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체포동의안이 몰고 올 정국 시나리오 [신율의 정치 읽기]

2023. 8. 27. 20: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 현실화로 민주당 내부 격론
체포동의안 표결하면 친명-비명 책임 공방 커져
사법 리스크, 내년 총선 이어 대선 구도에도 영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월 23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 현실화 가능성을 두고 민주당 내부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현재 민주당이 해결해야 하는 난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올 경우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다. 또 다른 하나는 이재명 대표 구속이 현실화됐을 때 당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 문제를 두고 벌이는 민주당 내부 논쟁에 대해 살펴보자.

친명계 민형배 의원은 “(체포동의안) 투표 거부로 이 대표를 지키고 민주당도 지키겠다”고 나섰다. 민 의원 주장은, 현재 민주당이 추진하는 ‘인위적 비(非)회기 조성’보다는 나은 주장 같다. 두 주장에 공통점도 있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상황만은 피하자는 것이다. 투표로 가면 이래저래 민주당 내분이 표면화되고 또한 여론 비난이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정당한 영장 청구에 한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했다.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키면 이 대표에 대한 영장 청구가 ‘정당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 부결시키면 특권 포기 선언은 거짓이고 ‘방탄 본색’이 드러났다는 비난을 들을 수 있다. 결국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든 부결되든, 체포동의안을 둘러싼 친명과 비명 간 책임 공방은 극에 달할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체포동의안 투표는 최대한 피하려는 것이다.

상황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민주당은 공공 이익을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공당’이다. 공당은 곤란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국회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 그런 차원에서 “8월 국회 비회기 중 신속히 구속 영장을 청구하기 바란다”는 민주당 주장은 비판받을 여지가 많다.

이 언급과 관련 몇 가지 지적할 수 있다.

임시국회 회기는 여야 합의에 의해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회기 조정 이유는 ‘국민 이익’과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의 회기 조정 주장은 국민 이익이 아니라 ‘민주당의 상황’과 관련돼 있다. 물론 민주당은 자신들이 현재 국회에서 압도적인 의석을 차지하고 있고 이는 국민이 압도적으로 지지했기 때문이며, 따라서 자신들의 행동은 곧 국민 여론을 반영하는 것이라 주장할 수 있다.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첫째,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소수 주장이나 생각도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했기 때문에 자신들의 행동이 국민 여론을 반영하는 것이라 주장해서는 안 된다. 둘째, 지난 21대 총선 지역구에서 획득한 민주당과 국민의힘 득표 격차는 7%포인트 정도에 불과했다. 득표율 차이 7%포인트가 현재와 같은 의석수 차이를 가져왔다. 이는 민주당 의원 상당수가 근소한 차이로 당선됐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이는 국민의힘을 지지한 유권자가 소수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여기서 지적할 또 하나의 문제는, 민주당 주장에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검찰이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는 사실이다. 민주당은 현재의 검찰이 ‘정치 검찰’이라고 주장하며 검찰이 정권 의도대로 움직인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특정 시기에 영장 청구를 검찰에 요구하는 것 역시, 검찰이 정치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뜻이 될 수 있다. 정당 요구에 따라 검찰이 영장 청구 시기를 조절한다면, 그런 검찰이 바로 정치 검찰이다. 민주당이 ‘정치 검찰’ 비난을 계속하려면, 영장 청구 시기를 자기들이 원하는 시기에 해야 한다 주장하면 안 된다. 오히려 검찰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따라서 투표하지 말자는 민 의원 주장이 “회기를 끊었다 가자”는 민주당 주장보다는 낫다고 평가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어떻게든 처리될 것이라는 가정 아래 동의안 처리 이후 정국을 예상해보자. 이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그 이후 벌어질 시나리오는 이렇다.

먼저 영장이 기각되는 경우다. 이때 민주당 내부 갈등은 일순간 잠잠해질 것이다. 이 대표 수사가 정치적 수사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고, 검찰 수사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런 상황은 민주당 내 친명, 비명 간 갈등을 수면 아래로 끌어내릴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 장악력이 극대화됨은 물론이다. 이때 국민의힘은 큰 타격을 받는다. 정치 수사라는 비난이 커질 것이고, 국민의힘의 정치적 입지도 매우 축소될 수밖에 없다. 비명계의 정치적 입지가 축소되는 것 또한 피할 수 없다.

반대로 영장이 발부되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갈 것이다. 민주당은 정국 주도권을 뺏기게 됐다 판단할 것이기에, 당내 계파 갈등이 매우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낙연 전 총리를 비롯한 당내 유력 정치인 행동이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될 가능성이다. 이미 이낙연 전 총리가 활발한 정치 행보를 보이는 것 역시 이재명 대표의 신상 변화를 대비하는 차원이라는 해석이 많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되면 당연히 이 전 총리 행보가 더욱 활발해질 가능성이 크다.

친명계가 이런 상황에 대비할 것은 분명하다. 친명계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대비책은 대의원제 폐지 혹은 대의원의 권한 축소다. 대의원제 폐지 혹은 대의원 권한 축소는 곧 권리당원의 권리 강화를 의미한다. 권리당원 다수가 강성 친명 지지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권리당원 권한 강화는 이재명 대표 체제의 안정화를 의미한다. 결국 대의원 권한 축소 혹은 대의원제 폐지가 성공하면, 이재명 대표 구속 여부와 상관없이 친명계는 당의 주류로 남을 수 있다.

친명계는 ‘옥중 당무’까지 염두에 두는 것 같다. 이재명 대표가 구속되더라도 이 대표가 옥중에서 당무를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비명계는 국민의힘만 좋은 상황이 됐으므로 비대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 분명하다. 이뿐 아니라, 대의원제 폐지 혹은 권한 축소 역시 절대적으로 반대할 것이다. 대의원제 폐지 혹은 축소 시도가 실패하고 ‘옥중 당무’ 시도도 실패한다면, 비명계 주장대로 비대위 체제로 전환될 테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국민의힘은 적지 않게 당황할 수밖에 없다. 비대위가 구성되면 타천으로 김부겸 전 총리가 거론된다. 이낙연 전 총리 혹은 김부겸 전 총리가 민주당 전면에 나서면 민주당의 중도적 이미지가 강화돼 수도권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매우 불리해질 수 있다. 영남권 선거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이재명 대표 구속 여부와는 상관없이 강성 지지층 위주의 이 대표 체제가 지속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이래저래 국민의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 문제는 앞으로 정국을 흔들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다. 이 사안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에 따라 총선 결과가 달라지고, 더 나아가 4년 후 대선 구도도 달라질 수 있다. 이재명 대표가 올가을 정국의 주인공인 셈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4호 (2023.08.30~2023.09.05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