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유통가 色 다른 동거
9월을 두근대며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몇 달 전부터 9월 맞이에 분주했다. 8월 말이 가까워오면서 본격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은행 잔고도 확인하고 예산을 세워본다. 휴가시즌도 끝났고 추석 연휴도 멀었는데 설레는 마음으로 9월이 오기를 손꼽는 이들은 누군가. 이들이 기다리는 것은 무얼까.
이렇게 9월을 기다리는 사람들, 그들은 미술애호가들이다. 그리고 그들이 기다리는 건 다음 달 6일부터 10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진행되는 두 건의 대규모 미술장터다.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Korea International Art Fair)와 세계 3대 아트페어인 ‘프리즈(Frieze)’가 서울에서 동시에 열린다.
키아프·프리즈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지는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예술 작품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갔고, 미술품이 재테크의 수단으로 각광받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초심자들도 3개월 전 열리는 얼리버드표를 구매하며 아트페어에 동참한다.
올해 21주년을 맞는 키아프는 국내 최초 아트페어로 지난해 약 9만명이 방문했다. 미술품 인기를 실감할 만한 수치다. 지난해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열린 프리즈는 2년차를 맞으며 기대감을 높였다. 근현대 미술 플랫폼 역할을 해 주고 있는 프리즈는 아트바젤(Art Basel), 피악(FIAC)과 함께 세계 3대 아트페어로 불린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업계와 호텔업계도 키아프·프리즈를 계기 삼아 다양한 ‘아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예술이 유통의 영역까지 확장한 셈이다.
지난해부터 키아프 공식 후원사로 참여 중인 현대백화점은 키아프에 ‘현대어린이책미술관(MOKA)’ 부스를 설치해 메타버스 체험공간 ‘MOKA 드림 아카이빙 타워’를 선보일 예정이다. 현장에서 현대백화점카드로 결제하면 티켓 가격의 20%를 할인해준다.
키아프 현장을 가지 않아도 백화점에서 열기를 느낄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25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무역센터점, 더현대 서울 등 전국 16개 점포에서 ‘더현대 아트 스테이지’를 진행한다. 문화센터에서는 ‘아트 콜렉팅’ ‘세계 미술 시장의 흐름’ ‘미술품 구매 가이드’ 등의 문화 강좌도 연다.
미술작품 소비에 대중성이 더해지면서 백화점 업계도 대응하기에 바빠졌다. 현대백화점은 아예 문화·예술·공연·전시 등 문화콘텐츠 관련 사업을 전담하는 ‘문화콘텐츠팀’을 별도로 운영 중이다. 정지영 현대백화점 영업본부장 부사장은 “현대백화점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한 문화 예술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향후에도 예술이 가진 다양한 가치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프리즈 서울 2023’ 공식파트너로 참여해 ‘신세계라운지’를 선보인다. 나무, 돌, 가죽 등을 자연에 가까운 소재를 활용하고, 한국 전통가구에 영감을 받아 테이블을 제작하는 등 라운지에 한국의 미를 담아냈다.
신세계백화점도 프리즈와 연계해 다양한 아트 마케팅을 펼친다. 다음 달 6일 서울 강남구 ‘분더샵 청담’에 신세계갤러리를 연다. 다음 달 6일부터 11월 8일까지 ‘관계미학의 작가’로 불리는 리크리트 티라바니자의 개인전을 진행한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일상에 끊임없이 새로움을 선사하는 아트 리테일로 차원이 다른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크라운해테제과도 3년째 아트 마케팅에 열심이다. 크라운해태제과는 키아프·프리즈 시기에 맞춰 다음 달 1일부터 10월 15일까지 서울 뚝섬 한강공원에서 ‘2023 한강조각 프로젝트’를 연다.
호텔업계의 아트 마케팅도 눈에 띈다. 아트페어 입장권과 연계해 미술작품을 다각도로 즐길 수 있는 패키지를 내놨다. 서울 송파구 시그니엘 서울은 프리즈 서울과 제휴해 입장권 2매가 제공되는 아트캉스(아트+바캉스) 패키지를 선보인다. 다음 달 6일 초대받은 인원만 참석 가능한 프리뷰데이에 입장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서울신라호텔도 프리즈 서울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달 말부터 이배 작가의 ‘붓질 시리즈’ 신작 2점을 서울신라호텔 1층 로비에 전시한다. 프리즈 서울 VIP 패스 2인 입장권이 포함된 패키지도 내놨다.
프리즈에서 벌써부터 주목을 받고 있는 이배 작가는 한국인 최초로 뉴욕 록펠러 센터에서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서울신라호텔 로비의 회화작품이 교체된 것은 2013년 리노베이션 당시 설치한 김홍주 작가의 ‘꽃 시리즈’ 이후 처음이다. 이배 작가의 신작은 연말까지 전시된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은 더 트리니티 갤러리와 협업해 ‘살롱 로맨티크’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18세기 프랑스의 살롱문화를 재현한 듯한 분위기에서 박소정 더 트리니티 갤러리 대표의 현대미술·아트마켓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아트 살롱은 다음 달 9일 진행된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도 ‘프리즈 서울 아트 패키지’를 출시했다. 파르나스호텔 관계자는 “예술의 범주가 확대되면서 관련 콘텐츠도, 소비자도 다양해지고 있다”며 “키아프, 프리즈 시즌에 맞춰 등장한 다양한 아트캉스가 예술의 여러 면모를 경험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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