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부인의 '재판 파행'…쌍방울 수사와 檢인사도 흔들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부인 백모씨의 ‘검찰 흔들기’가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 일정과 검찰 인사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화영 '이재명 관련 진술'에…배우자는 "검찰 회유" 주장
백씨가 검찰에 불만을 드러낸 것은 지난달 18일부터다. 백씨는 더불어민주당에 편지를 보내 “사랑하는 민주당원 동지 여러분께. 검찰이 남편을 아무도 못 도와주게 고립시키고 있다”, “저와 남편은 이재명 대표님을 존경한다. 남편이 흔들리지 않고 잘 견뎌내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이날은 이 전 부지사의 ‘이재명 연루’ 진술이 공개된 날이다. 법정에서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은 “그간 이화영은 이재명의 방북비용 대납요청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에 방북을 추진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민주당과 백씨의 커넥션을 의심하고 있다. 백씨가 검찰을 공격하기 5일 전, 친명계인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이 백씨와 통화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후 백씨는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에게도 화살을 돌렸다. 지난달 24일 변호인 해임신고서를 내면서 “검찰에 유화적인 일부 변호사의 태도에 우려가 커졌다”고 밝혔다. 남편의 진술이 바뀐 것에 대한 불만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검찰은 “남편을 위해 변호인을 선임한 뒤 지난 10개월간 문제 제기가 없었다. 갑자기 검찰이 회유했다는 허위 주장을 하며 변호인을 해임하겠다고 했다”고 반박했다.
'재판 지연' 나비효과…수원지검 인사에 영향?
당초 검찰은 이달 중순 ‘이 대표가 대북송금을 인지했다’는 이 전 부지사의 법정증언을 확보하고, 이달 말 이 대표 소환조사 직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홍승욱 수원지검장은 이런 일정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18일 대검찰청을 방문했다.
하지만 백씨의 뜻대로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이 결국 사임하며 재판은 한 달 넘게 공전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일반적인 부부라면 구속 상태의 남편을 걱정해야 하는데, 다른 이름이 더 크게 나오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백씨가 다른 의도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팀은 현 상황이 당혹스러운 건 맞지만, 이 대표 소환조사에는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30일에 출석하라”는 수원지검의 통보를 받고 “내일(24일) 오전에 바로 가겠다”며 검찰과 기싸움을 벌였다. 검찰은 “어느 피의자가 조사 날짜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나. 특혜 요구”라며 이를 거부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꼭 30일에 조사해서 정기국회 시기에 구속영장을 청구해 ‘방탄 프레임’을 씌우겠다는 시커먼 속내”라고 했다.
대북송금 재판이 계속 지연되면 검찰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검찰 지휘부는 이 대표 수사를 일단락한 뒤 정기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었다. 이미 지난해보다 두 달 이상 늦어진 상태다. 수원지검 수사라인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나비효과로 다른 검찰청 인사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법무부는 이번주 중 대검 검사급(고검장·검사장) 인사를 할 예정이다.
백씨는 ‘경기도 대북사업 공문 유출’에 관여한 혐의로 본인 스스로도 검찰에 입건돼 있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백씨에게 다섯 차례 넘게 출석하라고 통보했지만, 백씨는 건강 문제를 들며 응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백씨는 이 전 부지사의 측근에게 “경기도의 2019년 대북사업 자료를 달라”고 요청한 혐의다. 검찰은 백씨 계좌 등 자금 입출금 내역도 들여다보고 있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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