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비 30% 더 받는 나라 한국뿐…日·佛는 초진도 허용"

남수현 2023. 8. 2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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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기간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진료가 시범사업 형태로 전환되는 것을 앞둔 지난 5월 30일 서울 한 의원에서 비대면진료 과정이 취재진에 시연되고 있다. 사진 보건복지부


대면진료의 130% 수준으로 책정된 비대면진료의 시범사업 수가(진료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국책연구소의 지적이 나왔다. 비대면진료를 시행 중인 다른 나라의 경우 수가가 대면진료보다 저렴하거나 비슷한 수준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의료계가 150% 수준의 비대면진료 수가를 요구하고 있어, 법제화 과정에서 쟁점이 될 전망이다.

2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월간지 ‘보건복지포럼’ 8월호에 실린 ‘비대면 진료 국내 현황 및 국외 사례’에서 김대중 연구위원은 “비대면진료에 대해 대면보다 높은 수준의 보상을 해주고 있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6월부터 시행 중인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은 기본 진찰료·약제비에 더해 ‘시범사업 관리료’ 명목으로 수가 30%를 의료기관에 추가로 지급하고 있는데, 이게 일본이나 프랑스 등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온라인(비대면) 초진 및 재진 수가. 초진의 경우 비대면 진료의 상대 가치 점수(251점)가 대면 초진 상대 가치 점수(288점)의 약 87% 수준으로 낮다. 사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초진(첫 진료)의 비대면진료 수가는 대면진료의 87% 수준이었다. 재진시에는 비대면이나 대면이나 수가가 동일했다. 프랑스는 초·재진 모두에서 대면·비대면진료 수가가 동일하다. 김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시범사업 단계에서는 비대면진료에 대한 참여를 높이도록 가산을 부여할 수 있겠으나, 본격적으로 제도화가 진행될 경우 수가 가산이 필요한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비대면진료 수가 문제는 국민건강보험노조, 보건의료노조,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지적돼왔다. 건보노조는 지난 24일 성명서를 통해 “비대면진료는 건강보험 재정에 낭비를 불러올 것이 명약관화하다”며 “비대면진료로 인한 업무량, 소요될 자원의 양, 위험도 등 어느 것 하나도 기존의 대면진료에 비해 (비대면진료에) 돈을 더 줘야 할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비대면진료 수가를 대면의 150% 이상으로 책정해야 한다는 안건을 대의원총회에서 의결하고, 관련 정책안을 복지부에 제시한 바 있다. 비대면진료로 늘어나는 진료시간과 관리·운영 비용 등을 고려하면 비대면진료 수가가 더 높게 책정돼야 한다는 논리다.


'처방전 위·변조'와 '초·재진 대상'도 쟁점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모델을 둘러싼 각종 이견이 정리되지 못하면서 법제화는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지난 24일 국회 복지위 제1법안심사소위는 비대면진료 제도화 내용이 담긴 의료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약 처방전 위·변조 우려 등이 쟁점으로 부각되며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시범기간 중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허점을 이용해 남성이 사후피임약을 처방받는 사례 등 부작용이 드러났는데, 이를 방지할 대책이 미비하다는 우려가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됐다. 비대면진료 관련 의료법이 소위 문턱을 넘지 못한 건 지난 3월과 6월에 이어 세번째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시행 기준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보건복지부]


시범사업의 초·재진 구분을 두고서도 의료계는 반발하고 있다. 현재 시범사업은 진료 받으려는 병원에서 일정 기간 내에 1회 이상 대면 진료받은 적 있는 재진 환자만 대상으로 하되, 일부 환자(섬·벽지 거주자, 거동 불편자 등)에 한해서만 초진도 가능하도록 예외를 뒀다. 의료계는 이런 구분이 쉽지 않다고 우려한다. 의협은 지난 21일 입장문에서 ▶비대면진료 초진 허용 대상자의 구체적 기준 설정 ▶비대면진료에 대한 명확한 법적 책임소재 설정 등을 촉구했다. 정부는 시범사업 계도기간(6~8월) 종료 이후인 내달 1일부터는 ‘불법 비대면진료 신고 콜센터’를 설치해 신고사례를 모니터링하고 적극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일본·프랑스는 비대면진료 초진도 허용


보사연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과 프랑스는 우리보다 폭넓게 비대면진료 대상을 정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진료 전 상담을 실시하거나 의사가 환자에 대한 의학적 정보를 충분히 파악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비대면 초진을 허용하고 있다. 프랑스는 건강보험공단 지침에 원격 상담 시 환자와 의사 간 관계가 형성돼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면서도 “초진이라고 해서 비대면진료를 못 할 사유는 아니다”라고 명시했다. 보고서를 쓴 김대중 연구위원은 “(한국의) 이번 시범사업은 상당히 제한적으로 시행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해외 사례 등을 검토하여 향후 확대 방안 마련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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