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욱의 슬기로운 금융] ‘중국 부동산 위기’ 강 건너 불구경 할 처지 아니다

2023. 8. 28.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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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개발 기댄 과잉 성장 화 불러
지갑 닫은 중국인 디플레 우려 커져

국내 부동산 비중 76%… 中보다 많아
주택가격 추가 하락땐 내수 직격탄

최근 중국경제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중국의 거대 부동산개발회사가 이자 300억원을 갚지 못했다는 것이 그 시작이었는데, 이제는 금융위기가 닥칠지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다. 중국 시스템은 우리와 사뭇 다르기에 쉽게 말할 순 없지만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코로나 종료 선언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좋지 못하다. 코로나 기간 중 다른 나라와는 달리 국민에게 재정지원을 하지 않은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부동산시장 불안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간의 부동산 개발에 기댄 과잉성장을 시정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조치를 한 것이 화를 부른 것이다. 어쨌거나 최대 교역국의 경기가 안 좋으면 우리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데, 더구나 우리 부동산시장은 중국 못지않게 불안하다는 점에서 강 건너 불구경만 할 처지는 아닌 것 같다.
중국경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비구이위안은 중국에서 5년 연속 주택판매 1위를 차지한 부동산개발회사인데, 8월 초 회사채 이자를 상환하지 못해 부도 위기에 몰렸다. 지방 중소도시에 주택을 많이 지어 중국공산당의 이쁨을 독차지했다는 이 회사가 위기에 빠졌다는 말은 중국 부동산시장 전체가 위태롭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사실 중국의 부동산은 코로나 발생 이후 급격히 위축됐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중국정부의 과감한 부동산시장 개혁조치가 거론되고 있다. 2020년 중국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부실 부동산개발업체에 대한 은행 대출을 막아버렸다. 취지는 좋더라도 방법이 거칠었기 때문에 부실업체는 물론 부동산시장 전체가 얼어붙고 말았다. 문제는 중국인 재산의 70%가 부동산이라는 점이다. 집값 하락으로 재산이 줄어든 중국인들은 지갑을 닫기 시작했고, 덕분에 소비자물가가 7월에 마이너스(-0.3%)로 돌아섰다. 인플레이션보다 무섭다는 디플레이션이 코앞에 닥친 것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이제까지 중국경제의 최대 불안 요인으로 지목되던 그림자금융(엄격한 감독을 받지 않는 비은행 금융회사)의 폐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룽국제신탁이라는 회사가 부동산개발업체에 거액의 자금을 빌려줬다가 손실을 입었고, 그 영향으로 만기가 된 상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동안 중국 당국의 조치로 은행 대출이 막힌 부동산업체들이 앞다퉈 그림자금융으로 달려갔었기에 앞으로 또 어떤 금융회사가 지면을 장식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국면이 됐다.


이제 관전 포인트는 중국정부가 불안한 부동산시장과 그림자금융 문제를 어떻게 수습하는가로 넘어가고 있다. 당장 지난주 초에 기준금리 격인 대출우대금리를 0.1% 포인트 낮췄고, 주말에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더라도 지금 집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생애 첫 주택 구입’ 명목으로 이자 등에 우대 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부동산에 쏠려 있던 유동성이 빠져나가면서 생긴 위기를 유동성 추가공급으로 해결하려는 모양새다. 이런 조치가 성과를 얻으려면 경제기초가 탄탄해야 하는데, 중국은 생산성 향상보다는 단순 투자 확대에 기대어 성장했기에 건강한 상태가 아니라고 하겠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거 탈출하는 가운데 위안화 가치가 16년래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한국

안타까운 것은 한국의 원화가치도 속절없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어려워지자 외국인투자자가 한국을 중국과 동일시한 데 따른 것이라고 위로해 보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도 중국과 별반 다를 바 없다. 특히 부동산 상황이 중국과 닮았다. 시중의 유동성이 주로 부동산에 몰려 있어 자칫하다가는 중국 꼴이 나게 생긴 것이다. 최근에는 ‘순살 아파트’로 대변되는 건설업계에 대한 실망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이 월평균 5조원씩 늘었다. 덕분에 주택 거래가 늘고 가격이 반전하는 등 부동산 불패신화가 재연될 조짐이다.

이렇게 된 데는 정부의 노력이 결정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우리의 자산 내 부동산 비중은 중국보다 더 높은 76%여서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 내수시장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경기부양이 시급한 정부로서는 그간 금리 상승으로 부동산시장이 주춤해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규제완화라는 명목으로 주택 관련 유동성 확대를 꾀했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증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특례보금자리대출이 대표적이다. 이 대출은 DSR(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 규제를 우회할 수 있도록 설계됐는데, 지난 1~7월 중에 무려 31조원이 대출 승인됐다. 또 금융감독원장은 상생금융이라는 이름으로 금융회사를 순회하며 가계대출금리 하락을 압박했다. 중국 조치들과 닮아 보이는 데서도 알 수 있다시피 이런 노력은 부동산시장의 호전을 염두에 둔 것이다. 정부는 이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해 화룡점정 해주기를 고대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금리 인하 당분간 어려울 듯

이런 와중에 지난 주말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잭슨홀 미팅에서 인플레가 목표 수준에 다다를 때까지 긴축기조를 이어가겠다고 했는데, 당분간은 금리를 인하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이런 상황에서도 금리를 내릴 수 있는 나라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자칫하다가는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한은도 기준금리를 동결했고, 시장에서는 금년 중에 금리가 인하될 기대를 접는 분위기다.

경기부양을 생각하면 금리 인하가 절실하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기가 겁나는 마당에 마침 중국이 무엇이라도 해야만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이러니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의 이목이 중국에 몰리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경제체력과 시장원리에 맞게 부동산 관련 유동성을 들어냄과 동시에 생산성 향상을 꾀하는 것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이 바로 옆에 있어 자세히 살펴볼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 줄 모른다.

안희욱 LUX경제그룹대표·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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