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바그너에 충성맹세 의무화..."푸틴, 더 위험한 인물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용병기업 바그너그룹 등에 충성 서약을 의무화하는 법령에 서명했다.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전용기 추락 사고로 의문사한 지 이틀 만에 이뤄졌다. 이와 관련 외신에선 "푸틴이 바그너그룹에 대한 직접 통제권을 강화하면서 더욱 위험한 인물이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전날 서명한 대통령령에는 '러시아군을 대신해 작전을 수행하거나 특별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는 모든 이들은 의무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충성을 맹세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장을 잃은 바그너그룹을 겨냥한 통제권 강화 목적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충성 서약엔 지휘관과 고위 지도부의 명령을 엄격하게 따라야 한다는 문구도 포함됐다고 외신은 전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바그너에 대한 푸틴의 통제권 장악은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연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바그너그룹은 잔혹성으로 악명을 떨쳤고, 바흐무트전 등 일부 전투에서 전과를 올렸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프리고진의 의문사는 아무리 쓸모있는 인물도 '불충'할 경우 단죄를 피할 수 없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평했다. 러시아 언론인 콘스탄틴 렘추코프는 이번 사건과 관련 "러시아 엘리트층 모두가 두려워하고 있다"며 "모든 사람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모스크바의 정치 분석가 미하일 비노그라도프는 "러시아 집권층의 핵심 인물이 국가가 지원했다는 의혹이 있는 암살로 사망한 적은 없다"면서 "가혹한 선례"라고 말했다.
프리고진은 한때 푸틴의 최측근으로 바그너그룹을 이끌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 그러나 러시아군 수뇌부에 반발해 지난 6월 무장반란을 일으켰고, 두 달 후인 지난 23일 전용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은 그가 암살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암살 배후로 푸틴을 지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 러시아의 맹방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푸틴 배후설'을 반박했다. 그는 25일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아는 푸틴 대통령은 굉장히 계산적이고 침착한 인물"이라며 "그가 그런 일(프리고진 암살)을 했다고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프리고진에게 몸조심해야 한다고 두 차례 경고했는데 그는 이런 경고를 무시했고, (자신에게) 신변 보호를 요청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이날 푸틴의 배후설과 관련 "완전히 거짓말"이라며 부인했다. 그는 푸틴의 프리고진 장례식 참석 여부에 관해선 "장례식 날짜가 아직 정해지지 않아 말할 수 없다"고 답한 뒤 "푸틴 대통령은 업무 일정이 매우 많다"고 덧붙였다. 영국 가디언은 프리고진의 장례식이 몇 주 안에 그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푸틴은 사고 하루 만인 24일 프리고진의 사망에 애도를 표하고, 사망 원인에 대한 러시아 당국의 수사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프리고진의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러시아 당국은 사고기 추락 현장에서 시신 10구와 비행기록장치를 수습했다고 25일 밝혔다. AFP 등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는 이날 "희생자 시신 10구를 발견해 신원 확인을 위한 유전자 검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수사위는 "사고 경위와 관련해 가능한 모든 경우를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하천변 산책 여성 풀숲 끌고 간 뒤…성폭행하려 한 40대 구속 | 중앙일보
- “끝까지 공부혀야 하는겨” 수월 선사가 내민 나침반 | 중앙일보
- 강부자·패티김의 그 아파트, 한강변 최초 68층 올라가나 | 중앙일보
- "여보 넓긴 넓다"…차박 즐기는 부부 깜짝 놀란 '산타페 변신' | 중앙일보
- 김윤아 7년 전 '일본 먹방' 꺼낸 전여옥 "제2의 청산규리냐" | 중앙일보
- "부모가 연예인이라는 이유로"…신애라 아들 학폭 피해 고백 | 중앙일보
- "밥 잘 사주는 선배" "대체불가 인재"…1000억 횡령남의 두 얼굴 | 중앙일보
- 영문도 모른채 죽는다…사람의 실수가 치명적인 '극한의 무기' [이철재의 밀담] | 중앙일보
- "바이든에 전해달라"…尹, 정상회의마다 이런 부탁 받는 이유 | 중앙일보
- "출퇴근 10분 길어지면 소득 19% 준다"…빈곤 부르는 '낭비통근'[출퇴근지옥⑥]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