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오드 먹으면 방사능 배출" 홍콩·마카오선 소금사재기 광풍
지난 24일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에서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이후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중국산 수산물 판매가 10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국에선 "요오드화칼륨을 먹으면 체내의 방사능을 배출해준다"는 믿음으로 관련 키워드를 인터넷 검색하는 사람이 크게 증가하고, 홍콩과 마카오에선 요오드가 첨가된 '소금 사재기'가 벌어지는 등 오염수 방류 후폭풍이 계속 일고 있다.
27일 중국 전자상거래사이트인 핀둬둬에 따르면 바다 생선과 해삼, 게 등 각종 중국산 수산물의 판매가 100% 이상 늘었다. 조기 등 바다 생선 판매는 148%, 새우류와 해삼 판매는 각각 130%, 11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가격이 급격히 오르내린 수산물도 있다. 중국 저장성(浙江省) 저우산(舟山)에서 잡히는 꽃게의 경우, 최근 금어기가 끝나고 본격적인 어로 활동이 시작되면서 가격이 급락했는데, 일본의 오염수 방류 직후 가격이 급등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고 판매량도 122% 뛰었다.
이같은 현상을 두고는 "중국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방류가 시작된 24일부터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한 영향이 크다"는 풀이가 나온다.
중국산에도 "변종 생선" 악플
하지만 일각에선 '반짝 특수'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중국인들 사이에서 "일본 오염수가 중국 바다로 흘러들어 수 개월 뒤 중국 앞바다의 수산물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염수에 대한 공포감으로 중국 어민이 피해를 본 사례도 있다. 저장성의 한 어민은 지난 26일 구매자와 소통하며 해산물을 판매하는 라이브 방송 중에 "당신 지금 사람 해치는 거야", "먹으면 안 된다", "변종 생선" 등의 악성 댓글을 받았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중국 어민에 대한 반감으로 번지자 반일 정서를 자극하던 중국 언론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시진핑(習近平) 체제를 강력히 옹호해온 후시진(胡錫進) 전 환구시보 편집인은 이날 SNS를 통해 "중국 어민들은 무고하며 이들은 동정과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중국 수산물 시장에서 일본산의 비중은 4% 미만(지난해 세관 통계 기준)이다. 하지만 일본산 수산물을 전면 수입 금지하면서 당초 예상하지 못했던 역효과가 일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수산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앞으로 많은 소비자가 수산물을 아예 먹지 않을 수 있다고 보며 이는 업계에 위험한 신호"라고 전했다.
27일 중국 제일재경은 중국 음식점들이 노르웨이·프랑스 등 유럽산, 캐나다·뉴질랜드 등의 해산물이나 민물 양식 재료 등으로 식자재 조달 방식을 바꾸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마카오도 소금 사재기
일본의 오염수 방류 이후, 중국과 홍콩, 마카오에선 '소금 사재기' 현상도 일고 있다. SCMP에 따르면 지난 25일 홍콩, 마카오의 일부 슈퍼마켓에서 한 사람당 10봉지씩 사가는 '패닉 바잉(panic buying)'이 목격되는 등 품절 대란이 벌어졌다. 오염수 방류로 소금이 오염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또 "요오드가 많이 들어있는 천일염이 방사능 배출을 돕는다"는 소문도 소금 사재기를 부추겼다.
이에 홍콩 식품안전센터는 페이스북을 통해 "소금 섭취가 방사능으로 인한 인체 손상을 효과적으로 막는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현재 없다"며 주민들의 소금 사재기 자제를 요청했다.
이론상으로는 방사능 노출 위험 시 자연 요오드(요오드화 칼륨)를 섭취하면 실제 방사능 물질인 방사성 요오드가 몸에 축적되기 전 초과량의 방사성 요오드를 배출시킬 수 있다. 하지만 노출된 방사능 물질이 요오드가 아닌 경우, 요오드 복용은 무의미하고,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무턱대고 요오드화 칼륨을 과다 섭취할 경우 갑상선 기능 이상이나 알레르기 반응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오남용 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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