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기술이 ‘묻지마 범죄’ 막는 대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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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묻지마 흉악범죄'가 발생하면서 사형 집행 부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범죄자를 단죄해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통계적으로 사형 집행과 강력범죄 발생률의 인과관계는 뚜렷하지 않다.
법이 '묻지마 범죄' 예방책을 내놓을 수 없다면 기술은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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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묻지마 흉악범죄’가 발생하면서 사형 집행 부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범죄자를 단죄해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사형만큼 강력한 예방책이 또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끔찍한 범죄가 다시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선량한 다수의 바람도 담겨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통계적으로 사형 집행과 강력범죄 발생률의 인과관계는 뚜렷하지 않다. 국제앰네스티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미국에서 사형 제도가 있는 주의 평균 살인사건 발생률은 10만명당 5.71건, 사형 제도가 없는 주에서는 10만명당 4.02건이었다. 사형 제도가 있는 주에서 살인사건이 더 많이 발생한 셈이다. 반면 영국에서는 1966년 사형제 폐지 이후 20년간 살인사건이 6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사형이 선고되고는 있지만 1997년 12월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 대법원이 사형 판결을 확정한 것도 2016년이 마지막이었다.
법이 ‘묻지마 범죄’ 예방책을 내놓을 수 없다면 기술은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까. 최근의 사건을 보면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떠올랐다. 필립 K 딕이 1956년 쓴 단편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로 미래를 내다보는 예지자들을 통해 예비 범죄자들을 잡아들이는 범죄예방관리국을 무대로 한다. 영화와 같은 시스템이 있었다면 최근의 악몽 같은 사건들은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범죄가 발생하기 전에 이를 알려주는 경보가 울리고, 대응팀이 출동해 범인을 현장에서 체포했을 테니.
범죄 예방 기술도 하나둘 현실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지능형 CCTV’다. 카메라의 화질이 좋아지고, 인공지능(AI) 등을 통해 움직임을 분석할 수 있는 기능이 고도화하면서 이를 활용해 범죄 징후를 포착하는 데 사용한다. 예를 들어 지명수배자의 얼굴을 인식해 실시간으로 위치를 파악하거나, 흉기를 들거나 수상한 행동을 하는 걸 포착해 빠르게 대응할 수도 있다.
CCTV를 가장 광범위하게 활용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약 5억개의 CCTV로 중국인의 얼굴과 목소리까지 세세히 들여다본다는 의혹을 받는다. 촘촘하게 깔린 CCTV가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를 거둘 수는 있지만 악용되면 시민을 감시하는 ‘빅브러더’로 악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깔린 주제는 ‘실제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을 처벌할 수 있는가’이다. 미래를 예측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행동하지 않았다면 그건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을 ‘범죄를 저지르려고 했다’는 이유로 처벌할 수 있을까. 범죄 피해자가 될 뻔한 무고한 사람들은 지킬 수 있지만 반대로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사람이 처벌받게 될 수 있다. 다수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용납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애국자법’으로 불리는 테러대책법을 내놨다. 테러를 막기 위해 도·감청 등 그동안 불법이었던 정부의 감시 권한을 허용해 줬다. 그 결과 무고한 사람이 고문까지 받는 일이 벌어졌고, 미국의 민주주의가 훼손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는 막지 못해 법의 효용성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기술은 그 자체로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없다.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앞으로 기술의 발전 속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류의 발전을 위해서도 사용되겠지만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우려된다. 기술 사용에 대한 윤리적 고민, 사회적 합의, 법적 규제 등 종합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김준엽 산업1부 차장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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