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吾何以觀之哉(오하이관지재)
2023. 8. 28. 00:22
공자가 말했다. “윗자리에 있으면서 너그럽지 못하고(居上不寬), 예를 행하면서 공경스럽지 않으며(爲禮不敬), 상(喪)을 당하여 슬퍼하지 않는다면(臨喪不哀), 그런 사람을 내가 무엇으로 평가할 수 있겠는가?” 『논어』 팔일편 마지막 장이다. ‘볼 게 없는 막된 사람’을 두고 한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볼 게 없는 사람’은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도 가난한 사람도 아니다. 인격적 결함이 심각하여 더 이상 사람으로 볼 수 없는 사람이 ‘볼 게 없는 사람’이고, ‘보잘것없는 사람’이다. 공경하는 마음 없이 형식만 챙기는 사람은 인정머리가 없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고, 상을 당해서도 슬퍼하지 않는 사람은 못된 놈이라는 욕을 먹어도 싸다. 그런데 공자가 보잘것없는 사람의 으뜸으로 친 “윗자리에 있으면서도 너그럽지 못한” 사람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별로 욕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윗사람은 당연히 그래도 된다는 생각이 구시대의 잔재로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윗자리 사람이 사사건건 싸우며 너그럽지 못한 꼴을 자주 보이면 사회 전체가 삭막해져서 살기(殺氣)마저 띠게 된다. 최근 흉기 난동의 원인도 어떻게 해서든 상대를 죽이려 드는 윗자리 사람들의 너그럽지 못함에 있을지 모른다는 반성을 해야 할 때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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