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여왕’ 김수지, 한화 클래식도 제패했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상 수상자인 김수지(27)의 별명은 ‘가을의 여왕’이다. 봄과 여름까지는 잠잠하다가 서늘한 바람만 불기 시작하면 우승을 몰아치기 때문이다. 시작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1년 9월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생애 처음으로 정상을 밟았다. 이어 10월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을 제패하면서 메이저 퀸으로 등극했다.
지난해에도 9월 열린 KB금융 스타챔피언십과 OK금융그룹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 연달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골프의 계절에만 4승을 거둔 가을의 여왕이 다시 한 번 진면목을 과시했다. 김수지는 27일 강원도 춘천시 제이드팰리스 골프클럽에서 끝난 메이저대회 한화 클래식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로 6타를 줄여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정상을 밟았다. 개인 통산 5승째. 우승상금은 3억600만원이다.
한화 클래식은 지난해까지 총상금 14억원, 우승상금 2억5200만원으로 열렸다. 그런데 올해 총상금을 3억원이나 증액해 메이저대회로서의 위상을 높였다. 이 혜택을 처음으로 가져간 김수지의 상금 순위는 27위(2억4886만원)에서 6위(5억5486만원)로 뛰어올랐다.
아직 9월은 오지 않았지만, 절기상으로는 처서(8월 23일)가 이미 지났음을 알고 있던 김수지는 “나도 왜 가을만 되면 강한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실제로 선선한 바람이 부니까 힘이 났다. 이제는 가을이 기다려진다”고 웃었다.
전예성과 7언더파 공동선두로 출발한 김수지는 전반에는 타수를 많이 줄이지 못했다. 버디 2개와 보기 1개로 주춤했다. 그 사이 경쟁자들이 매섭게 따라붙었다. 초청선수로 나온 태국의 다크호스 아타야 티띠꾼이 9번 홀(파4)부터 4연속 버디를 몰아치며 티띠꾼과 김수지, 이예원, 전예성 등 모두 4명이 8언더파 공동선두가 됐다. 위기를 느낀 김수지는 후반 들어 전혀 다른 공격형 선수가 됐다. 핀까지 240m 거리의 내리막 10번 홀(파4).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드라이버를 잡았다. 원 온 성공으로 버디를 잡은 뒤 파3 13번 홀까지 4연속 버디로 단독선두로 치고 나갔다.
앞조의 티띠꾼은 10언더파로 먼저 경기를 마치면서 김수지는 이때부터 자신과의 싸움을 벌였다. 크게 실수만 범하지 않으면 되는 상황. 계속해 파를 잡으며 타수를 지켰다. 유일한 위기였던 17번 홀(파4)에선 컵까지 남은 18m 거리를 퍼트 두 번으로 끝냈다. 이어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버디를 추가해 우승을 확정했다.
이날 8타를 줄이며 합계 10언더파를 작성한 티띠꾼은 김수지의 우승을 클럽하우스에서 지켜봤다. 대신 1억6746만원의 상금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티띠꾼과 공동 준우승을 기록한 이예원은 상금 1위(8억9338만원)를 지키는 한편, 대상 포인트 1위(396점)로도 올라섰다.
김수지는 “전반기에는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아서 조급한 마음을 가졌다”고 울먹인 뒤 “9번 홀에서 버디를 놓쳐 아쉬움이 컸다. 그래서 10번 홀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와 흐름을 타게 됐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수지는 “이렇게 빨리 메이저대회에서 다시 우승할 줄 몰랐다. 이 감각을 잘 유지해서 남은 후반기에도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춘천=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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