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난동 영상, 숏폼으로 '무한반복'..."불안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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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을 시작으로 이후 곳곳에서 흉기를 들고 불특정 다수를 공격하는 사건이 잇따른데다, 이런 상황을 녹화한 영상이 인터넷에서 무분별하게 확산해 시민 불안감을 더 키우고 있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교실 교수는 "최근에는 영상이 고화질인 데다 '숏폼' 형태로 유포될 경우 본인이 원치 않아도 영상에 노출될 수 있다"며 "묻지마 흉기난동은 불특정 다수가 피해자이기 때문에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불안한 '간접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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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박근아 기자]
지난달 21일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을 시작으로 이후 곳곳에서 흉기를 들고 불특정 다수를 공격하는 사건이 잇따른데다, 이런 상황을 녹화한 영상이 인터넷에서 무분별하게 확산해 시민 불안감을 더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잔인한 영상에 원치 않게 노출될 경우 '간접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고 모방범죄도 우려돼 포털 사업자 등이 보다 적극적으로 조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 직후 조선(33)의 범행이 녹화된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이 여과 없이 유포됐다. 이달 3일 분당 흉기난동 사건 역시 최원종(22)이 흉기로 시민을 공격하거나 쇼핑몰 안을 배회하는 여러 영상이 바로 공개되어 유포됐다.
지난 26일 저녁 서울 은평구 갈현동 주택가에서 발생한 흉기소동 역시 현장에서 촬영한 영상이 삽시간에 온라인을 통해 퍼졌다. 영상에는 한 남성이 웃통을 벗은 채 경찰관을 향해 흉기를 휘두르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한 영상은 하루 만에 조회수 6만3천회를 기록했고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상에서 클릭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재생되는 '숏폼' 형태로 재가공되는 바람에 더 많은 시민들에게 노출됐다.
영상이 빠르게 확산하자 경찰은 "무분별한 범죄현장 영상 유통은 시민 불안 등 심각한 2차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시민들은 잇따른 흉악범죄 소식과 사건 영상에 자주 노출되어 긴장감이 고조된 탓에 조금이라도 수상한 낌새가 있으면 긴장과 불안을 느낀다. 공공장소에서 약간의 소란만 벌어져도 흉기난동으로 오인하는 바람에 여러 차례 지하철 대피 소동까지 벌어졌다.
수험생 이병록(27)씨는 "흉기사건 예방과 무관한 범행 영상만 퍼지니 오히려 사회 불안이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서모(28)씨는 "사건 영상과 사진이 지나치게 퍼져 보고 싶지 않은데도 갑자기 영상을 보게 되는 일이 잦아 불쾌하다"고 했다.
충격적인 영상과 이미지 때문에 언론 보도마저 멀리 한다는 반응도 있다. 직장인 손모(27)씨는 "영상을 보지 않으려고 아예 뉴스조차 보지 않게 됐다"고 했다.
직장인 황모(27)씨는 "신림역 흉기난동 영상을 보고 한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렸다"며 "영상에 피해자를 조롱하는 댓글도 난무해 2차 피해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잔혹한 장면을 기록한 영상을 보는 것 만으로도 자신이 피해를 입은 듯한 심리적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교실 교수는 "최근에는 영상이 고화질인 데다 '숏폼' 형태로 유포될 경우 본인이 원치 않아도 영상에 노출될 수 있다"며 "묻지마 흉기난동은 불특정 다수가 피해자이기 때문에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불안한 '간접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불안감에 영상을 일단 퍼뜨리기보다는 범죄 수사 등 필요한 곳에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인터넷 모니터링 등 감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영상은 수사기관이 요청할 때 진실규명을 위해 사용하고 유튜브 등에 올리는 건 자제할 필요가 있다. 언론 역시 제보 영상을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행정학과 석좌교수는 "포털 등 사업자가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련 영상을 제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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