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천문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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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가평의 천문대에 다녀왔다.
짙은 밤하늘에 수많은 별이 박혀 있었다.
언제나 비슷한 별과 달이 보이는 하늘이라고 생각해 왔기에, 그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해본 적 없었기에 하늘이 이렇게나 빠르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왼쪽 하늘에서 보이던 별들은 순식간에 가운데 쪽으로 이동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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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가평의 천문대에 다녀왔다. 짙은 밤하늘에 수많은 별이 박혀 있었다. 언제나 불빛이 즐비한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형상이었다. 직원분들의 안내를 받아 몇 개의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했다. 별들이 금세 망원경의 시야 밖으로 사라지는 바람에 계속해서 위치를 바꾸어야 했다. 지구의 자전 때문이었다. 언제나 비슷한 별과 달이 보이는 하늘이라고 생각해 왔기에, 그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해본 적 없었기에 하늘이 이렇게나 빠르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왼쪽 하늘에서 보이던 별들은 순식간에 가운데 쪽으로 이동해 있었다. 덕분에 지금은 산 너머에 있는 별들을 몇 시간 뒤에는 볼 수 있다고 했다.
부모님을 따라온 아이들은 망원경으로 별을 발견할 때마다 신난 비명을 질렀다. 우리를 비롯해 참여한 어른들 역시 아이들처럼 신기해하며 기뻐하고 있었다. 우주의 신비와 거대함 앞에서는 모두가 작아졌지만 축소된 자아는 오히려 인간에게 자유를 주는 듯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별은 토성과 목성이었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어 그 모습이 자세히 보였기 때문이다. 토성의 고리는 귀여운 모양이었다. 직원분의 설명에 따르면 망원경을 통해 처음 토성을 발견한 갈릴레이는 “귀가 있는 별이 있다”라고 말했다고 했다. 고리의 모양이 정확히 보이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목성의 표면에 위치한 두 개의 줄무늬와 네 개의 위성도 망원경으로 볼 수 있었다. 그 역시 귀여웠다.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지구 밖의 행성들이 선명한 이미지로 내 눈앞에 보인다는 사실이 잘 믿기지 않았다. 반면 직접 눈으로 본 행성들은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우주 공간이 정말 나를 둘러싼 실재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했다. 단순히 거리가 멀 뿐 실재하는 것들에 대해서 사실은 내가 그 존재를 잘 믿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날 밤에는 인간이란 얼마나 연약한 것인가, 추상이란 인간 감각을 벗어나 있는 대상과의 거리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하는 생각을 하며 잠들었다.
김선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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