 단타 거래가 극심했다. 7월6일 상장한 교보14호스팩은 공모가가 2000원이었지만 상장 2일차 주가가 8190원까지 치솟았다. 7월12일 상장한 DB금융스팩11호는 상장 당일 공모가 대비 시초가 등락률이 187.5%에 달했다. 스팩의 시가총액이 적어 가볍기 때문에 급등락이 심한 편인데, 가격제한폭 변경으로 변동성이 더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현상에 금융당국은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제도 변경에 따른 부작용을 당국에서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봤다. 이에 금융감독원이 나서 투자자 유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최근 신규 상장하는 스팩의 상장 직후 주가가 급등락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스팩은 합병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며 합병 이전에는 공모가 수준의 가치만을 가진다"고 경고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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