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을 사고팔 수 있는 ‘패러다이스’(?) [편집장 레터]

김소연 매경이코노미 기자(sky6592@mk.co.kr) 2023. 8. 2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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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초 만에 뚝딱’ AI가 만든 그림도 저작권 인정받을까?
‘오픈AI’ 창업자 샘 알트만이 만든 ‘월드코인’은 무해할까?

“마우스 몇 번 딸깍하면 3초 만에 나오는 그림에 저작권이 있나?”

전 세계적으로 AI의 저작권 인정·침해 여부를 둘러싼 첨예한 논쟁이 펼쳐지는 중이라죠.

AI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챗GPT의 아버지 샘 알트만 오픈AI 창업자입니다. 샘 알트만은 요즘 챗GPT보다 월드코인으로 더욱 주목을 받고 있죠. 홍채 정보를 등록하는 사람에게 월드코인을 지급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샘 알트만은 인간인지 AI인지를 판별하기 위해 홍채 데이터를 수집하는 프로젝트라고 밝혔습니다.

월드코인을 두고 ‘전형적인 코인 사기’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도 꽤 많습니다. 무엇보다 ‘홍채 데이터’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습니다. 이미 여러 국가가 데이터 수집 위법성이 우려된다며 월드코인 조사에 착수했다죠. 특히 ‘생체 데이터 유출 가능성’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힙니다. 민감한 개인정보인 홍채 데이터를 수집하는 목적이 불분명한 데다 보안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월드코인 관계자는 “수집한 데이터는 신원 확인이 끝나고 즉시 삭제한다”고 했지만 전 세계 온라인 암시장에서 월드 ID 거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그뿐인가요. 해커들이 홍채 인식 장치인 오브에 악성코드를 심고 오브 담당자의 로그인 정보를 빼돌리는 일도 벌어졌다는 소식입니다.

개도국 국민 생체 데이터를 값싸게 수집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상당합니다. 실제 홍채를 등록하는 이들의 대부분이 개도국 국민이라 알려져 있죠. 이 때문에 데이터 수집이 아니라 데이터 착취라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입니다. 이와 관련 오브 오퍼레이터들이 홍채 등록자 수를 늘리기 위해 경품을 걸거나 자선 행사로 포장해 사람들을 모았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게다가 홍채 등록을 대가로 받는 월드코인이 앞으로 어떤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붙습니다.

최근 가장 흥미롭게 본 영화가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는 독일 영화 ‘패러다이스’입니다. DNA가 맞는 사람끼리 수명을 사고팔 수 있는 시대, 수명을 사고파는 독점 업체 에온의 영업사원들은 “수명을 쬐끔 팔고 그 대가로 받은 돈으로 인생을 바꾸라”며 돈 없는 이들을 꼬드깁니다. 평생 난민 수용소에서 난민으로 살 것인가, 수명을 5년만 팔고 난민 수용소를 벗어날 수 있는 돈을 벌 것인가. 이 같은 질문 앞에서 흔들리지 않을 사람이 과연 몇 명일까요.

여기까지는 그럴듯합니다. 그러나 수명을 사려는 사람들의 탐욕이 커지면서 에온이 컨트롤할 수 없는 사건들이 벌어지고 상황은 계속 복잡하게 꼬입니다. 사실 에온이 처음부터 컨트롤할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 부호가 따라옵니다. “에온이 굳이 왜 컨트롤을?” 패러다이스를 보면서 월드코인이 떠올랐습니다. “오픈AI가 굳이 왜 컨트롤을?”이라는 질문이 똑같이 걸렸기 때문이죠.

AI 저작권 논란에서 시작된 의식의 흐름이 패러다이스까지 이어졌습니다. 이번 호 매경이코노미에서 ‘AI 저작권 논란’ 관련 심도 깊은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p.24~25).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4호 (2023.08.30~2023.09.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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