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 ‘흉기 소동’ 전직 요리사…“치킨·소주 사달라”

“혼자서 술 마셨고 자해할 생각이었다” 진술
갖고 있던 흉기 8개 모두 과거 요리사로 일할 때 쓰던 것으로 파악

양손에 흉기를 든 남성이 경찰과 대치 끝에 제압당한 26일 저녁 사건 현장인 서울 은평구 갈현동의 한 주택가가 통제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은평경찰서는 주말 저녁 주택가 한복판에서 양손에 흉기를 들고 소란을 피우다가 체포된 남성 A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전날 오후 7시26분쯤부터 서울 은평구 갈현동의 6층짜리 빌라 건물 1층 주차장에서 흉기를 들고 경찰과 대치하다가 오후 10시5분쯤 현행범 체포됐다. A씨는 이날 조사에서 “혼자서 술을 마셨고 자해할 생각이었다”며 “10년 전 요리사로 일해 칼이 여러 개 있다. 낚시에 쓰려고 차량에 갖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전날 A씨가 양손에 든 흉기 2개와 가방 안에 있던 6개 등 모두 8개의 흉기를 압수했다. 그가 갖고 있던 흉기 8개는 모두 과거 요리사로 일할 때 쓰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흉기는 모두 주방용으로 총포화약법상 소지허가 대상은 아니다.

앞서 A씨는 소란을 피우며 경찰과 대치하던 중 “어머니와 외삼촌을 불러 달라” “치킨과 소주를 사달라” 등을 요구했다. 경찰은 A씨 요구대로 치킨과 소주를 사다주며 흉기를 내려놓도록 설득했다.

이때 현장에는 특공대원 21명과 강력팀 8명, 지역 경찰 18명 등 48명이 투입됐다. A씨가 흉기로 자신의 목과 가슴을 겨누며 자해하겠다고 위협함에 따라 테이저건(전기충격기) 등 진압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대화로 설득한 뒤 제압했다.

A씨의 마약 간이시약 검사에서는 음성이 나왔고 다른 사람과 시비한 정황도 확인되지 않았다. A씨는 4년 전 조울증을 진단받았으나 현재는 약물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와 가족의 진술로 미뤄볼 때 A씨가 돈 문제로 가족과 갈등을 겪다가 범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주변 인물들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묻고 있다.

한편 경찰은 A씨가 설득하는 경찰관을 흉기로 위협한 데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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