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드민턴 역사의 날…세계선수권 안세영 단식 제패+서승재 2관왕

한국인 최초로 세계배드민턴선수권대회 단식 정상에 오른 여자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이 결승전 직후 환호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21·삼성생명)이 한국 배드민턴 역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27일 덴마크 코펜하겐의 로열 아레나에서 열린 2023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단식 결승에서 스페인의 백전노장 카롤리나 마린(6위)에게 2-0(21-12, 21-10)으로 승리하며 정상에 올랐다.

한국 배드민턴이 남녀를 통틀어 단식 종목에서 세계선수권을 제패한 건 지난 1977년 이 대회가 생긴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여자는 지난 1993년 방수현, 남자는 지난 1995년 박성우가 각각 결승에 올랐지만 두 선수 모두 은메달에 그쳤다. 여자 선수 기준 30년, 남자까지 포함하면 28년 만에 다시 결승에 오른 안세영이 우승까지 거머쥐며 두 선배의 오랜 아쉬움을 말끔히 씻어냈다.

우승 직후 포디움에 나란히 선 선수들. 안세영(왼쪽 두 번째)을 중심으로 준우승자 카롤리나 마린(맨 왼쪽)과 동메달리스트 야마구치 아카네(오른쪽 두 번째)와 천위페이(맨 오른쪽). 신화=연합뉴스

새 역사에 도전한 안세영에게 마린은 적수가 되지 못 했다. 1세트부터 안세영은 먼저 점수를 쌓으며 격차를 꾸준히 유지했다. 초반 4-4 동점 이후 안세영이 특유의 안정감 있는 수비와 과감한 공격으로 단번에 6점을 추가해 10-4까지 스코어를 벌렸다. 심기일전한 마린이 10-7까지 따라붙었지만 안세영이 이후 점수 차를 벌리며 21-12로 1세트를 가져갔다.

안세영은 2세트 초반 마린의 과감한 공격에 흔들리며 10-10까지 쫓겼지만, 이후 체력과 집중력의 우세를 앞세워 연속 득점하면서 상대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기세가 오른 안세영은 이후 단 한 점도 내주지 않고 11연속 득점하며 21-10으로 승부를 마무리지었다. 경기 후 활짝 웃으며 포디움(시상대) 맨 위에 오른 안세영은 “(세계적인 강자들과의 승부를) 잘 즐겼다. 그래서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우승 직후 두 팔을 하늘로 높이 들어올리며 환호하는 안세영. 신화=연합뉴스

안세영은 아시아선수권과 단체전인 수디르만컵까지 포함해 올 시즌 출전한 13차례의 국제대회 중 12차례 결승에 올라 그 중 8차례 정상에 오르며 압도적인 경기력을 뽐냈다. 지난달 한국 오픈과 일본 오픈에 이은 3개 대회 연속 우승 행진도 이어갔다.

한편 서승재(삼성생명)는 2관왕에 오르며 한국 배드민턴 부활의 기수 역할을 했다. 서승재는 채유정(인천국제공항)과 함께 나선 혼합 복식 결승에서 중국의 정쓰웨이-황야충 조를 2-1(21-17, 10-21, 21-18)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이 세계선수권 혼합 복식을 제패한 건 지난 2003년 김동문-라경민 조 이후 20년 만이자 역대 6번째 쾌거다.

이날 혼합복식 결승에서 중국의 정쓰웨이-황야충 조를 꺾은 서승재(오른쪽)-채유정 조. AP=연합뉴스

서승재는 강민혁(삼성생명)과 함께 나선 남자 복식에서도 정상에 오르며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덴마크의 킴 아스트룹-안데르스 스카룹 라스무센 조에 2-1(14-21 21-15 21-17)로 역전승을 거두며 환호했다. 한국 선수가 남자 복식을 제패한 건 지난 2014년 고성현-신백철 조 이후 9년 만이다.

한국 배드민턴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한 달 가량 앞두고 열린 세계선수권 무대에서 금메달 3개를 한꺼번에 수확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한국이 세계선수권 무대에서 세 종목을 석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아시안게임에서 7개 종목(남·녀 단식, 남·녀 복식, ·혼합 복식, ·남·녀 단체전) 모두에서 메달권 입상에 도전한다.

서승재(오른쪽)는 강민혁과 짝을 이뤄 출전한 남자 복식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세계선수권 2관왕을 달성했다. EPA=연합뉴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