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줄취소' 면했지만…"노란버스 돈 주고도 못 구한다"
정부가 초등학교 현장 체험학습의 전세버스 단속을 당분간 유예하기로 하면서 2학기 수학여행은 정상적으로 재개될 전망이다. 하지만 마땅한 대책에 없는 상황에서 학교의 안전사고 부담만 커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란버스를 둘러싼 혼란은 2학기 개학을 앞두고 교육부가 일선 초등학교에 공문을 보내면서 시작됐다. 13세 미만 어린이들이 현장 체험학습을 가려면 일반 전세버스가 아닌 어린이 통학버스로 신고된 버스를 타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지난해 10월 법제처가 비상시적인 현장 체험학습을 가기 위한 어린이의 이동도 도로교통법상 ‘어린이의 통학 등’에 해당한다고 해석한 데 따른 조치다.
어린이 통학버스는 차량을 노란색으로 칠하고 어린이 하차 확인장치와 어린이의 신체 구조에 맞는 안전띠를 설치해야 한다. 학교 현장에선 버스를 구하기가 어려워 2학기 수학여행이 취소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가 커졌다.
체험학습 버스 연간 5만대…‘노란버스’는 2000여대뿐
전국전세버스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등록된 어린이 통학버스는 총 6955대다. 이중 수학여행이나 현장체험학습에 전세버스로 쓸 수 있는 ‘대형버스’는 2431대뿐이다. 올해 1~6월 초등학교 체험학습 운행 차량으로 4만9860대가 계약됐는데, 한참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대부분 학교의 현장 체험학습이 9~11월 중에 몰려 사실상 버스 대절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혼란이 계속되자 25일 교육부는 국무조정실, 경찰청 등 관계부처와 회의를 열고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도출될 때까지 단속 대신 계도·홍보를 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고 이를 즉시 시도교육청에 안내했다”고 밝혔다. 또 “동승보호자 탑승 및 교통안전교육 실시 등을 통해 어린이 교통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 조치해달라”고 당부했다.
“일반 버스 ‘불법’인데…안전사고 책임만 커져”
교육 당국이 그간 대책 마련에 소홀했다는 비판도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법제처의 유권해석은 법령을 소관하는 중앙행정기관이 구체적인 사실관계 등을 고려해 다르게 집행되는 경우도 있다”며 “학교 현장의 혼란을 막고 대책을 마련해야 함에도 교육부는 법이 이러니 학교가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경찰청에서 공문 발송된 이후 수차례 대책회의를 했지만 뚜렷한 답을 내지 못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어린이 통학버스는 학교나 학원 등 근거리 통학에 사용되는 버스가 대부분이다. 구조 변경된 차량 자체가 없어서 예산을 지원한다 해도 구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버스 업계는 저출산으로 초등학생 수가 줄어드는데 어린이용 버스를 늘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오성문 전국전세버스연합회 회장은 “대형버스를 (어린이용 통학버스로) 개조하면 1대당 최소 450만원이 든다”며 “어린이만을 위해 운행해야 하기 때문에 체험학습이 없을 때도 성인에게 통근, 관광 용도로 대여할 수 없어 영업 손실이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전국전세버스연합회 등은 “기존 버스에 ‘어린이 탑승 알림’ 표기하고 안전 주행하는 등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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