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중산층 모두 “쓸 돈이 없다”…내수 경기에 먹구름

정진호 2023. 8. 27.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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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의 가계 지출이 13분기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영향을 제외한 실질 지출을 보면 중산층까지도 씀씀이를 줄였다. 물가는 크게 올랐는데 소득은 줄어든 여파다. 중국 경기 부진으로 수출 회복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한국 경제를 지탱한 소비마저도 부진에 빠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서울 명동 상점가를 지나치는 시민들. 연합뉴스


중산층도 1년 전보다 지갑 덜 열어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의 가계 지출은 월평균 139만9000원으로 1년 전(140만7000원)보다 0.6%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처음 발생했던 지난 2020년 1분기(-7.1%) 이후 처음 감소했다.

김영옥 기자

지출액에서 물가 상승 영향을 제외해 실제 구매 수준을 측정한 실질 소비지출로 따져보면 중산층 가계의 지출도 마이너스(-)를 피해가지 못했다. 소득 상위 20%(5분위)를 제외한 1~4분위 가계의 2분기 실질 소비지출은 1년 전보다 감소하거나 제자리였다. 소득 1분위의 지난 2분기 실질 소비지출은 1년 전보다 2.6% 줄었다. 2분위(하위 20~40%)의 실질 소비지출은 같은 기간 1.8%, 3분위(하위 40~60%)는 1.3% 각각 감소했다. 4분위(상위 20~40%)는 실질 소비지출 증가율이 0%였다.

물가가 오른 탓에 지출액이 늘었을 뿐, 실제 소비는 줄었다는 의미다. 고소득층에 해당하는 5분위의 전년 동기 대비 실질 소비지출 증가율도 올해 1분기 12.4%에서 2분기 0.7%로 크게 줄었다.
김영옥 기자


가구 소득은 역대 최대 감소


가계 지출이 줄어든 건 소득 감소에 따른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가처분 소득이 역대 최대로 줄면서 전체 소비도 줄었다”고 말했다. 지난 2분기 전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79만3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483만1000원)보다 0.8% 줄었다.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실질 소득으로 따지면 같은 기간 3.9% 줄었다. 지난해 소상공인 코로나19 손실 보상으로 늘어난 이전소득 효과가 올해 사라지면서 소득 감소 폭이 더 커졌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경제 현안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중국 불확실성에 소비도 어두워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경기 부진 여파로 수출 회복 가능성에 빨간 불이 켜진 가운데 소비마저도 움추러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민간소비는 전 분기보다 0.1% 감소했다. 올해 1분기 민간소비가 0.6% 증가하면서 경제성장률을 견인했는데 2분기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물가가 오른 것에 비해 소득 증가가 크지 않다 보니 가계의 구매력이 떨어진 영향이다. 여기에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 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는 이달 들어 지난달보다 0.1포인트 떨어지면서 6개월 만에 하락했다.

이에 한국 경제 ‘상저하고(上低下高) ’ 기대감도 점차 흐릿해지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외부 불안 요인이 커지면 경제 전망을 수정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물가·금리·조세 부담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가계가 소비를 늘릴 유인이 없다”며 “최근 취업자 수가 늘었다지만 청년이 아닌 60세 이상에 집중돼 내수 활성화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국발 수출 불확실성까지 겹쳐 수출과 내수 모두 부정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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