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다시 3% 넘나…기름값 상승 여파, 농수산물도 불안
2%대 초반까지 떨어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9월에 다시 3%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그간 물가 하락에 크게 기여했던 휘발유·경유 가격이 급등한 데다 농수산물도 호우와 폭염, 추석 등과 맞물려 들썩이는 여파다. 다만 정부는 물가 상승률이 10월 이후엔 다시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5.2%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5월 3.3%, 6월 2.7%, 7월 2.3%까지 내려왔다. 특히 지난달 상승률은 2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처럼 둔화하던 물가 상승 폭의 '확대 전환' 전망엔 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제품 가격 반등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달 휘발유·경유의 물가 기여도는 -1.34%포인트에 달했다. 주요 품목 상당수가 '플러스'(+)의 기여도를 나타낸 것과 대비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이어지던 1년 전보다 휘발유 가격은 22.8%, 경유는 33.4% 떨어지면서 전체 물가 상승률을 1%포인트 넘게 끌어내렸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번 달 분위기는 달라졌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경유 판매가는 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초 L당 1560원대로 내려갔던 휘발유 가격은 26일 1743.3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경유 가격도 1370원대에서 1620원대까지 치솟았다. 6월 배럴당 70달러 안팎이던 국제 유가가 지난달 이후 80달러대로 훌쩍 올랐고, 약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류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실제로 이달 기름값은 1년 전보다 떨어졌지만, 지난달에 비해선 하락 폭이 크게 줄었다. 25일까지 일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710.1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 내렸고, 경유(1559.7원)도 17.9% 하락했다. 이러한 가격 변화와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 등을 바탕으로 추산해보면 이달 휘발유·경유의 물가 기여도는 -0.47%포인트 수준이다. 다른 품목 물가도 봐야 하지만 휘발유·경유만으로 한 달 새 0.9%포인트 가까운 물가 하락 효과가 사라진 셈이다.
이러한 추세는 다음 달도 이어질 수 있다. 중국발(發) 위기 영향으로 국제 유가 상승세는 최근 주춤하지만, 여전히 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글로벌 수요 확대 등으로 내년 상반기까진 에너지 가격이 우상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근 유가가 굉장히 가파르게 올라 8~9월엔 (물가 상승률이) 3%대 초반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달 집중호우와 이번 달 폭염, 다음 달 추석 등으로 농수산물 시세가 불안한 것도 물가 반등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25일 기준 깻잎·양배추·당근·수박 등의 가격은 1년 전보다 올랐다. 앞으로 추석이 다가올수록 성수품 수요와 가격은 더 상승할 수 있다. 또한 해수 온도 상승 여파로 21일까지 전국에서 우럭·광어 등 양식 어종 58만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추석과 맞물려 수산물 물가를 끌어올릴 변수로 꼽힌다.
물가 상승률이 오르면 소비 감소 등 내수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추석 연휴 종료로 인한 농수산물 가격 안정, 지난해 4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10월부턴 물가가 다시 꺾일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 나온다. 추 부총리는 22일 국회에서 "10월이 지나가면 다시 2%로 돌아와 내년까지 평균 2%대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8∼9월 3%대가 될 가능성이 있고, 그 뒤부터 천천히 떨어져 내년 하반기쯤 2% 중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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