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에 오른 이블 지니어스 “희생과 노력이 우리를 만들었다” [발로란트 챔피언스]
이블 지니어스(EG)가 2023년 세계 최고의 발로란트 팀으로 우뚝 섰다.
EG는 2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더 기아 포럼에서 열린 ‘발로란트 챔피언스 2023 로스앤젤레스’ 페이퍼 렉스(PRX)와 결승전에서 세트 스코어 3대 1로 승리해 우승을 차지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대이변이다. EG는 2020년 6월 창단 이후 지난해까지 국제 무대를 한 번도 밟지 못했다. 올해 ‘발로란트 챔피언스 투어(VCT) 아메리카스’에서도 정규리그 6위에 올라 간신히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았다.
VCT 아메리카스 플레이오프에서 최종 3위로 국제 무대를 밟은 EG는 지난 6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3 발로란트 마스터스 도쿄’에서 준우승을 거두며 가능성을 내비치더니, 한 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챔피언스에서 기어코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신데렐라 스토리’를 완성했다.
경기가 끝나고 ‘포터’ 크리스틴 치 감독은 “지금까지 한 노력이 다 기억됐으면 좋겠다. 많은 희생과 노력을 했다. 꿈이 현실이 됐다”라며 “모든 순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았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어 “우리의 우승 원동력은 ‘데몬원’ 맥스 마지노프와 세계 최고의 척후대 2명(‘에단’ 에단 아놀드, ‘콤’ 토빈 리, 세계 최고의 ‘레이즈’(‘조그모’ 알렉산더 모르), 그리고 ‘부스티오’ 켈든 푸펠로의 IGL(인게임 리더) 능력”이라고 덧붙였다.
팀에서 가장 오랫동안 활약 중인 켈든 푸펠로는 “행복하다. 이 팀원들과 우승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라면서 “팀원들을 믿고 팀원들도 나를 믿는 것이 우리의 원동력이다. 내가 안 좋은 플레이를 하거나 잘못된 콜을 해도 언제나 믿어준다. 그래서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고 우승 비결을 꼽았다.
EG는 지난 26일 승자조 결승 진출전에서 PRX에게 1대 2로 패배해 패자조로 미끄러진 바 있다. 하지만 패배가 EG를 단단하게 만든 원동력이 됐다.
‘부스티오’는 “PRX는 세계에서 제일 잘하는 팀 중 하나이지만 한 번 지고 나서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보였다. 이번 경기에서 그들의 플레이를 읽는 게 조금 더 쉬웠다”고 덧붙였다.
‘조그모’ 역시 “경기력이 좋지 않았을 때부터 계속 노력하면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트로피가 내 앞에 있다”고 행복해했다.
이번 대회에서 MVP를 뽑아달라는 말에 ‘포터’ 감독은 “토빈 리가 MVP라고 생각한다. 척후대는 희생을 많이 하면서 팀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피지컬 보다 많은 것이 필요하고 그는 이번에 완벽하게 해냈다”고 전했다. ‘콤’과 함께 척후대를 맡고 있는 ‘에단’ 역시 ‘콤’을 MVP로 꼽았다.
‘부스티오’는 ‘데몬원’을 MVP로 꼽기도 했다. 올해 팀의 마지막 선수로 합류한 ‘데몬원’은 엄청난 샷 정확도를 앞세워 팀을 높은 곳으로 이끌었다. ‘에단’은 ‘데몬원’에 대해 “자신감이 넘쳐나고 언제나 원하는 것을 알고 콜을 해준다. 지원을 해주는 입장에서 게임을 하기 편하게 해준다”고 언급했다.
‘포터’ 감독은 이번 대회 내내 EG를 견제하며 ‘프랙처’ 맵이 밴이 된 것에 대해 “도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한 맵이 프랙처였지만 챔피언스에서 우승할 때 한 번 밖에 열리지 않았다”라며 “이번 대회에 들어가면서 우리가 맵밴픽에서 제일 우위에 서는 것이 목표였는데 증명했다”고 흡족해했다.
한편 ‘포터’ 감독은 발로란트 프로 씬에서 유일한 여성 감독으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많은 여성 유저들을 향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을 하라고 하고 싶다. 젊을 때 도전을 하고 실패를 해야 배울 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 게이머들의 프로 진출 가능성’에 대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다른 게임에서는 자신 있게 말 못 하겠지만, 발로란트는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고 스킬들이 대부분 직관적이다. 발로란트의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1년 이내로 나올 수 있다. 플로레센트 선수처럼 게임 체인저스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들이 많고 충분히 상위 리그에서 플레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전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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