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정율성 영웅화…문정부 감사 적극 검토

현일훈, 김준영 2023. 8. 28.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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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가 48억원을 들여 조성 중인 정율성 역사공원, 서울 태릉 육군사관학교 교정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최근 역사전쟁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는 일제 강점기 항일 운동가 관련 논란들이다. 북한 조선인민군 행진곡,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 작곡가인 정율성(1914~76년) 공원을 놓고선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 간 충돌 양상마저 보인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2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사업에 대해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반헌법적 작태로 규정하고, 반드시 저지시키도록 총력 대응하겠다”며 “지방자치단체가 반헌법적인 사업에 재정투입을 할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제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법령 개정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정율성 역사공원’ 추진을 막기 위한 법률 실무 검토에도 착수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예상되는 법률적 방안은 지방자치법 184조, 188조에 따른 제반 조치가 있다”며 “그 외 감사원 감사와 헌법소원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방자치법 184조는 중앙행정기관 등은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관해 조언 또는 권고를 하거나 지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어 같은 법 188조도 법령에 위반되거나 현저히 부당해 공익을 해친다고 인정되는 시·도 업무에 대해선 주무 장관이 기간을 정해 서면으로 시정할 것을 명하고, 그 기간에 이행하지 아니하면 이를 취소하거나 정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 중앙정부 차원에서 정율성을 기리기 위해 국고를 지원한 사례가 나올 경우 감사원 감사 청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지난 23일 “정율성이 작곡한 ‘조선인민군 행진가’는 6·25전쟁 내내 북한군의 사기를 북돋웠고, 전쟁 위문공연단을 조직해 중공군을 위로한 사람”이라며 “전면 철회를 위해 헌법소원 등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25일 ‘국민통합위원회 1주년 성과보고 및 2기 출범식’에서 “어떤 공산주의자에 대한 추모공원을 어느 지자체에서 만든다고 한다”며 “그것이 과연 우리의 통합이나 관용과 부합되는 것처럼 해석된다면 우리의 자유와 연대, 통합의 기반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윤 대통령 “공산주의자 추모공원…사회 통합 기반 무너뜨리는 것”

지난 23일 한 시민이 광주광역시 남구 정율성 거리 전시관 앞을 지나고 있다. [뉴시스]

정부 차원의 관계 부처 TF(태스크포스) 구성도 추진한다. 정부 관계자는 “정율성 논란은 보훈부만의 이슈가 아니다”며 “문화체육관광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등 관련 부처가 함께 국고보조금 지급 내역 등을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전했다.

5·18 관련 단체, 4·19 관련 단체에서도 반발 기류가 감지된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격 당시 전사한 광주 출신 고(故) 서정우 하사의 어머니 김오복씨도 ‘정율성 역사공원’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1914년 광주 출생인 정율성은 1939년 중국공산당에 입당해 ‘팔로군 행진곡’(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을 작곡했다. 팔로군이 1947년 중국 인민해방군이 되면서 이 곡은 중국 인민해방군의 공식 군가가 됐다. 그는 해방 이후 평양에서 북조선노동당에 입당한 뒤 조선인민군 협주단장, 평양음대 교수로 활동하며 1949년 북한 군가인 ‘조선인민군 행진곡’도 작곡해 중국과 북한에서 영웅 대우를 받았다. 6·25전쟁 중 중국으로 다시 건너간 뒤 1951년 북한에 파병된 중국인민지원군을 위한 전선 위문 활동을 펼쳤으며, 1956년 중국인으로 정식 귀화해 여생을 보낸 뒤 1976년 사망했다. 2009년 중국공산당이 선정한 ‘신중국 창건 영웅 100인’에도 포함됐다.

광주시는 2020년 5월 동구 불로동의 정율성 생가 일대에 총사업비 48억원을 투입해 ‘정율성 역사공원’(878㎡) 조성 계획을 발표했으며, 올해 말 완공할 계획이다. 별도로 광주MBC는 2014년부터 ‘정율성 동요경연대회’를 주관하고 있다. 1회 대회는 호남대 공자학원이 공동 개최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공원 완공 의지를 재확인했다. 2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냉전은 30년 전에 끝났는데 철 지난 이념 공세가 광주를 향하고 있다”며 “언제나 그렇듯 광주 정신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일훈·김준영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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