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산엔 무언가 있다' 오싹 포스터…원주시, '치악산' 상영 막는다
다음 달 13일 개봉예정인 공포영화 ‘치악산’을 두고 강원 원주시가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카드를 꺼내 드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치악산은 한해 80만명가량 찾는 원주시의 대표 관광지다. 영화 치악산이 온라인서 떠도는 ‘치악산 괴담’을 모티브로 하면서 같은 이름의 치악산 이미지 훼손 등이 우려된다는 게 원주시 쪽 주장이다.
"제목 바꿔달라" VS "다시 촬영해야 해 불가"
27일 원주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3~24일 제작사 관계자와 만나 영화 제목을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 또 ‘치악산’이란 대사가 나오는 부분을 삭제 또는 묵음 처리해달라고도 했다. 이밖에 작품 속 사건이 실제 지역과는 무관하며 허구를 가공했다는 사실도 고지해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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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 한해 89만명 찾는 관광지
이에 원주시는 영화 ‘치악산’에 대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기로 했다. 또 영화 상영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유·무형의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법적 조처도 취할 계획이다. 국립공원공단 치악산국립공원사무소에 따르면 치악산은 한해 80만명 넘는 탐방객이 찾는 지역의 명소다. 지난해 88만7193명이, 2021년엔 82만6134명이 찾았다.
‘치악산 괴담’은 1980년 강원 원주시 치악산에서 등산객으로 추정되는 남성의 시신이 잔혹하게 훼손된 채 발견됐다는 내용이다. 피해자는 10명에 이른다. 시신은 모두 같은 방식으로 훼손됐다. 훼손 면이 매끄러워 범행도구까지 알 수 없는 미스터리로 불린다.
최윤종 사건 맞물려 불안감 커져
이 괴담은 누군가 지어낸 이야기다. 원주시에 따르면 당시 치악산에서 이런 강력범죄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 포스터엔 ‘이 산엔 분명 무언가 있다’는 카피가 쓰여 있다. 괴담과 맞물려 치악산 이미지 훼손을 우려하는 이유다. 더욱이 앞서 지난 17일 서울 관악구 한 등산로에서 3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를 받는 최윤종(30) 사건 이후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원주지역 주민들은 영화 개봉으로 혹시나 모방범죄 같은 피해가 생기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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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곤지암'도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영화 ‘치악산’처럼 실제 지명을 넣어 논란이 된 영화들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8년 개봉한 ‘곤지암’이다. 곤지암은 관객 267만명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경기 광주시 곤지암읍에 있었던 ‘곤지암 남양정신병원’이 모티브가 됐다. 이곳은 ‘국내 3대 흉가’로 꼽히고 미국 CNN이 ‘세계 7대 소름 돋는 곳’으로 선정돼 화제가 됐었다. 광주시는 지역 이미지 훼손을 주장하며 제작사와 충돌했다.
옛 정신병원 건물 소유주는 매각에 어려움이 있다며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으나 법원은 영화가 꾸며진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라며 기각했다. 다만 제작·배급사는 영화 시작과 끝 부분에 영화 속 장소와 이름, 사건 등이 허구임을 밝히는 안내문을 넣었다.
반면 2016년 영화 ‘곡성’땐 군(郡)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됐다. 영화 ‘곡성’의 경우 내용은 곡성군과 상관없지만, 상당 부분 촬영을 곡성군에서 했다. 영화 ‘곡성’ 역시 일부 주민 사이에서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당시 유근기 전 곡성군수가 “우려를 뒤집어 생각하면 기회의 순간이 온다”며 “영화 곡성의 개봉을 막을 수 없다면 곡성을 모르는 분들에게 영화에 대한 관심을 높여 곡성을 찾아오게 하는 것이 남는 장사다”라고 말했다. 이후 일부 지역축제 흥행몰이에 성공했단 평가가 있다.
이밖에 2007년 개봉한 영화 ‘밀양’의 경우 유괴 및 살인 사건 등이 소재로 쓰여 지역에서 탐탁지 않아 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같은 해 주연 배우인 전도연이 이 영화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자 분위기가 반전돼 영화 주요 장면을 담은 사진이 밀양역에 전시되기도 했다.
원주=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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