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즈 루의 마켓 나우] 중국 경제 재채기, 한국은 감기 걸리나
중국 경제 둔화, 긴장하는 한국
중국이 재채기를 하면 아시아 나머지 국가는 감기에 걸린다. 특히 한국으로서는 중국 경기 둔화 우려에서 비롯된 금융 리스크 증대로 상당한 파급 효과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어려운 상황은 위안화 급락으로 명확하게 나타난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위안화 급락은 글로벌 금융 상황을 악화시키고, 지역 내 ‘리스크 프리미엄’(위험 자산과 무위험 자산의 수익률 차이)을 높인다. 원-달러 환율은 성장률이 둔화하고 시장 리스크가 높아질 때 상승하곤 했다. 중국의 경기가 위축되고 금융 리스크가 높을수록 이런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 원-달러 환율이 과거 국내 소비자 물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미 높은 수준인 한국 근원인플레이션(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 상승률)은 더 오랫동안 고공행진할 수 있다. 이는 세계 성장 둔화를 맞아 한국은행의 정책 대응을 복잡하게 만든다.
글로벌 소비자 심리가 낙관적이던 ‘좋은 시절’ 동안, 한국 경제는 수출과 높은 기술력으로 강력한 장기 수요에 따른 이익을 누렸다. 한국의 강점이었다. 그러나 선택재(필수재의 반대) 수요가 줄어드는 ‘어려운 시절’에는 그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한국은행은 올해 4분기부터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한·미 기준금리 차이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여 원-달러 환율이 오를 공산이 크다.
한국을 괴롭히는 게 또 있다. 한국은 주요 시장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 불편하게 낀 상태다. 지금까지는 한국이 양측의 수요 조건 변화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었다. 중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반도체의 최대 시장이다. 반면 한국의 자동차 기업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체제에서 미 정부가 주는 거대 보조금을 노리고 있다. 한국 대기업들은 베이징과 워싱턴 양측의 국가 안보와 산업 의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한국 산업의 운명은 경기변동과 관계 없이 두 강대국 사이의 지정학적 변화에 긴밀하게 엮일 것으로 전망된다.
루이즈 루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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