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연필사건’ 아닌 사건으로 물타기” 교사노조 주장

김판 2023. 8. 28.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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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사노동조합이 경찰이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과 관련해 원인으로 지목된 '연필 사건'이 아닌 지난해 사건을 학교폭력 사안으로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물타기 수사'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서울교사노조는 "경찰의 2022학년도 학급 학생에 대한 조사가 2023학년도의 진실을 물타기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사건 발생 한 달이 지나도록 2023학년도 관련 경찰의 수사는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수사 방향 또한 슬픔에 잠긴 교사들에게 의구심만 증폭할 뿐이다. 진실 규명을 위한 경찰의 제대로 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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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사건 아닌 지난해 사건 학교폭력으로 조사 중”
경찰 조사받은 학부모들, 교사노조에 제보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마련됐던 고인의 추모 공간. 오른쪽 사진은 유족이 공개한 고인의 생전 모습. 연합뉴스, 유족 블로그 캡처


서울교사노동조합이 경찰이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과 관련해 원인으로 지목된 ‘연필 사건’이 아닌 지난해 사건을 학교폭력 사안으로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물타기 수사’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서울교사노조는 “의구심만 증폭되고 있다”며 “경찰의 제대로 된 수사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교사노조는 27일 경찰 조사를 받은 학부모들로부터 “고인의 사인을 2022학년도에 있었던 일로 몰고 가는 것 같아 당황스럽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서울교사노조에 따르면 경찰은 고인이 지난해에 담당했던 1학년 8반 학부모들에 대한 전화 조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경찰은 이른바 ‘연필 사건’과는 관련이 없는 1학년 학급 당시 A학생의 학교폭력 사안을 언급했다고 한다.

한 학부모는 경찰로부터 “학생 A가 평소에 학급 학생들을 많이 때린 것 같은데, 자녀가 사과를 받았느냐” “A의 행동에 동조했던 학생들의 이름은 무엇이냐?” “고인이 이직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는데, 그 이유가 학생 A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A의 학부모를 소환해서 조사할 계획이다” 등의 얘기를 들었다고 노조에 제보했다. 모두 7명의 학부모가 비슷한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이에 해당 학부모들은 “경찰이 학생 A의 행동에 대해 확대해석을 하고, 고인의 사인을 2022학년도에 있었던 일로 몰고 가는 것 같아 당황스럽다”라고 전했다. 또 한 학부모가 경찰에게 “A의 행동은 경찰이 말하는 것처럼 폭행까지는 아닌 것 같다”라고 하자, 경찰은 “그 정도 사안이면 학교폭력 신고 사안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서울교사노동조합 보도자료


경찰은 또 고인이 2022년 겨울 방학 전에 병가를 낸 적이 있는데 이 역시 학생 A와 관련이 있는 것인지 학부모들에게 물었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교사노조는 고인이 다리 골절로 학교에 나오지 못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2022년 사건 수사와 관련해 경찰은 ‘유족의 요청에 의해 시작한 것’이라고 학부모들에게 설명했는데, 유족 측은 이 같은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서울교사노조는 밝혔다.

이에 서울교사노조는 “경찰의 2022학년도 학급 학생에 대한 조사가 2023학년도의 진실을 물타기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사건 발생 한 달이 지나도록 2023학년도 관련 경찰의 수사는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수사 방향 또한 슬픔에 잠긴 교사들에게 의구심만 증폭할 뿐이다. 진실 규명을 위한 경찰의 제대로 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고인이 된 교사가 생전에 스트레스를 호소했던 이른바 ‘연필 사건’의 가해자 부모가 현직 경찰 간부와 검찰 수사관인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경찰 수사 결과를 못 믿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다만 경찰은 고인과 통화하거나 메시지를 주고받은 학부모 4명을 조사했지만 폭언이나 갑질 등 범죄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가해 학생 학부모가 경찰 간부인 점에 대해서는 학부모의 직업은 사건의 본질과 관계가 없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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