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 고어 울린 '3후보' 또 뜨나...'잠룡 15명' 美대선 가를 3대 변수 [김형구의 USA 오디세이]

김형구 2023. 8. 28.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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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구 워싱턴 특파원

2024년 11월 5일 치르는 미국 대선을 향한 대장정이 본격 개막했다. 지난 23일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들 간 첫 토론회가 출발을 알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불참 속에 치러진 경선 첫 토론회는 오히려 ‘넘사벽’ 트럼프의 위상을 재확인하는 무대가 됐다. 최근 급부상하며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비벡 라마스와미를 중심으로 낙태, 우크라이나 전쟁 등 현안을 놓고 뜨거운 난타전을 벌였지만 결국은 ‘2위 싸움’이었다.

내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왼쪽)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양강 구도가 뚜렷한 가운데 이렇다할 위협적인 후보군이 등장하지 못하면서 2020년 대선에 이어 두 사람의 리턴 매치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토론회가 ‘그들만의 리그’에 그친 건 직후 공개된 지지율 조사 수치로도 나타난다. 25일 발표된 로이터ㆍ입소스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의 52%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초 발표된 같은 기관 조사에서는 47%였는데 토론회 후 오히려 5%포인트가 오른 셈이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이달 초와 마찬가지로 13%를 유지했다. 토론회에서 가장 활발했던 라마스와미의 지지율은 5%에 그쳤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불참 속에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치러진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들의 첫 토론회. 애사 허친슨 전 아칸소 주지사,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팀 스콧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왼쪽부터)가 연단에 서 있다. AFP=연합뉴스
신재민 기자


누가 되든 51대49 박빙 싸움


27일까지 차기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인사는 민주당과 공화당을 합쳐 총 15명에 이른다. 민주당에서는 현직 프리미엄을 안고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한 조 바이든 대통령에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작가 마리안 윌리엄슨이 도전장을 냈다. 야당인 공화당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해 11월 일찌감치 대선 출마를 선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해 한때 ‘리틀 트럼프’로 불렸다가 다른 길을 간 디샌티스 주지사, 트럼프의 러닝메이트였던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기업가 라마스와미, ‘새로운 세대 리더십’을 표방하는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당내 유일한 흑인 상원의원 팀 스콧(사우스캐롤라이나), ‘반(反)트럼프 노선’으로 차별화한 애사 허친슨 전 주지사, 2016년에 이어 대선 도전 ‘재수’에 나선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 등 12명이 잠룡으로 꿈틀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양강 구도가 꽤 오래 지속되면서 워싱턴 DC 정가에선 2020년 대선에 이어 두 사람의 리턴 매치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각이 많아지고 있다. 다만 정치 양극화 심화 속에 누가 후보가 되든 51대 49의 초박빙 싸움이 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다.

대선 승부를 가를 핵심 변수로는 경기 상황, 전직 대통령을 옭아매고 있는 사법 리스크, 제3 후보 출마 여부가 꼽힌다.


‘체감상’ 좋지 않은 미 경제 변수


미 대선 때 경제가 호황이냐 불황이냐에 따라 표심이 크게 달라진다는 건 오래된 통설이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경제 정책 ‘바이드노믹스’(Bidenomics) 홍보에 전력을 쏟는 이유다. 바이든 행정부 취임 이후 미 경제는 지표상 나쁘지 않다. 지난 7월 발표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 기준 2.4%로 1분기보다 0.4%포인트 높아졌다. 실업률은 3%대로 사상 최저치 수준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경제정책 ‘바이든노믹스’(Bidenomics)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하지만 정작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체감 경기가 나아지지 않아서다. 미국 가계의 실질소비지출 증가율은 지난 1분기 4.2%에서 2분기 1.6%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 5월 AP 통신 여론조사에서 ‘미국 경제가 좋다’고 답한 사람은 24%에 그쳤으며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동의한다’고 답한 이는 33%였다. 미 의회 한 관계자는 “미국의 평균 유가가 갤런당 4달러를 넘으면 정부 심판론이 확 커진다”며 “지난 6일 미 전역의 휘발유 평균 가격이 갤런당 3.83달러였으니 바이든에겐 적신호”라고 했다.


‘기소는 나의 힘’ 본선서 통할까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사법 당국의 각종 수사도 대선 민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변수다. 성추문 입막음 돈 지불 혐의, 백악관 기밀문서 불법 반출 혐의, 2021년 1ㆍ6 사태 관여 혐의, 2020년 대선 조지아주 투표 결과 조작 시도 혐의 등으로 네 차례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될 때마다 지지층 역결집 계기로 활용해 왔다.

실제 각 기소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오름세가 확인됐고 기록적인 정치자금을 모금하기도 했다. 지난 24일 역대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찍은 구치소 머그샷(범인 식별용 사진)도 티셔츠ㆍ머그컵 등 상품 판매 및 후원금 모금에 활용하는 등 지지층 결집의 촉매제로 삼고 있다. 트럼프 선거운동 캠프는 머그샷 촬영 등 구치소 수감 절차를 밟고 풀려난 뒤 이틀 만에 총 710만 달러(약 94억여 원)를 모금했다고 한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의류 인쇄 매장 직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머그샷이 박힌 티셔츠의 프레스 작업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기소를 선거전에 역이용하는 트럼프 전략이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는 효과를 보고 있지만 막상 내년 대선 본선에서 큰 어려움을 겪게 할 수 있다”(월스트리트저널)는 전망도 있다. 특히 대선 주요 고비 때 트럼프 재판 보도가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할 경우 공화당 내 온건 성향 유권자들의 기권표가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제3 후보 뜨면 대선 결정적 영향


또 하나의 관심사는 중도 성향 제3 후보의 출마 여부다. 바이든과 트럼프 둘 다 선택지가 아니라고 보는 유권자들의 비호감도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지난 6월 16~20일 NBC 여론조사에서 ‘2024년 대선이 바이든 대 트럼프의 재대결로 치를 경우 제3의 무소속 후보 지지를 고려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44%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미 중도성향 정치단체 ‘노 레이블스’(No Labels)를 중심으로 한 제3 후보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 정가는 제3 후보가 나올 경우 주요 스윙 스테이트(경합주)에서 경쟁 구도를 흔들며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실제 1992년 대선 때 억만장자 로스 페로가 공화당 조지 H.W. 부시 당시 대통령과 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 싸움에서 제3 후보로 출마해 공화당 표를 잠식하면서 조지 H.W. 부시의 재선을 막았고, 2000년 대선 때는 소비자운동가 랠프 네이더가 녹색당 후보로 출마해 민주당 성향 표를 파고들어 앨 고어 민주당 후보 석패에 영향을 미친 사례가 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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