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유승민·이준석 "홍범도 흉상 철거 반대" 한목소리

홍 시장 "참 할일도 없다…너무 오버"
유 전 의원 "홍범도, 해방 2년 전 작고"
이 전 대표 "박정희 서훈 먼저 폐지하라"

육군사관학교가 교내에 세워진 독립운동가 5인의 흉상을 철거·이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인 가운데, 홍준표 대구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이 한목소리로 이전 반대 의견을 밝혔다.

27일 홍준표 대구시장은 육군사관학교가 독립전쟁 영웅 홍범도 장군 흉상 등을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는 것을 추진하는 데 대해 "참 할일도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홍 시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6·25 전쟁을 일으켰던 북한군 출신도 아니고 그 전쟁에 가담했던 중공군 출신도 아닌데 왜 그런 문제가 이제 와서 논란이 되는가"라고 반문하며 "참 할일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홍 시장은 "역사 논쟁, 이념 논쟁을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항일 독립전쟁의 영웅까지 공산주의 망령을 뒤집어씌워 퇴출시키려고 하는 것은 오버해도 너무 오버한다"고 지적했다. 또 홍 시장은 "그건 반(反)역사다. 그렇게 하면 매카시즘으로 오해를 받는다. 그만들 하라. 그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육군사관학교 내에 설치된 독립전쟁 영웅 5인의 흉상[사진출처=연합뉴스]

같은 날 유승민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철거 이유가 홍범도 장군의 공산주의 경력 때문이라고 하는데 납득하기 어렵고 앞뒤가 안 맞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 전 의원은 "홍 장군은 해방 2년 전에 작고하셨으니 북한 공산당 정권 수립이나 6·25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청천 장군, 이회영 선생, 이범석 장군, 김좌진 장군은 별다른 공산주의 경력도 없는데 왜 이 영웅들의 흉상까지 철거한다는 건지도 이상하다. 이분들의 흉상을 철거하면 강군이 되는 거냐? 육사의 흉상을 철거하면 국방부 청사의 흉상들은 어떻게 할 건가?"라고 물으면서 "윤석열 정권의 이념 과잉이 도를 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또한 전날 페이스북에서 "그렇게(흉상 철거·이전) 할 거면 홍 장군에 대한 서훈을 폐지하고 하는 게 맞지 않겠냐"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이 전 대표는 "(해당 서훈은) 박정희 대통령이 1963년에 추서한 건국훈장"이라고 설명하면서 "국가가 수여한 건국훈장을 받은 독립운동가를 누가 어떤 잣대로 평가해서 개별적인 망신을 줄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물었다.

앞서 육사는 2018년 제99주년 삼일절을 맞아 육사에 세워진 독립 영웅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의 흉상을 철거해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육사의 독립운동가 흉상 철거·이전 방안에 대해 "공산주의 경력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며 "육사 교내에 있는 기념물을 다시 정비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북한을 대상으로 전쟁 억제를 하고 전시에 이기기 위해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곳에서,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흉상)이 있어야 하냐는 문제가 제기됐다"고 말했는데, 이는 홍범도 장군의 1927년 소련 공산당 입당 전력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한편 육사는 입장문을 통해 "군의 역사와 전통을 기념하는 교내 다수의 기념물에 대해 재정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 중에서 2018년 생도들이 학습하는 건물 중앙현관 앞에 설치된 독립군·광복군 영웅 흉상은 위치의 적절성, 국난극복의 역사가 특정 시기에 국한되는 문제 등에 대한 논란이 이어져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육사는 독립군·광복군 영웅 흉상을 다수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곳으로 이전하기 위해 최적의 장소를 검토 중이다"면서 "육사 교내에는 학교의 정체성과 설립 취지를 구현하고, 자유민주주의 수호 및 한미동맹의 가치와 의의를 체감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기념물 재정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